화장품 테스트 제품 위생상태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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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테스트 제품 위생상태 ‘적신호’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2.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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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테스터, 피부병·독감·폐렴 등 질병 유발
▲ 테스터 제품은 립 제품부터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팩트 등 다양하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화장품 구매를 위해 로드샵 화장품 매장을 자주 찾는 송다영(18,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양은 가게에서 비치해 둔 테스트용 화장품(테스터)을 손등이 아닌 입술이나 얼굴에 직접 사용한다. 송 양은 “다른 사람들이 쓰던 테스터를 나도 사용한다는 것이 찝찝하지만, 내 입술이나 얼굴색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가림(21, 부산 동래구 낙민동) 씨도 화장품 테스터를 자주 이용한다. 이 씨는 “화장품 테스터를 써보고 그 제품이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 보기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용한 제품은 화장품 가게에서 고객이 구입 전에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매장에 비치해둔 테스터 제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 매장에서 테스터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 테스터의 위생상태가 불량해 피부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터 제품만으로 화장을 다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고객들은 매장에서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립스틱 등의 다양한 화장품 테스터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시빅뉴스> 2015년 12월 30일자 기사). 하지만 여러 사람이 사용한 테스터 제품은 이물질이 묻어 있거나 냄새가 나는 등 보존 상태가 좋지 못할 때가 많으며 관리가 소홀한 테스터 제품은 비위생적일 수밖에 없다.

작년 12월 8일에 <SBS 모닝와이드> 프로그램은 ‘매혹적인 립 제품의 반전’이라는 제목으로 립스틱 위생상태를 보도했다.  이 뉴스는 오래 사용한 립스틱에서 3만 2,000여 마리의 균이 확인됐고, 피부 감염, 패혈증,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도 검출됐다. 미생물 시험 대행 컨설팅 업체 바이오 엠텍의 김정근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립스틱을 사용했을 때 묻은 타액 등에 의해 립스틱이 오염이 되어 미생물에 의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 정주임(22,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는 할인하는 립스틱을 사기 위해 로드샵을 방문했다. 정 씨는 테스터 제품으로 사고 싶은 색을 시험해본 후 상품을 구입하려 했지만 테스터 제품은 이미 손상되어 있거나 이물질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사용해보고 싶은 립 제품이 있어도 깨끗하지 못하게 보일 때 사용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단국대 미생물학과 손승렬 교수는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위생상의 문제가 있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화장품을 통한 간접 접촉이기 때문에 피부병 감염부터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 폐렴균 등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병원체까지 전염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 다른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립 제품 테스터. 테스터 제품에 다른 색의 립 제품이 묻어 있는 경우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이 같은 테스터의 위생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테스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그나마 청결한 위생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화장품 로드샵인 ‘더페이스샵’의 한 관계자는 테스터 제품에 대해서 교체를 자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새 제품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테스터 제품이 다 떨어지거나 부러지는 상황, 이물질이 묻거나 냄새가 나는 경우에는 테스터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A로드샵 또한 많은 사람이 테스터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곳이지만 위생이 좋지 않는 테스터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A로드샵의 한 관계자는 테스터를 6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며 다 쓰거나 변질 된 제품은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A로드샵을 둘러보니 다 사용했음에도 교체되지 않은 테스터가 진열돼 있었다. A로드샵을 이용한 방효영(21,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는 아이라이너 테스터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미 다 써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 씨는 “테스터를 써보고 제품을 구매하려고 기다리는 중인데 올 때마다 사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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