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광팬의 롯데 사직야구장 알바는 꿈의 ‘덕업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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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광팬의 롯데 사직야구장 알바는 꿈의 ‘덕업일치’
  • 취재기자 신나리
  • 승인 2019.11.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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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 꿈꾸던 이승헌 씨, 야구장 영상 촬영하며 대리만족
준비부터 하루 5시간 중노동...관객들 전광판 보며 박수칠 때 ‘흐믓’

함성과 열기로 가득 찬 부산 사직 야구경기장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관람객들이 야구를 재밌게 관람하도록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광판으로 중계영상을 내 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카메라 담당 알바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 경기 내내 선수들과 같이 긴장감을 놓지 않고 한 컷이라도 실수 없이 선수들 모습을 담아서 야구장 전광판으로 내보내는 중계 보조 알바생 이승헌(20) 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사실 야구를 굉장히 사랑하는 야구 덕후다.

“관중 입장에서 보는 야구도 재밌지만, 제가 직접 일하며 경기를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 보람차고 기뻐요.”

롯데 자이언츠 6년 차 팬인 대학생 이승헌 씨는 돈 벌며 덕질까지 할 수 있는 ‘덕업 일치’에 성공한 후, 몸이 피곤해도 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평소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무리 힘들어도 꼭 경기를 관람하러 갈 만큼 열혈 팬이었다. 그런 이 씨의 덕질을 눈여겨본 친한 형이 본인이 일하는 사직 야구장에 야구장 중계 보조 알바자리가 났다면 그를 구단에 소개시켜줬고, 그때부터 이 씨의 덕업일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 씨는 “좋은 알바를 소개해준 그 형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마스코트인 갈매기와 함께 이승헌 씨가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이승헌 제공).
롯데 자이언츠 마스코트인 갈매기와 함께 이승헌 씨가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이승헌 제공).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야구장 알바 생활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필드 가까운 곳에서 카메라로 경기를 찍다 보니 선수들이 던진 공에 맞을 뻔한 적도 종종 있었고, 카메라를 메고 이동하다가 선에 걸려 카메라를 부수기도 한 아찔한 경험들이 많았다. 이 씨는 “야구장 알바 중에서도 중계 보조 알바가 제일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카메라 프레임에 좋아하는 선수들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승헌 씨가 직접 카메라로 롯데 자이언츠 선수의 경기 모습을 찍고 있다(사진: 이승헌 제공).
이승헌 씨가 직접 카메라로 롯데 자이언츠 선수의 경기 모습을 찍고 있다(사진: 이승헌 제공).

시즌 중에는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에 일주일에 6일을 출근한다. 하루에 경기가 보통 2~3시간이고, 경기 2시간 전에 가서 미리 촬영 장비를 세팅해야 한다. 그렇게 6일을 매일 나가게 되면 살이 빠질 정도다. 그는 “힘이 필요한 알바는 아니라서 여성도 쉽게 할 수 있지만 다른 직종의 알바들보다 카메라 일이 육체적으로 지치고 금방 피로해진다”고 전했다.

이승헌 씨가 알바할 때 항상 보는 시점은 1루 뒷 쪽이다. 사진에서 보는 각도가 바로 이 씨가 촬영하는 그 시점이다(사진: 이승헌 제공).
이승헌 씨가 알바할 때 항상 보는 시점은 1루 뒷 쪽이다. 사진에서 보는 각도가 바로 이 씨가 촬영하는그 시점이다(사진: 이승헌 제공).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와 함께 취미로 시작한 야구 덕분에 성격이 활발해질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대학 야구 동아리를 하며 꾸준히 야구를 사랑하고 있다. 그는 “시즌에는 정말 바쁘지만 야구를 자주 볼 수 있어 행복했는데, 지금처럼 비시즌에는 야구가 없어서 조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승헌 씨가 활약하는 대학 야구 동아리가 훈련 전 미팅을 갖고 있다. 사진 속에서 왼쪽 앞을 보고 있는 노란 염색을 한 사람이 이승헌 씨다(사진: 이승헌 제공).
이승헌 씨가 활약하는 대학 야구 동아리가 훈련 전 미팅을 갖고 있다. 사진 속에서 왼쪽 앞을 보고 있는 노란 염색을 한 사람이 이승헌 씨다(사진: 이승헌 제공).

승헌 씨는 본인처럼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야구장 알바를 적극 추천했다. 야구장 알바에는 볼보이, 배트보이, 경기 중계 알바 등이 있다. 볼보이와 배트보이는 체격과 힘이 필요하므로 원래는 남성들 전용이었지만, 요즘은 배트걸도 많이 생겨났다. 승헌 씨와 같은 경기 중계 알바는 힘이 필요한 일이 아니므로 여성들도 많이 한다. 그는 “일반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의 알바는 힘도 들고 시급도 많지 않지만, 야구 덕후라면 야구장 알바를 후회하지 않는다. 시급도 시중보다는 낫다”고 귀뜀했다.

이승헌 씨가 경기 전 야구장에서 하는 이벤트를 도와주고 있다(사진: 이승헌 씨 제공).
이승헌 씨가 경기 전 야구장에서 하는 이벤트를 도와주고 있다(사진: 이승헌 씨 제공).

승헌 씨는 야구선수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돼서 기쁘다. 그는 “야구장 알바를 하면서 나 대신 꿈을 이룬 야구선수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꿈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는 게 좋다. 꿈과 같은 가치를 느낄 수 있고, 높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나처럼 말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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