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는 촬영해도 된다?”...불법 촬영 판결의 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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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는 촬영해도 된다?”...불법 촬영 판결의 모호성
  • 부산시 해운대구 황다인
  • 승인 2019.11.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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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성적 수치심’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1심에서는 이 모습을 촬영한 남자의 행위를 성폭력이라고 판단해서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레깅스는 일상복이라는 점’, ‘촬영된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레깅스는 운동복이 될 수도 있지만 이젠 일상복으로도 활용된다는 것이 판결 근거였다. 최종적으로는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레깅스를 입고 밖으로 나오는 여자의 심리는 몸매 과시용이 아니냐, 기분 나쁘면 입지 말았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끔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레깅스가 생활하기 편해서 입긴 하는데 남성들의 노골적인 시선이 두려워서 잘 안 입게 된다고 한다.

시대 상황에 맞추어서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나오고 있다. 야한 옷과 야하지 않은 옷을 구분하는 것은 주관적이다. 계절, 시간, 장소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수록 옷의 야함 여부에 대한 확실한 정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법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말로 불법 촬영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 불법 촬영을 한 남자가 여자의 하반신을 촬영할 때 불순한 목적이 단 하나도 없었을까?

과거 여론에서도 피해자가 성적 욕망을 일으키는 옷을 입었다며 오히려 피해자의 문제를 지적했다. 피해자가 옷을 야하게 입고 다녔으니까 범죄를 당한 것이라는 여론의 분위기도 심각했다.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옷을 입을 자유가 있다. 또, 야한 옷차림을 했으니 피해를 본 것이다, 야한 옷차림을 입지 않았다면 피해를 안 봤을 것이라고 오히려 옷 입은 사람을 꾸짖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의 주요 본질은 결국 불법 촬영이라는 점이다. 법원이 어떤 여성의 옷차림을 판단하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고, 이번 무죄 판결을 통해서 누군가를 몰래 촬영해도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앞으로는 불법 촬영 범죄의 기준 범위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거나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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