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사람들은 매장에 가서 쇼핑을 즐겼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번 돈으로 물건을 구입해서 소유할 때 가지는 일종의 희열감을 느꼈다. 그러나 다가올 2020년부터는 클라우드(cloud) 소비 비중이 높아질 예정이다.
클라우드 소비란 원래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나온 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이 PC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개별적으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구름(cloud)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중앙 하드웨어 저장 장치나 소프트웨어에 연결해서 일정액을 내고 사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이 일반 소비 행위로 연장돼서 각자가 필요한 물건, 공간, 정보 등을 개인이 각자 자기 것으로 소유하는 형태가 아니고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래서 클라우드 소비는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독경제와 유사한 의미이며, 우버 택시나 에어 비앤비처럼 남는 시설이니 설비를 구매하지 않고 여럿이 나눠쓴다는 의미에서 공유경제와도 비슷하다.
클라우드 소비의 고전적 사례는 도서관이다. 원하는 책을 개인별로 사기보다 각자 책을 빌려 본 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그 다음 사람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바로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클라우드 소비 형태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소비 형태인 클라우드 소비가 향후 소비 형태를 주도하게 될 이유는 바로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친구들과 서로 사진을 주고받고, 원하는 영화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다운받아 보고, 원하는 옷이나 신발 가방을 스마트폰 앱으로 빌려 쓰고 다시 반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서, 클라우드 소비는 우리 시대 하나의 소비 형태로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건이나 정보 이외에 공간도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다. 공간 공유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We Work’다. We Work는 회사 사무실을 얻고 싶지만 임대료가 비싸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을 공유하도록 해주는 회사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피스 공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에어비엔비도 여행객들과 자기 집 빈방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공유 플랫폼이다. 여행객들은 에어비엔비가 생긴 이후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부산영상위원회 서포터즈 활동을 했을 당시, 부산영상위원회가 3개 층 정도를 영화 관련 스타트업 기업이나 감독, 작가에게 빌려주고 있었다. 영상위원회 직원들이 회사 건물을 전부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공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자세히 알고 싶어 독립영화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영화진흥위원회가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소규모 독립 영화사들에게 재정적 혜택을 주기 위해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위치까지 좋은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었다.
쏘카와 같은 자동차 대여 서비스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전동 자전거나 킥보드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점점 이용자가 늘어 이러한 서비스를 해주는 회사도 늘고 있다. 그 이외에도 비싼 명품 옷이나 신발 및 운동기구나 노트북 등을 대여해주는 앱도 하나 둘씩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정적인 소득으로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는 현대인들이 선택한 새로운 소비형태가 바로 공유경제, 또는 구독 경제인 것이다.
그러나 자기 소유의 물건이 아니므로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제자리에 반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길을 지나가다 골목에 가끔 쓰러져있는 전동 킥보드를 볼 때가 있다. 분명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사용한 자전거와 킥보드인데 녹이 슨 채로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배려심과 공공 예절이 부족한 사람들 때문에 공유경제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커져가면서 택시운전사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도 공유경제가 가진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한 법 규제가 존재하지 않은 채로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 기존의 직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공유경제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정비도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공유경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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