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재난현장서 소중한 목숨 234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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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재난현장서 소중한 목숨 234명 구했다
  • 취재기자 박현주
  • 승인 2016.01.2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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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19 인명구조견 22마리 맹활약...부산 소방대엔 천둥이, 바람이

붕괴된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부서져 있다. 그 밑 어딘가에 사람이 깔려 있을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바로 그때, 사고 현장에 날렵한 몸짓으로 개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뒤따라온 119 구조대 대원이“찾아!”라고 외치자, 그 개는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개가 한 자리에 멈추더니 ‘컹컹!’큰 소리로 짖어댄다. 개가 멈춘 자리에 대원들이 모여들어 잔해물을 치우자, 파묻혀 있던 사람의 형체가 드러난다. 매몰 사고자가 목숨을 구하는 순간이었다.

▲ 매몰 현장을 수색하는 부산소방본부 특수구조대 소속 인명구조견 ‘세중이’의 모습. 세중이는 여러 인명을 구조하고 현재는 은퇴했다(사진: 부산시 페이스북 제공).

이 붕괴 사고 현장에서 사고자의 인명을 구한 개의 정체는 인명 구조견이다. 인명 구조견은 소방서나 경찰서에서 산사태나 지진, 건물 붕괴 등 각종 재난 상황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구조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명 구조견은 산악 구조견, 재해 구조견, 설상 구조견, 수중 구조견 등이 있으며, 각자 맡고 있는 특수 임무를 해내기 위해 고도의 훈련을 받는다. 그들의 공통적인 최종 목표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개가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보다 발달한 후각과 청각을 갖췄기 때문이다. 수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서도 후각에 의존하는 인명 구조견은 실종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명구조견협회의 훈련교육관이자 경북 경주시에서 개훈련소를 운영하는 박순태 소장은 “개는 신체 구조 중에서 후각이 가장 뛰어나다. 심지어 사람보다 100만 배 이상 후각이 발달해 모든 생활을 후각에 의존하고 있다. 개가 가지고 있는 본능인 후각을 이용하면 신속한 인명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명 구조견들은 500m~1km 떨러진 거리에 있는 조난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한 부유취(공기 중 떠다니는 냄새)를 따라 조난자를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사람보다 50배 이상 뛰어난 청각까지 활용하여 사람의 힘으로 처리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나 첨단 구조장비로 탐색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명 구조가 가능하다. 구조견 한 마리당 구조대원 30~40여 명 이상의 수색 능력을 발휘한다고 인명 구조견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개가 아무리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어도, 인명 구조에 알맞은 견종은 사역견(각종 작업 또는 노동에 쓰기 위하여 사육되는 개)으로 한정되어 있다. 박 소장은“체력과 사람에 대한 친화성이 다른 견종들보다 우수한 사역견을 인면 구조견으로 주로 이용한다. 요즘은 목양견이나 사냥견도 인명 구조견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명 구조견은 어린 시절부터 훈육을 통하여 구조견으로 사육된다. 붕괴 지역이나 산악 지대처럼 울퉁불퉁하고 비고정적인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보행성 훈련, 총소리나 천둥소리 등 어떠한 소리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 교통 순치성이라 하여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에 놀라지 않는 훈련 등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람을 발견한 뒤, 사람을 찾았다는 신호를 알리는 통보 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인명구조 능력을 갖추게 된다.

박 소장에 따르면, 인명 구조견은 시험을 통과해야만 공식적인 인명구조견으로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시험 단계는 1단계인 적합시험(구조견으로서 해당 개가 적합한지 확인하는 시험)과 국제인명구조협회의 위원에게 심사받는 2단계 시험, 3단계 시험 순으로 나뉘어져 있다. 인명 구조견은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시험을 통과해서 검증받아야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발된 개는 중앙119구조본부 국가인명구조견센터에서 인명 구조견의 도움이 필요한 각 부서에 무상으로 배치된다.

▲ 전국 인명구조견 출동실적 현황 (자료: 2014년 7월 기준 중앙119구조본부 제공).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강원 원주 소방서에 처음 인명구조견이 도입딘 이후, 현재 전국에는 22마리의 119 인명 구조견이 활약하고 있다. 중앙119구조본부의 2014년 7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인명 구조견은 2,102건의 현장에 출동해 234명의 인명을 구조했으며, 중앙을 제외한 8도 가운데 부산이 2015년 전국 119인명 구조견 기관 평가에서 5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될 만큼 훌륭한 실적을 보였다.

▲ 부산소방본부 특수구조대 소속 천둥이(왼쪽)와 세중이의 뒤를 이은 바람이(오른쪽)의 모습이다(사진: 서태호 핸들러 제공).

 

▲ 부산소방본부 특수구조대 소속 서태호 핸들러가 담당 인명 구조견 천둥이를 훈련시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부산 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대 핸들러(인명구조견과 짝을 지어 구조 작업을 하는 운용자) 서태호 씨는 천둥이라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의 인명 구조견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 씨는 “출동 시에 ‘인명구조견’이라고 쓰인 조끼를 천둥이에게 입히는데, 조끼를 입으면 천둥이도 구조하러 가는 줄 아는 것 같다”며 “인명 구조견도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구조대원들과 같이 힘을 합쳐 부산의 인명구조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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