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돌아야 축제도 돈다?”...지역 축제 유료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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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돌아야 축제도 돈다?”...지역 축제 유료화 논쟁
  • 취재기자 이도희
  • 승인 2016.01.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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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불꽃축제, 진주 유등축제는 이미 유료화...부산 감천문화마을도 유료화 논의 중
▲ 2015년 광안리 불꽃축제 당시 준비된 유료좌석들. 그냥 백사장에 좌석만 놓고 돈을 받았다는 비판이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부산의 유명 관광지 감천문화마을이 입장료를 유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은 이미 유료화됐다. 지역 축제나 관광지를 유료화하는 데 따른 논쟁은 특히 작년부터 뜨거운 논쟁 대상이 돼 왔다. 작년 경남 진주 남강유등축제를 시작으로, 경기도 부천 국제만화축제, 부산 불꽃축제까지, 지자체 축제들이 앞다투어 유료화했다. 시민들은 지자체가 “21세기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난하지만, 지자체는 재정자립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주 남강 유등축제는 남강에 색색의 유등을 띄우는 행사로, 7만 7,000여 개의 등이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축제인 유등축제를 진주시는 작년부터 유료화하기로 했다. 성인 1만원, 청소년은 5,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첫 유료화의 결과, 전체 관람객은 40만 명, 유료 관람객은 25만 명으로 32억 원의 수익을 얻었고, 행사비용 대비 재정자립도 80%를 달성했다. 

▲ 진주를 찾은 할머니 관광객들이 서로의 등을 밟고 서서 유등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류재수 진주시의원 페이스북)

진주 남강 유등축제의 유료화가 발표되자, 당시 시민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축제 기간 동안 무료 입장객을 막기 위해 설치된 대형 가림막이 화제였다. 굳이 유등을 띄우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림막을 설치해 경관을 해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었다.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남강을 방문한 할머니들이 서로 등을 밟고 올라서 가림막 너머로 유등을 구경하는 사진이 진주 시의원의 SNS에 공개되자 파장은 더욱 커졌다.

진주 참여연대 조한진 사무처장은 작년 10월 13일 <노컷뉴스>에 재작년 280만 명의 관광객들에게 부교통행료 수입과 진주성 입장료로 벌어들인 돈과 작년 입장료의 수익이 비슷하기 때문에 작년 유료화 이후 관람객 수는 예년의 1/7로 줄었고 진주시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쳐서 진주 유등축제 유료화는 결과적으로 손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요신문>의 작년 10월 28일 보도에 의하면, 진주시 문화관광과 하용무 과장은 “축제의 유료화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축제 일몰제’가 바탕이 됐다. 이 제도에 따라 중앙정부 지원이 2012년에 10억 원에서 2015년에는 3억 원으로 줄어든 데다 부족한 예산을 교부세로 충당할 수도 없어 유료화 전환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작년에 18회를 맞이한 국내 최대의 만화축제인 경기도 부천의 국제만화축제도 작년부터 첫 유료화를 실시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사무국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 축제답게 많은 만화가, 만화 산업 관계자,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부천 축제를 찾았고, 총 13만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했다고 한다.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유료 관람객수가 예년에 비해 88% 증가해서 성공적인 유료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료화 후에도 부천 만화 축제를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입장료를 아까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알찬 축제 프로그램 구성에 있었다고 부천시는 말하고 있다. 각종 만화에 대한 전시회들과 마켓이 열리고, 다양한 강연회와 이벤트 참여 행사가 열린다. 고등학생 김지용(19, 부산 수영구) 군은 작년에 만화축제 때문에 처음 부천을 찾았다. 김 군은 “평소에 즐겨보던 웹툰의 작가들과 해외 유명 만화작가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전시장과 야외행사들을 둘러보다 보니까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며 소감을 밝혔다.

부산시의 대표적인 축제이자 11회를 맞이한 부산불꽃축제도 작년에 처음 부분 유료화를 도입했다. 부산 불꽃축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불꽃축제로, 이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부산을 찾는다. 작년 유료좌석은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된 R석, 의자만 갖춰진 S석으로 나뉘었고, 각각 10만 원, 7만 원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총 8,000석 중 5,049석이 판매되어 판매율 63.1%를 달성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불꽃축제의 유료화 소식에 시민들은 불편을 토로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민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된 유료화는 부당하며, 공공재인 해수욕장에서 유료로 불꽃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시민들의 이용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불꽃축제를 광안리 백사장에서 관람한 대학생 최선주(21, 부산시 금정구) 씨는 축제가 실망스러웠다고 평했다. 매년 불꽃축제를 찾았던 최 씨는 작년에도 남자 친구와 함께 S석을 예매했다. 그는 “유료화 좌석은 그저 펜스로만 다른 곳과 분리되어 있을 뿐이고,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것 말고는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주남강유등축제와 부산불꽃축제의 유료화에 이어, 경남 창원시도 축제유료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진해군항제,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등 창원지역 대표 축제들의 유료화 검토를 지시했다. 작년 10월 경 간부회의에서 창원시장은 “진해군항제,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등 국내 대표축제가 열리는 창원에 유료축제가 없다는 것은 문제인 것 같고, 더군다나 관광과 연계되지 않는 축제는 생산성이 없는 것”이라며 축제 유료화에 대해 언급했다.

진주시청 관계자는 “작년 유등축제 유료화는 성공적이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문의를 해 올 만큼 유료화의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제기된 시민들의 불편, 불만은 최대한 개선하려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 시민 정모(60, 부산시 남구) 씨는 “지자체 관광지, 축제 유료화가 전국적인 유행 같다. 감천문화마을 입장료 도입도 시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수익을 누가 가져가고 어디에 쓰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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