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단풍 vs 악취 주범’, 가을 알리는 은행나무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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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단풍 vs 악취 주범’, 가을 알리는 은행나무의 두 얼굴
  • 취재기자 안진우
  • 승인 2019.11.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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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최유진(2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요즘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조심히 다닌다.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피하기 위해서다. 최 씨는 “은행 열매를 실수로 밟았다가는 하루종일 신발에서 악취가 떠나질 않는다”며 “가을철이면 은행 열매 때문에 악취도 심하고, 걷기도 불편한데 왜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내 곳곳의 인도는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 열매들로 도배돼 있다. 미관상 문제와 악취 문제는 물론 시민들의 보행까지 불편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보행자들이 밟아서 으깨진 열매들도 수두룩하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부산시 내 곳곳의 인도는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 열매들로 도배돼 있다. 미관상 문제와 악취 문제는 물론 시민들의 보행까지 불편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보행자들이 밟아서 으깨진 열매들도 수두룩하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실제로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로수로 꼽힌다. 부산시의 경우, 부산시 내 전체 가로수 16만 4000그루 중 은행나무는 3만 5000그루로 가로수 5그루 중 한 그루인 셈이다. 그중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약 9000그루로 전체 은행나무 가로수의 26%를 차지한다. 서울시도 가로수 중 은행나무 비중이 35.8%로 높은 편이다.

은행의 고약한 냄새의 원인은 은행에 포함된 식물성 지방산 중 하나인 부티르산 때문이다. 부티르산과 더불어 껍질 외부에 함유된 은행산과 빌로볼이라는 독성 물질도 냄새를 풍기는 원인 중 하나다. 이 성분은 맨손으로 만지면 피부염이 생길 수 있고, 살충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해충에 효과가 뛰어난 독성 물질이다.

은행나무는 병해충이 없고, 노란 단풍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있지만, 매년 가을철 은행이 익어 길거리에 떨어지면 악취와 잔재로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대학생 최호중(23, 부산시 연제구) 씨는 얼마 전 대학교 캠퍼스에서 은행을 밟아 언짢은 감정을 호소했다. 최 씨는 “은행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빨리 지나기 위해 후다닥 달렸는데, 은행을 여러 개 밟아 버렸다”며 “야심차게 산 새 신발이었는데 너무 화났다. 예쁜 단풍이 없어도 괜찮으니 길거리에 은행 열매들이 다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치구·군별로 은행나무 열매 채취반을 운영해 지난 9월부터 간선도로변을 중심으로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상가 앞 등 시민불편이 예상되는 지역부터 우선 채취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은행나무 열매를 효과적으로 털 수 있는 진동수확기를 지난해 시범 운용한 데 이어 올해 3대 더 확보해 작업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부산시는 시민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간선도로변을 중심으로 진동수확기를 이용해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사진: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시민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간선도로변을 중심으로 진동수확기를 이용해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사진: 부산시 제공).

수확된 열매는 보건환경연구원의 중금속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정된 수확물에 한해서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은행나무 열매 약 2300㎏을 경로당 등 복지기관에 기증한 바 있다. 이에 회사원 정민진(31, 부산시 동래구) 씨는 “초가을 골칫거리만 같던 은행이 그래도 좋은 목적으로 기부된다고 하니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은행 암나무 수종(樹種) 교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사진: 수원시 제공).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은행 암나무 수종(樹種) 교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사진: 수원시 제공).

한편,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는 지난해부터 ‘은행 암나무 수종(樹種) 교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로변 악취의 주범이 되는 ‘은행 열매’를 맺는 은행 암나무를 은행 수나무나 다른 나무로 바꿔 심는 것이다. 올해 4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은행 암나무 600여 그루를 은행 수나무, 느티나무 등 다른 나무로 교체했다. 수원시는 예산 36억 원을 투입해 보전 가치가 있는 은행나무 약 1000그루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2022년까지 교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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