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컨셉의 독특한 매력 익선동 한옥거리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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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컨셉의 독특한 매력 익선동 한옥거리의 낮과 밤
  • 취재기자 이승주
  • 승인 2019.11.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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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의 빛과 그림자…전통적인 매력은 떨어지지만 신선한 매력이 있는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오래된 한옥과 작은 골목 사이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들. 그리고 현대적 감성을 자극하는 가게들과 뉴트로풍의 인테리어가 묘한 활기를 불어 넣는 곳.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익선동은 오래된 미래다.

익선동은 한글 간판으로도 유명한 인사동 문화의 거리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옆에 위치한 작은 동이다. 익선동의 동명은 마을 이름인 익동의 ‘익’ 자와 한성부 중부 정선방의 ‘선’자를 따서 붙여졌다. 익선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형성됐으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다. 작은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좁은 골목길들이 구비져있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일제강점기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인 정세권 선생은 ‘건양사’라는 부동산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한옥을 지어 사람들에게 분양했으며 익선동과 북촌, 서촌 등의 지역에 한옥 단지를 일구어냈다. 정세권 선생은 가난하고 주거공간이 부족한 서민들을 위해 개량되고 작은 한옥들을 지어 분양했다.

현재 익선동 한옥거리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뽑힌다. 익선동은 2015년 한옥 보존지구로 지정되며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졌다. 부산에서도 감천문화마을, 흰 여울 문화마을 같은 곳이 있지만 익선동은 다르다. 한옥거리지만 입구부터 특별한 ‘뉴트로’ 감성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 지금은 개방되어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됐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 지금은 개방되어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됐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의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가. 익선동의 낮과 밤을 헤집고 다녀봤다. 안국역에서 내려 익선동으로 가는 길에는 흥선대원군이 살던 집 ‘운현궁’이 있다. 크고 웅장한 한옥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무료 개방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몰려있다. 조금만 더 걸어간다면 낙원동 악기상가가 나온다. 현재는 주변이 유명해짐에 따라 낙원동 거리를 거닐던 성소수자들은 많이 찾아볼 순 없다.

익선동 입구에 한옥의상과 개화기 의상을 대여, 판매하는 곳들이 들어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 입구에 한옥의상과 개화기 의상을 대여, 판매하는 곳들이 들어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 입구는 아직 예전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다. 낡은 간판들 사이로 한복 의상과 개화기 의상을 대여하고 판매하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반대편에는 커다란 호텔과 빵집, 술집들이 들어서 있지만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었던 예전 익선동의 모습이다.

개화기 복장을 입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개화기 복장을 입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그리고 익선동만의 특징으로 개화기 복장을 대여해서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익선동 한옥거리가 한복을 빌려 입고 다니는 전주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이다.

개화기 복장을 대여해 데이트를 하고 있는 연인(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개화기 복장을 대여해 데이트를 하고 있는 연인(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은 좁은 골목 사이로 한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한옥들은 모두 음식점, 카페와 같은 가게들이다. 전통 음식을 판매하기보다는 파스타와 피자, 돈가스를 파는 음식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가게, 각종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카페가 주를 이룬다. 이런 가게들이 한옥이라는 우리 전통의 주거시설에서 장사를 하는 풍경을 본 적이 있는가. 외부는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스타일인 가게도 있었고 외부와 내부를 모두 한옥과 같이 인테리어 해 눈길을 끄는 가게도 있다.

한옥으로 된 가게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가게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한옥으로 된 가게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가게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내부 인테리어에 한옥의 느낌을 살려 손님을 모으는 카페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내부 인테리어에 한옥의 느낌을 살려 손님을 모으는 카페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뉴트로’라는 콘셉트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도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콤콤오락실은 어릴 적 추억의 오락실을 재현하고 있다. ‘#최신게임없음’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의 감성을 끌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빵을 만드는 주방을 외부에 오픈해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제빵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빵을 만드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게 안으로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오락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오락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외부 창문으로 주방 내부를 볼 수 있는 빵집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외부 창문으로 주방 내부를 볼 수 있는 빵집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 구석에 위치한 고기 골목도 익선동 한옥거리의 일부이다. 주로 생갈매기살을 판매하는 고깃집은 골목마다 테이블을 배치해 저녁시간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한옥거리의 가게들이 밤 10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이 고깃집들도 10시가 되면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새벽까지 영업을 하며 술 한잔 기울이는 번화가의 고깃집과는 다른 모습이다. 철로 된 원형 테이블에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옹기종기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익선동 고기골목의 풍경, 골목길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 고기골목의 풍경, 골목길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에도 밤이 찾아왔다. 가게들이 불을 밝히고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플리마켓들과 조그마한 술집들, 거리의 풍경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한옥 처마에 달려있는 전구들과 곳곳에 있는 조경 식물들이 좁은 골목길과 함께 운치 있는 광경을 만들어 낸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더 많아진 모습이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옷과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플리마켓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친구 혹은 연인들과 길을 걷는 사람들로 좁은 골목길은 가득 찼다.

가게들이 불을 밝힌 익선동 한옥거리의 모습이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가게들이 불을 밝힌 익선동 한옥거리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악세사리와 옷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악세사리와 옷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은 밤이된면 조경 식물들과 조명으로 운치있는 거리를 만들어 낸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은 밤이된면 조경 식물들과 조명으로 운치있는 거리를 만들어 낸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카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카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익선동의 한옥거리는 저녁 10시쯤이 되면 어두워진다. 몇몇 술집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고 거리는 어두워진다. 어두워진 거리만 본다면 마치 도시재생사업을 하기 전 골목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고 있으면 사실 어두운 면도 있는 것 같다.

10시가 넘어 어두워진 익선동 한옥거리의 모습이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10시가 넘어 어두워진 익선동 한옥거리의 모습이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도시재생사업에서 익선동은 정체성을 잃은 느낌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조그마한 한옥마을. 가게에서는 유명한 수플레 팬케이크, 피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고,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밖으로 보이는 한옥이라는 외형 뿐이다. 또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오래되고 전통적인 기존 상가들은 문을 닫고 새로운 상가들이 들어섰다. 거주 지역이었던 이곳이 상업지역으로 바뀌어 원주민들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과 신선함으로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곳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가 해외에서 한식당을 보면 반가운 것처럼 그들도 한옥거리에서 피자집과 파스타를 판매하는 것이 반가울까. 익선동이 가난한 사람들의 옛 터전이고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한옥마을인 만큼 분위기에 맞는 업종도 다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선동은 도시재생사업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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