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난 지 2년인데, 왜 여야는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 놓고 다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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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난 지 2년인데, 왜 여야는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 놓고 다투나?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9.11.11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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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누구나 느꼈을 법한 이 말을 요즘 포항 시민들이 더 잘 느끼고 있다. 2017년 11월 15일 내가 사는 경북 포항에 지진이 크게 났다. 포항에서 역대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처음으로 전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씩이나 연기되기도 했다. 나를 포함한 포항 시민은 특히나 이 지진에 대해 격노한다.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생각했던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 지진(외부의 힘이 지진대를 자극해 대규모 지진을 촉발하는 형태)이었기 때문이다. 촉발 지진이 일어난 지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시간이 흐르면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진 이후 지금까지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고, 포항 주민은 아직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내가 사는 집은 지진이 일어났던 중심지와 거리가 좀 있음에도 집값이 10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아는 주변 사람 중엔 집값이 반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다. 지진이 났던 중심지의 2000여 명은 이재민이 되어 아직 임대아파트 등 임시주택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은 체육관이나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다. 날이 계속 추워지는 탓에 컨테이너 안에 텐트를 치고 사는 친구들도 있다. 새해까지 두 달 남짓 남았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새해에 보금자리를 잃은 채 세 번째 해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는 포항 시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촉발 지진을 일으킨 지열 발전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책사업(국가가 정책적 의지를 갖추고 주도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었다. 올 3월에 문재인 정부가 포항 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 발전소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과거 정부의 사업이란 이유였다. 이는 포항 시민의 공분을 더 일으키는 이유기도 하다. 국책사업의 실수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여·야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계속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그 여야간의 입장 차이란 게 무얼까? 10월 30일에 포항 11·15 촉발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포항시민 3000여 명과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특별법 조기제정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포항 지진 특별법은 여당의 협조 없이는 제정되기 어렵다. 여야 이견이 있는 지금, 포항 지진 특별법은 아직 큰 진전이 없다. 여·야가 각자 다른 법안을 내서 합의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지진을 일으킨 지열발전소가 전 정부의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열발전소가 어떻게 포항에 들어서게 됐으며, 투자받게 됐는지 등에 대한 원인규명부터 단계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야당은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진의 원인이 밝혀진 이상 일단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에게 보상부터 하자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 특위구성 후 법 제정’을,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 법 제정’을 주장하는 상태다.

정말 포항 시민을 생각한다면, 자유한국당 이강덕 포항시장과 포항시 북구 김정재 의원이 나서서 여권인 더불어민주당과 의견을 절충해서 특별법 제정에 힘 써야 한다. 4월 2일, 포항 11·15 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포항시장과 시 의장이 삭발을 단행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분열된 민심을 봉합하고 돕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다. 적어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포항 지진 특별법이 제정되면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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