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앞 15년 카페지기, “학생들 입맛도 세월 따라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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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앞 15년 카페지기, “학생들 입맛도 세월 따라 변해요”
  • 취재기자 손다은
  • 승인 2019.11.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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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아로테스’ 대표 이은정 씨, "카페는 가성비 최고"
졸업 후 찾아오는 학생도 여럿...“자식 같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게 보람”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경성대학교 강의실 안에는 유독 ‘아로테스’라는 카페의 음료를 마시는 학생이 많다. 아침 시간, 점심시간을 가리지 않고 많은 학생의 손에는 아로테스의 테이크아웃 컵이 들려있다. 이처럼 이 학교 많은 학생이 방문하는 아로테스의 주인은 이은정(46) 씨다. 이제는 집보다 가게가 더 편하다는 이은정 씨를 만나 그녀와 카페 아로테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로테스는 부산시 남구 대연3동에 위치한 카페다. 아로테스는 향을 의미하는 ‘아로마’와 맛을 의미하는 ‘테이스트’의 합성어로, 향과 맛을 담은 카페라는 뜻이다. 아로테스는 2004년에 개업해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이은정 씨는 “원래 아로테스는 경성대학교 안 콘서트 홀 옆에 입주해서 영업을 시작했다. 거기서 11년 운영했고, 지금 자리로 옮긴 지는 5년밖에 안됐다”고 설명했다.

카페 아로테스의 외부 모습. 경성대학교 학생들은 이곳을 밥집 골목을 뜻하는 ‘밥골’이라고 부른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카페 아로테스의 외부 모습. 경성대학교 학생들은 이곳을 밥집 골목을 뜻하는 ‘밥골’이라고 부른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이은정 씨는 아로테스를 운영하기 전에는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 없었다. 원래 직장생활을 하던 그녀는 우연히 카페를 창업할 기회를 갖게 됐고 아로테스를 개업했다. 그녀는 “2004년 당시에는 ‘테이크아웃 카페’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며 “나도 카페 창업을 준비하기 전에는 ‘라떼’라는 단어조차 몰랐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카페를 창업한 후 제대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으로 음료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당시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이란 말도 생소했다. 그녀는 “본사가 없는 독립 카페라 처음부터 내가 다 시작해야 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계속 운영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 위치한 만큼 아로테스의 주 고객층은 대학생이다. 그녀는 학생에게 주문을 받자마자 음료를 빨리 내주는 것을 가장 신경 쓴다. 이은정 씨는 “대학생들은 강의 숙제 등등 언제나 바쁘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음료를 빨리 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씨는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생각해서 음료의 가성비를 항상 고민한다. 학생들에게 더 질 좋고 맛있는 음료를 싸게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먹었을 때 만족스러운 음료를 만들고자 한다. 내 아이에게 준다는 마음으로 음료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더는 장사한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찾아오는 학생 하나하나가 다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 그녀는 “오래 장사를 한 만큼 학생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다들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자식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더 싸고 질 좋은 음료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독 단골손님이 많다는 아로테스. 이은정 씨는 그 비결로 ‘소통’을 꼽았다. 그녀는 학생 모두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주방을 나와 이제는 카운터를 직접 보고 있다. 그녀는 “예민한 성격이기 때문에 음료를 직접 만들지 않으면 성에 안 찬다. 하지만 손님에 맞춰 판매하고자 하는 생각에 직접 카운터를 보면서 얘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더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교수님들도 많이 찾아주시는데 이제는 주문하실 때 메뉴를 말씀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교수님들이 찾는 음료를 이미 알아서 척척 준비해드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46세인 이은정 씨는 학생들과의 세대 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항상 즐겁다는 그녀, 이은정 씨는 “올해 대학교 3학년인 한 여학생은 나한테 언니라고 부른다. 