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판금 권고에도, ‘버블몬’ 등 일부는 여전히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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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판금 권고에도, ‘버블몬’ 등 일부는 여전히 판매 중
  • 취재기자 이성혁
  • 승인 2019.11.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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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버블몬’은 현행 법상 담배로 분류 안 되고 담뱃세도 안 물어
버블몬 생산업체, “현재는 버블몬 재고가 팔리는 중, 추후 판금 고려하겠다”
국회에는 모든 유사 전자담배를 담배로 규정하는 법안 계류 중

“타격감(목넘김) & 연무량 등급대비 우수!” “일반담배 2갑 분량.”

이는 최근 부산 남구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신형 액상형 전자담배 ‘버블몬’의 홍보 문구다. 버블몬은 이 편의점 체인에서 독점으로 판매하는 제품으로 계산대 바로 옆,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함에 따라 편의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면세점 등 유통업계가 판매,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버블몬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 남구의 한 편의점, 카운터 앞에 진열된 버블몬(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부산시 남구의 한 편의점, 카운터 앞에 진열된 버블몬(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버블몬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버블몬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버블몬은 충전식으로 쓰는 다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과 다르게 일회용이라 사용이 간단한 편이다. 화려한 문양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홈페이지 홍보 문구에선 “충전이 필요 없는 신개념 전자담배”라고 강조한다. 또한 기기 하나 값(8500)에 담배 두 갑 분량을 필 수 있어 ‘가성비’를 강조하고 있고, 그래서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 6월 1만 3800개에 불과하던 월 판매량이 8월에 들면서 월간 68만 4200개로 판매가 급증했다. 무려 월 판매량이 50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런 인기에 대해, 대학생 박건(24, 울산 중구) 씨는 “담배 두 갑 분량에 8500원 정도로 가격도 괜찮고, 평소에 담배를 피우면 몸에 냄새가 배는 게 싫었는데, 그런 것도 없어서 자주 찾고 있다. 다른 전자담배와 다르게 충전도 필요 없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지훈(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일단 그냥 담배보다 목이 덜 아프고 냄새도 안 나서 만족스럽다. 타격감(담배를 흡입할 때 느낌)도 일반 담배와 비슷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기존의 액상형 전자담배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기존의 액상형 전자담배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기존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위 사진처럼 생겼다. 제조회사 별로 기기 형태는 다양하다. 그러나 액상을 채워 버튼을 누르고 흡입 후에 연기를 뱉으면서 흡연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또한 기기 후면에 충전 단자가 있어 일정량 사용 후에 충전이 필요하다.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위 사진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모습이다. 4500원에 판매하는 HEETS(히츠)라는 아이코스 전용 심을 끼우고, 피고난 후에 심은 뽑아서 버리고 기계는 옆에 케이스에 넣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방식이다.

현재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현황에 대한 표(도표: 기획재정부).
현재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현황에 대한 표(도표: 기획재정부).

표의 내용처럼 두 가지 전자담배 중 궐련형 전자담배는 20개비 기준으로 일반담배와 비슷한 수준의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고, 기존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 1ml 기준으로 일반담배나 권련형 전자담배보다는 약간 적은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버블몬’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일종이면서 모호한 국내 담배사업법으로 인해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서 위처럼 제세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

담배사업법 제2조에 따르면,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는 등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버블몬’은 제조 과정에서 ‘연초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액상제품으로 구분돼 국내법상 담배가 아니고 그냥 ‘공산품’이다. 금연구역에서 사용해도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어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

버블몬이 담배로 분류되지 않다 보니 국내 세금에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즉, 액상형 전자담배에게 부과되는 제세부담금(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증진기금·개별소비세) 부과 기준에 해당되는다. 시판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CSV 제품이 0.7ml 기준으로 1261원의 제세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는데, 1.4ml를 가진 버블몬 경우 0.7ml의 2배인 2522원이 부과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버블몬에는 일반 공산품처럼 부가가치세만 과세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에 의한 폐질환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고, 이에 편의점 업계가 10월 23일부로 액상형 전자담배인 쥴랩스의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와 KT&G의 ‘시드 툰드라’ 총 4종에 대해 판매·공급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버블몬’은 일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킴리코리아(버블몬 제조회사) 관계자는 “2주 전부터 세븐일레븐 측에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강력 권고한 이후 곧바로 주문이 멈춘 상태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권고 전 매입해갔던 것들이며, 11월부터는 중국 공장 생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버블몬 업체(킴리코리아)와 협의해 11월부터 추가 매입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단, 매장에 있는 재고에 대해서는 점주 수익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판매 금지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편의점 업계가 대부분의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버블몬 판매는 향후 연구결과 및 정부의 지침에 따라 판매 중지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액상형 전자담배로 발생한 건강 문제와 기존 담배와의 세액 차이를 고려해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이 발의가 됐다. 여기에는 연초의 줄기 또는 연초의 전부를 사용하거나 니코틴을 사용한 것을 담배의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게 통과되면, 버블몬도 담배로 분류된다. 그밖에 담배의 제세부담금을 조정(폐지, 인하, 인사, 물가연동)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방세법일부개정법률안, 국민건강증진법일부개정법률안 등도 각각 기획재정위, 행안위, 보건위 등에 계류 중이다.

현재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만이 담배로 지정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잎뿐만이 아니라 버블몬처럼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한 여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대부분도 담배로 지정된다. 또한 전자담배에 합리적인 과세기준이 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있는데, 이렇게 담배로 인정받지도 못한 유사 전자담배의 유통을 초기에 수습하지 못한다면 담배사업법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각종 흡연관련 규제 정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국민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춘숙 의원은 “담배사업법에 따른 담배에 대한 규정을 ‘연초의 잎’에서 ‘연초의 줄기와 뿌리 등 전체’로 확대하고 담배로 규정된 것 외에는 담배를 팔 수 없도록 규정한 이번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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