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유학생 요세핀의 꿈, “K-POP 한국에서 든든한 커리어 쌓아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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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유학생 요세핀의 꿈, “K-POP 한국에서 든든한 커리어 쌓아 갈래요”
  • 취재기자 이승연
  • 승인 2019.11.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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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국어, 적응 안 되는 빨리빨리 문화도 이제는 ‘거뜬’
일부 한국인 편견은 서운...“그래도 정 많은 한국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요”
한국으로 유학 온 요세핀(21) 씨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연).
한국으로 유학 온 요세핀(21) 씨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연).

“대한민국은 나에게 또 다른 출발점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요세핀(21)은 현재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유학 중이다. 고등학생 때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한국에 관심이 생겨 유학할 학교를 알아보던 중 장학금 혜택에 반해 경성대학교에 입학했다. 요세핀은 마냥 ‘살기 좋은 나라’로 생각했던 한국은 지금 어떤 이미지로 그녀에게 자리 잡고 있을까.

한국 유학 생활 중 요세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었다. 빨리 늘지 않는 한국어 실력 탓에 한국인 학생들과 하는 팀 프로젝트에 피해를 주거나 한국인 친구와 의사소통이 쉽게 되지 않을까봐 늘 걱정했다. 요세핀은 “특히 ‘말도 안 된다’처럼 수많은 관용어구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세핀은 그동안 사귄 한국인 친구들이 올바른 한국어 표현과 단어를 잘 알려주고 조롱거리로 만들지 않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친구 중 한 명인 정서현(21) 씨에게 요세핀은 특별히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서현이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서현이가 올바른 한국어 표현을 가르쳐줘서 고맙다. 그래도 아직 한국어가 서툴지만 서현이 덕분에 예전보다 더 나은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착한’ 한국인만을 만나지는 않았다. 요세핀은 지하철에서 중년 여성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요세핀을 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동남아’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며 일명 ‘앞 담화’를 했다. 또한 해운대 아세안문화원에서 열린 ‘알기 쉬운 나라 라오스’ 봉사활동 중 요세핀은 행사진행요원에게서 “물가가 비싸서 한국에서 살기 힘들지? 너희 나라는 물가가 싸니까”라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었다. 요세핀은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르고, 나라마다 물가가 다른 것이 왜 삿대질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인종차별에 대한 불쾌함을 토로했다.

요세핀의 인도네시아 친구 한 사람이 수업 중 한국인 교수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수업 중 그 친구에게 한국인 교수는 수업 관련 문제를 주며 “이 문제를 못 풀면 우리나라는 니네 나라보다 더 똑똑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요세핀의 인도네시아 친구는 “교수가 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발언이었다. 배우러 온 한국에서 모른다는 이유로 내가 왜 모욕감을 느껴야 하는가”라며 친구가 눈물을 글썽였다고 요세핀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 때문에, 요세핀의 한국 유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부산 국제합창제에서 외국인과 한국인 구별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한마음으로 한 봉사활동이었다. 요세핀은 “하루빨리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세원 문화원에서 요세핀 씨가 봉사활동을 마친 후 수료증과 함께 웃고 있다(사진: 요세핀 제공).
아세원 문화원에서 요세핀 씨가 봉사활동을 마친 후 동료들과 수료증을 들고 함께 웃고 있다(사진: 요세핀 제공).

요세핀은 한국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국 대학생들의 낮은 영어 실력에 놀랐다. K-POP 관련 프로그램이나 한국 드라마를 보면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서 요세핀은 당연히 한국 대학생들은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위 한국인 대학생들 대부분이 영어를 못 했고, 요세핀은 미디어만 믿고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요세핀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한국의 치안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요세핀은 한국 하면 ‘살기 좋은 나라’,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세핀은 주변에서 일어난 부산 대연동 살인사건 등과 같은 사건 사고 뉴스를 보며 한국이 생각보다 치안이 좋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어린이 대상 성 범죄를 다룬 영화 <소원>을 보고 한국은 ‘범죄자에게 관대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법은 왜 이렇게 약한가”라고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은 ‘빨리빨리 문화’가 유명하다.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확산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요세핀은 아직 이 한국 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식당에서는 음식도 늦게 나올 뿐더러 평균 1시간 이상 이야기를 하며 밥을 천천히 먹는데, 한국 식당에선 정말 음식도 빨리 나오고 대부분 손님이 빨리 먹고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서 식당에서 오래 동안 밥 먹는 게 눈치가 보인다”며 문화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덧붙여 “아직은 적응을 제대로 못 했지만 요새는 식당에서 빨리 밥을 먹고 카페나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 이월드에서 벚꽃을 보며 웃고 있는 요세핀의 모습(사진: 요세핀 제공).
대구 이월드에서 벚꽃을 보며 웃고 있는 요세핀의 모습(사진: 요세핀 제공).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기 전에 요세핀은 한국에서 F-2 비자를 받는 게 목표다. F-2 비자는 영주 자격을 부여받기 위해 국내에 장기체류하려는 외국인이 발급받는 거주비자다. 현재 요세핀은 유학생 비자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데 신용카드를 만들 수가 없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한 유학생 비자로는 아르바이트를 매주 최대 20시간까지밖에 할 수 없어 힘들다. 요세핀은 “한국에서 F-2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 여행사에 취직해 더욱 더 풍부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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