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소방관의 단호한 소신, “사람 먼저 살리는 게 나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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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소방관의 단호한 소신, “사람 먼저 살리는 게 나의 DNA”
  • 취재기자 김하연
  • 승인 2019.11.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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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소방재난본부 김종명 팀장, “숱한 고비, 안타까운 현장 넘나들며 최선 다 한다”
11월 25일 한⋅아세한 특별 정상회담 안전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

“제일 먼저 들어가고 맨 마지막에 나온다(First in Last out).” 이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의 격언이다. 그러나 화재나 재난 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는 소방관들의 희생을 목격하며 그들의 헌신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얼마 전 독도 헬기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들은 또 한 번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과연 소방관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업무에 임하고 있을까? 배테랑 소방관 김종명(50) 소방령도 언제나 제일 먼저 들어가고 제일 나중에 나온다는 자세로 구조현장에 나선다.

“불이 났어요. 도와주세요!”

신고가 들어오면 119 종합상황실은 분주해진다. 부산시 연산동에 위치한 부산소방재난본부 119 종합상황실 팀장 김종명(50) 씨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소방관들을 출동시킨다.

부산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김종명 팀장. 그는 현재 청와대 대통령 경호처 파견 근무 중이다(사진: 김종명 씨 제공).
부산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김종명 팀장. 그는 현재 청와대 대통령 경호처 파견 근무 중이다(사진: 김종명 씨 제공).

어린 시절 이야기

1970년 을숙도 댐이 생기기 전 낙동강 가에서 태어나 자랐던 김종명 팀장은 어렸을 때 공부를 열심히 잘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아궁이에 불을 지펴 생활했고, 전등도 없어 호롱불을 켜고 생활했다. 또, 수도가 없어 강가에서 물을 길어와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몸을 씻었다. 4세 때 부모가 별거하게 되면서 막노동하는 아버지 밑에서 컸다.

소방관이 된 계기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둘째 형을 따라 특전사로 군대 생활을 하고 제대 후 일반 회사에서 6개월 정도 일했다. 그 때, 특전사 출신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소방 구조대원 특채 시험을 보지 않겠냐는 특전사 선배의 권유로 시험을 쳤고, 그는 운 좋게 합격해 1995년 6월 1일 25세의 나이로 부산 북부 소방서 119 구조대원이 됐다.

김종명 팀장은 부산에서 구조대원으로 생활하다가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중앙 119구조대로 뽑혀 서울로 올라가 근무하게 됐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했던 김종명 씨는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야간 대학을 다녔다. 서울 산업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졸업에 이어,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안전 관리 학과를 전공하고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승진 시험을 통해 과장급인 소방령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소방 계급에는 소방사, 소방교, 소방장, 소방위, 소방경, 소방령, 소방정, 소방준감, 소방감, 소방정감, 소방총감 총 11개 계급이 있다. 어느덧 그는 중진 소방관이 된 것이다.

부산 북구소방서에 근무하면서 119 구조대원으로 활동했던 젊은 시절의 김종명 소방령(사진: 김종명 씨 제공).
부산 북구소방서에 근무하면서 119 구조대원으로 활동했던 젊은 시절의 김종명 소방령(사진: 김종명 씨 제공).

소방관의 사명감

소방관들은 처음 구조대원 훈련받을 때 “인명구조!”라는 구호를 외친다. “인명구조!”라는 단어를 외치고 들으면서 소방관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박힌다. 김종명 팀장은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소방관들의 DNA 속에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은 험한 것들을 많이 보면서 일하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PTSD)”를 겪는 사람도 많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소방관이 있는 반면, 극복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소방관도 많다”고 그는 말했다.

김종명 팀장은 1995년 구조대원으로 첫 임무를 배정받고 6일 만에 처음 사고 현장에 나갔다. 부마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은 사람을 처음 목격하고 생긴 트라우마가 그의 뇌리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또 다른 한 번은 헬기 구조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전날 꿈자리가 좋지 않아서 출동하면서 마음이 께름칙했다. 기상도 좋지 않았고 구출된 사람이 심혈관계 쪽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 그는 구조한 환자와 다른 대원들을 먼저 헬기에 태워 병원으로 보내고 혼자 구조현장인 산에 남게 됐다. 헬기에 탑승할 인원이 꽉 찼기 때문에 그는 따로 남았다가 다시 돌아오는 헬기에 타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혼자 산에 남아있던 그는 갑자기 원인 모를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환자 이송 후 다시 돌아온 헬기를 타고 별다른 문제없이 귀환한 김 팀장은 당시 혼자 산에서 남아 느꼈던 두려움의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 김종명 팀장은 이런 두려움을 신앙생활으로 극복했다. “기도도 많이 했고 교회도 정말 열심히 다녔다. 그 덕분에 별 탈 없이 소방관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고 김종명 팀장은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헬기를 타고 사람을 구조하고 있는                김종명 소방령의 모습(사진: 김종명 씨 제공).
사고 현장에서 헬기를 타고 사람을 구조하고 있는 김종명 소방령의 모습(사진: 김종명 씨 제공).

기억에 남는 사건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끔찍한 기억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그는 두 가지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사건은 1999년 일어났던 터키 지진 사건이다. 국제 출동으로 터키로 파견을 나가게 된 그는 지진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중에 여진을 느꼈다. “순간 피해야 한다는 사람의 본능과 소방관으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의 갈등을 경험했다”고 김 팀장은 말했다. 여진 속에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초일초 버티면서 구조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두 번째 사건은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건이다. 이천 냉동 창고는 축구 경기장보다 더 넓었다.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사람을 찾아다니던 중 그는 벽과 인테리어 사이 공간에 불을 피해 있다가 죽은 서너 명의 사람을 발견했다. “벽 사이 공간에 끼여 있는 시체를 꺼낼 때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지 않았다. 시체가 흐물흐물했다. 많은 사건, 사고들을 겪고 봐왔지만 이 두 가지 사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밝혔다.

한・아세한 특별 정상 회의 설명

한・아세한 특별 정상 회의는 대한민국과 동아시아 국가연합(ASEAN) 10개국이 갖는 정상회담이다. 대한민국과 동아시아 국가연합은 1989년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고 2019년에 30주년을 맞았다. 한국 정부는 동아시아 국가연합과의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고, 한・아세한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이번 특별 정상 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한다.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한・아세한 특별 정상 회의에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정상들이 참가한다. G20 정상 회의, 핵 안보 정상 회의 기획에도 참여했던 김종명 팀장은 “이번 2019 한・아세한 특별정상회의 참여하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했지만 소방령 지위까지 오른 그는 승진보다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약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 앞으로는 가족과 여행이든 뭐든 같이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다”고 김 팀장은 평소의 바람을 전했다.

김종명 팀장은 정년퇴임을 10년 앞두고 있다. 그는 소방관 은퇴 후 사회복지사로 남을 돕는 일에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는 천상 남을 돕는 팔자를 타고난 천사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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