딸뻘인 학생한테 그런 호칭을 들으면 민망할 때도 있지만 날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장사를 오래 한 만큼 이은정 씨는 대학생들의 시대 변화를 시시각각 느끼고 있다. 학생들이 찾는 메뉴를 보면 최근 음료의 유행을 알 수 있는 게 그 실례. 그녀는 “학생들은 변화에 민감하다. 흑당 음료가 유행인 지금, 학생들이 제일 먼저 가게에서 흑당 음료를 찾더라. 이런 점을 참고해서 메뉴 개발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아로테스의 메뉴판은 더는 공백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다. 그만큼 다양한 음료를 개발하고 서빙한다. 그러나 이은정 씨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신메뉴 개발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학생들이다. 그녀는 “어떤 손님이 생강차를 찾으면 다음 날부터 생강차를 준비해둔다”며 “생강차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생강 모과차, 생강 유자차 등 생강과 연결돼서 최대한 많은 메뉴를 갖춰둔다”고 말했다. 손님에 맞춰 모든 메뉴를 항상 준비해두고 싶다는 것. 그녀는 손님이 메뉴판에 없는 메뉴를 찾아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로테스의 메뉴판은 크고 동시에 메뉴들로 꽉 차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료들이 준비돼있는 만큼 이집 주인의 노력 역시 메뉴판에 꽉 차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아로테스의 메뉴판은 크고 동시에 메뉴들로 꽉 차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료들이 준비돼있는 만큼 이집 주인의 노력 역시 메뉴판에 꽉 차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한 대학교 앞에서 오랜 기간 카페를 운영한 만큼 그녀에게는 카페가 만들어준 소중한 인연이 많다. 그녀는 특히 개업 초창기 때 만난 학생이 한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개업 초반인 시점에 그녀는 만삭이었다. 그 당시에는 셀프서비스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은정 씨가 직접 카페의 모든 일을 해야 했다. 근데 이은정 씨를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일을 돕고 싶다며 설거지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 일이 있은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말을 잊지 못한다. 나를 도와주고 싶다던 그 남학생은 현재 어느 대학의 교수가 되어 지금도 종종 가게를 찾는다. 멋진 인연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데 힘든 일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은정 씨는 힘든 점은 굳이 생각해내야 할 만큼 적다고 했다. 그녀는 “힘든 일을 굳이 꼽자면 손님들이 음료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남긴 이유를 알고자 남은 음료 맛을 확인하기 위해 마셔보기도 한다. 아마도 남은 음료를 마시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제는 가게를 찾아주는 학생들에게 아로테스가 휴식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이은정 씨는 학생들이 가게에서 만큼은 편안하게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인다. 그녀는 “정말 힘든 일이 있으면 편하게 말해주면 좋겠다.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거나 짐을 맡아달라는 식의 부탁도 괜찮다. 학생들이 나를 엄마처럼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고 말했다.

아로테스 내부에 갖춰진 다양한 용품들. 학생을 생각하는 이은정 씨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아로테스 내부에 갖춰진 다양한 용품들. 학생을 생각하는 이은정 씨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아로테스 내부의 모습. 많은 학생이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내는 장소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아로테스 내부의 모습. 많은 학생이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내는 장소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이은정 씨는 앞으로는 간식과 빵 종류를 더 늘리려고 한다. 그녀는 학생들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자신의 카페에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빵 종류를 더 배워서 메뉴를 늘릴 계획이다. 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계속 제공하려고 한다”고 이은정 씨는 전했다. 메뉴도 계속해서 늘릴 것이라는 이은정 씨는 “지금 일하는 직원은 메뉴 수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내 눈에는 하나도 안 많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더 많은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아로테스에서 판매 중인 간식과 빵 종류다. 이은정 씨는 앞으로 이 판매대를 더 가득 채울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현재 아로테스에서 판매 중인 간식과 빵 종류다. 이은정 씨는 앞으로 이 판매대를 더 가득 채울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사진: 취재기자 손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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