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어도 영업은 너끈!”...전포카페거리 ‘히든 마케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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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어도 영업은 너끈!”...전포카페거리 ‘히든 마케팅’ 눈길
  • 취재기자 노한솔
  • 승인 2019.11.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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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 없거나, 작은 입간판, 명패만 있는 ‘간판 없는 가게’ 성행
- SNS 입소문 타고 찾는 재미에 손님들 발길 이어져
- 전문가, “흥미 요소 한계 있어 장기 전략으론 부적절” 지적
부산 서면의 전포카페거리에 있는 간판 없는 가게들. 분명 가게 전면인데, 업소임을 알려주는 아무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노한솔).
부산 서면의 전포카페거리에 있는 간판 없는 가게들. 분명 가게 전면인데, 업소임을 알려주는 아무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노한솔).

대학생 옥소정(22, 부산시 남구) 씨는 평소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북적이는 부산 서면 전포카페거리 중에서 조용한 카페가 있으면 그곳에서 만나자고 친구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친구 말을 듣고 찾아 간 카페를 보고, 옥 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페 간판이 달려있지 않았던 것이다. 내부에 들와서 친구를 만난 옥 씨는 “친구는 이 집은 ‘간판 없는 가게’로 유명하며, 그게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해주었다. ‘간판 없는 가게’는 하나의 반전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 많기로 유명한 전포카페거리에 간판을 달지 않는 가게들이 등장하고 있다. 간판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손님들이 알아 보기 힘들게 아주 작은 글씨로 가게 이름을 창문에 붙여 놓거나, 문패처럼 이름을 작게 달아 놓은 곳도 있다. 이들은 간판을 숨기는 마케팅으로 궁금증을 자극해 손님들을 끌고 있다.

간판을 아예 달지 않는 가게는 브랜드 이름을 떼고 제품만으로 경쟁하는 제품 마케팅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브랜드 떼고 제품을 파는 기업들이 있었다. 전포카페거리에 있는 카페 ‘이든’도 비슷한 이유에서 간판을 달지 않았다. 카페 이든의 업주는 “우리 카페가 되도록이면 화려하지 않았으면 했다. 손님들이 조용한 공간과 맛있는 커피를 즐겨주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간판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커다란 벽 간판 대신 작은 그림이나 작은 입간판으로 가게임을 알리는 카페들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노한솔).
기존의 커다란 벽 간판 대신 작은 그림이나 작은 입간판으로 가게임을 알리는 카페들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노한솔).

카페 ‘투겟투유’의 경우, 기존의 벽에 걸던 길고 커다란 간판 대신 작은 입간판을 세운 업소다. 문 위 벽에 간판을 단다는 고정관념을 깨지 않으면, 이런 소형 입간판 전략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투겟투유의 사장 조수현(29) 씨는 “가게 운영 초반 자본이 부족해 작은 입간판만 가지고 시작했다. 그런데 손님들이 간판이 작은 것에 크게 개의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색 있다고 좋아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간판은 크게 다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가게 이름을 작게 표시해서 손님들에게 보일락말락하게 해둔 곳도 있다. 손바닥만한 문패로 간판을 만들어 문 근처에 붙여두는가 하면, 가게 유리창에 작은 글씨로 업소 이름을 써놓는 업소도 있다. 카페 ‘페인티드 스튜디오’는 가게 유리창에 손글씨로 작게 가게 이름이 적어 놓은 업소다. ‘fm커피’의 경우에는 가게 출입구 천막에 이름을 작게 적어 간판을 색다르게 표현했다.

간판과 이름이 없는 카페들은 부산 전포카페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름없는 가게 혹은 노네임 가게 등이 유행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캡처).
간판과 이름이 없는 카페들은 부산 전포카페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름없는 가게 혹은 노네임 가게 등이 유행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캡처).

제품이나 업소 이름을 감추는 것을 ‘히든 마케팅’이라고 한다. 히든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가게는 단지 부산 전포카페거리 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이름 없는 가게는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간판 없는 가게’라고 SNS에 검색하면 여러 간판 없는 가게들에서 찍은 3500개에 가까운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아예 ‘이름 없는 카페’, ‘이름 없는 가게’라고 이름을 내걸고 간판 없이 운영하는 곳도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10곳 이상이 검색된다. 카페 이외에도 부산 수영구의 고기집과 횟집, S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치찌개 집 등이 간판을 달지 않고 오랜 시간 운영하고 있다.

간판이 없거나 너무 작은 것이 법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구청 식품위생과의 허가를 받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운영되는 가게라면, 간판을 달았는지, 혹은 안 보일 정도로 작게 달았는지의 여부는 전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통상 입간판은 자신의 토지 안에 세워야 하고 사람들 통행에 방해되지 않아야 하는 등의 규제사항이 있을 뿐이다. 부산진구청 도시정비과 김근실 씨는 “간판은 홍보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다. 허가 사항은 아니다. 간판을 달지 않는 것은 가게 주인 마음이고, 법에 저촉되지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간판 없는 카페들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간판 없는 카페들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간판 없는 가게들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홍보한다. 사람들은 SNS에서 본 예쁜 카페가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재밌어 하며 이곳을 찾는다. 대학생 노시은(21, 부산시 남구) 씨도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전포카페거리의 한 간판 없는 카페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방문했다. 노 씨는 “간판이 없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나만 아는 비밀스런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히든 마케팅이란 브랜드나 제조 회사 이름을 감추거나 일부러 숨기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카페들이 이름을 숨기는 이유는 남들이 모르는 곳을 발견하는 재미를 고객들이 느끼게 하고 동시에 희소성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박스 안에 제품을 넣고 물건을 파는 일명 ‘랜덤박스’도 히든 마케팅의 한 예시다.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박기철 교수는 자신들의 물건에 자신이 있으면 간판 없이 영업하는 히든 마케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분명한 콘셉트가 있으면, 그 가게는 간판이 없어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 그게 히든 마케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물론 간판 없는 가게의 문제점도 있다. 간판이 없기 때문에 가게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전략이기도 하지만, 단점도 된다. 몇몇 사람들은 이름이 크게 적혀 있지 않는 카페를 찾으려다 허탕을 치기도 하고, 간판 없는 카페가 유행하다 보니, 한 곳의 여러 카페들이 간판을 달지 않고 있어서 찾기도 힘들고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허성경(2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지도를 찾아서 갔는데, 어딘지 찾을 수 없어서 30분을 헤매다가 결국 돌아갔다”고 말했다.

박기철 교수는 히든 마케팅처럼 흥미적 요소에 집중하는 마케팅 전략은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흥미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처음과 같은 흥미를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콘셉트도 없는데, SNS를 통한 일시적인 홍보로 히든 마케팅을 하면 처음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지속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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