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코레일 귀성표 예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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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코레일 귀성표 예매 전쟁
  • 취재기자 박현주
  • 승인 2016.02.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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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시작과 함께 접속 폭주... 모니터 켜 놓고 뜬 눈 밤샘하기도

경북 포항이 고향인 대학생 권수민(22, 서울시 중구 묵정동) 씨는 이번 설 연휴 귀성 계획을 포기했다. 기차표 인터넷 예매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어쩔 수 없이 이번 설 연휴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채 객지에서 홀로 보내게 됐다. 권 씨는“ 연휴를 앞두고 잠까지 포기하면서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명절 기차표 예매는 이제는 인터넷에서 선착순으로 하는 대학 수업 수강신청보다 더 어렵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인기 과목을 수강신청하려고 매 학기 수강신청 사이트 조기 접속 전쟁을 치르는 대학생들은 코레일 귀성표 예매를 ‘대국민 수강신청’이라 부른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 타향에서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야 하는 사람은 권 씨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설 명절 때 뿐만이 아니다. 명절마다 기차표 예매 전쟁이 반복되고 있다.

직장인 신모(29,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씨 또한 작년 추석 때도 기차표 예매에 실패해 취소된 표라도 구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코레일 사이트를 들락거린 경험이 있다. 신 씨는 당시에 버스를 타고 고향인 포항에 가려고 터미널에 나갔지만 기차표를 놓친 사람들이 터미널에 몰리면서 터미널에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신 씨는 “천신만고 끝에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긴 했지만, 가족들 보러 가는 길이 멀고 험해서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쳤다”고 전쟁통 같았던 명절 기간의 귀향 과정을 설명했다.

▲ 2016년 설 명절 열차승차권 예매 안내(사진: 코레일 홈페이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은 지난 1월 19일부터 20일, 전국을 지역별로 두 개로 나누어 이틀에 걸쳐서 홈페이지와 지정된 역 창구, 승차권 판매 대리점에서 설 연휴 열차승차권을 판매했다. 현장에서 노숙까지 하며 직접 줄을 서서 예매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예매를 시도한다. 미리 공지한 대로 1월 19일과 20일 오전 여섯시부터 예매가 시작되는데,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홈페이지로 모여드니 예매 사이트는 접수 시각 직후부터 대부분 예약 접속 대기 안내자로 분류되어 자신보다 먼저 접속 대기 중인 사람들이 예매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1,000번 대의 대기 순서를 받으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지만 자신 앞으로 접속 대기자가 1만 명이 넘어갈 경우, 대기 창을 켜둔 채 몇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잔여석이 없어 예매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만약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기다렸다가 자신의 예매 차례가 왔다고 해도, 코레일이 보다 많은 국민에게 예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인당 예약시간을 3분으로 한정해 두었기 때문에, 3분 안에 예매를 완료하지 못하면, 자동 퇴장되어 재접속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퇴장했다가 다시 예매 사이트로 접속하기를 여섯 번 하면 그 다음부터 그 사람은 코레일 예매 사이트에 접속이 금지된다. 코레일이 예약 요청 횟수를 1인당 6회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뚫어져라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차표 예매 대기 중인 모습(사진: 코레일 인터넷 예약 사이트)
▲ 명절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기차 암표 거래가 성행하는 모습(사진: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예매 후, 1월 21일부터 24일까지의 결제 기간 동안 예매한 표 값을 결제하지 못해 자동 취소된 표들이 생겨나지만, 그 취소표를 예매하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중고 거래가 성행하는‘중고나라’ 같은 인터넷 카페나 모바일 앱에서 암표를 사고파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철도 승차권 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구매자가 지불한 정가보다 초과한 금액으로 파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판매자들이 수수료를 운운하며 두 배 이상으로 푯값을 더 비싸게 부르거나, 애초에 있지도 않은 기차표를 양도하겠다며 사기 행각을 벌인다. 이를 염려한 중고나라 관계자들이 최대한 단속 활동을 행하고 있지만 피해자는 계속해서 속출하는 실정이다.

대학생 조승희(21,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씨도 작년 추석을 앞두고 포항으로 가는 암표를 인터넷에서 구하려다 사기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 조 씨는 인터넷에서 기차표 판매자가 자신이 예매한 내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고 이 표를 원하는 다른 구매자들이 많으니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라고 자꾸 재촉해서 급한 마음에 바로 송금을 했다. 그리고는 그 판매자는 연락처도 없이 인터넷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조 씨는 “나는 단지 오랜만에 고향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 마음을 노리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 사람들이 자주 검색해 모 포털사이트에서 ‘명절 기차표 예매 노하우(팁)’가 자동 검색어로 완성되고 관련 정보들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사진: 네이버 캡쳐)

 

이번 명절에도 포털 사이트에 ‘명절 기차표 예매’를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에 ‘명절 기차표 예매 노하우(팁)’라는 검색어가 자동으로 등장한다. 이는 명절 기차표 예매를 성공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무수히 이를 검색어로 검색해 봤다는 의미다.

3년 째 명절표 구하기 전쟁에 성공하고 있는 대학생 이응연(24,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씨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비법을 전한다. 이 씨는 “가족들을 총동원해서 동생과 삼촌 등 여러 사람이 한 장의 티켓을 목표로 인터넷 예매에 뛰어들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올라 온 또다른 비법 중에는 사이트마다 고유 서버 시각이 실제 시각과 다른 점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코레일 서버 시각도 실제 일반인들이 아는 시각과 단 몇 초라도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알려 주는 사이트가 있어서 여기에 코레일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면 코레일 서버의 정확한 시각을 알려준다. 이를 이용해서 코레일 서버 시각이 실제 시각보다 빠르면 남들보다 먼저 로그인해서 예매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코레일 서버 시각이 실제 시각보다 느리면, 기다렸다가 그 시간에 맞춰 로그인해야 예매 확률이 높아지고, 실제 시각은 예매 시각이 됐는데 코레일 서버 시각은 아직 예매 시각이 안됐다면, "아직 예매 시간 전입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게 된다. '알패스'라는 자동 로그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알패스 프로그램에 자신의 코레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 놓고 버튼 하나로 코레일 사이트에 로그인하는 방식이다.     

명절 때마다 코레일 귀성표 예매에 실패한 권수민 씨는 여러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제 시각에 표를 예매하는데 실패했다. 권 씨는 "무슨 방법을 써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대개 그런 정도의 비법은 매 학기마다 수강신청 전쟁을 치룬 대학생들이면 이미 다 아는 방법들이다. 결국 코레일 표 예매는 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한정된 명절 연휴 기간에 한정된 좌석 공급보다 엄청나게 많은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코레일 인터넷 예약 방법은 개선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코레일 명절 표 예약 방법에 항의하는 전화가 매번 폭주하지만 우리도 뽀족한 묘책을 못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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