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물의 도시’ 베네치아…"피해 상상 이상" "복구에 수천억 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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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물의 도시’ 베네치아…"피해 상상 이상" "복구에 수천억 원 예상"
  • 취재기자 송정빈
  • 승인 2019.11.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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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이후 53년만에 역대 최악의 물난리...물적·인적 피해 속출
산마르코 광장, 산마르코 대성당, 그리티 팰리스 호텔 등 침수 상태 심각
'물의 도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지난 1966년 이후 53년 만에 역대 최악의 물난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지난 1966년 이후 53년 만에 역대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이탈리아 북부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53년 만에 최악의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이 폭설 및 폭우 등 이상 기후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12일(현지시간) 오후 최대 187cm까지 치솟았다.

베네치아는 조수 수위가 180cm를 넘으면 도시의 85% 이상이 침수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194cm까지 올라왔던 지난 1966년 이후 53년 만에 역대 최대 수치이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례적으로 높은 조수”라며 “비상 상황에 대응하고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냐로 시장은 이어 “187㎝의 조수 수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라며 “복구 비용이 수억 유로(수천억 원)에 달하는 만큼 중앙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지역의 루카 자이아 의장 역시 “도시의 80% 이상이 침수돼 피해는 상상 이상”이라며 “우리는 종말론적인 완전한 파괴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인 ANSA 통신에 따르면 베네치아 의회는 중앙 정부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베네치아 도시 대부분이 침수돼 물적·인적 피해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우로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유럽의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이 1m 이상 물에 잠겼으며, 9세기에 축조된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 대성당에도 바닷물이 가득 들어찼다.

산마르코 대성당이 침수 피해를 입게 된 것은 1200년 역사상 이번이 여섯 번째이다. 마르코(마가) 복음서를 쓴 성 마르코의 유해가 안치된 곳으로 유명한 산마르코 대성당은 이번 침수 피해로 값어치를 따지기 어려운 성당 내부의 중세 모자이크와 타일은 물론 성 마르코 유해가 안치된 지하실도 침수를 피하지 못해 문화재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베네치아의 프란체스코 모랄리아 주교는 “과거 이 정도의 재난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며 “산마르코 대성당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서머싯 몸 같은 유명작가가 즐겨 머물고 간 곳으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그리티 팰리스 5성급 호텔도 저층이 침수돼 투숙객들이 새벽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성인 남성의 신장을 훌쩍 뛰어넘는 조수 수위에 현지 주민인 78세 남성이 집에 들어온 바닷물을 빼내려고 펌프기를 작동하다 전기 합선 등으로 감전사하는 등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문화부 고위 간부는 “물이 찬 현재로서는 침수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피해 복구 비용을 정밀하게 따져보려면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네치아는 매년 조수가 높아지는 늦가을과 초겨울에 ‘아쿠아 알타(조수 상승)’ 현상으로 도시 곳곳이 정기적으로 침수된다. 조수 수위가 100~120cm 안팎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일반적이기에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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