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무서운 나, 콜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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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무서운 나, 콜 포비아?
  • 취재기자 김채민
  • 승인 2019.11.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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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공포증 느끼는 사람 증가...문자 모바일메신저 등 선호

대학생 김도희(20,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전화 벨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거나, 전화 받기가 무섭다. 벨소리가 아닌 진동이나 무음으로 바꿔 생활한다. 콜 포비아를 느끼는 것이다. 김 씨와 비슷한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콜 포비아(Call Phobia)는 전화통화 전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이다. 통화보다는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를 선호한다. ‘전화 공포증’이라고도 불린다. 2009년경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다. 전화가 두려워 간단한 문의전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심리적 위축, 타인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언어 구사에 어려움을 느끼고 말 더듬기, 할 말을 미리 적어두는 것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콜 포비아를 느끼는 사람들은 전화를 받지 않고 끊길 때까지 기다리거나 끊어버린다. 그 후 따로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콜 포비아를 느끼는 사람들은 전화를 받지 않고 끊길 때까지 기다리거나 끊어버린다. 그 후 따로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콜 포비아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인남녀 중 46.5%가 전화통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대학생 그룹(47.3%)이 직장인 그룹(44.8%)보다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조사한 ‘콜 포비아를 겪는 이유 TOP5'다(사진: 잡코리아X알바몬 제공).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조사한 ‘콜 포비아를 겪는 이유 TOP5'다(사진: 잡코리아X알바몬 제공).

콜 포비아를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메신저 앱·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서(49.2%)였다. 뒤를 이어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할까 봐(35.5%)’, ‘말을 잘 못해서(28.4%)’, ‘통화 업무나 선배/상사와의 통화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서(18.0%)’, ‘통화로는 상대방 말을 정확히 듣고 이해하는 게 어려워서(18.0%)’ 등도 콜 포비아를 겪는 주요 이유로 꼽았다.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으로는 ‘비대면 의사소통-문자/메신저’를 선호한다는 답변이 44.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직접 만나 의사소통 하는 ‘대면 의사소통(41.8%)’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2위, ‘비대면 의사소통 방식 중 전화(12.9%)’를 선호한다는 답변이 가장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4년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 목적’에 따르면 ‘채팅과 메신저를 하기 위해서(79.4%)’가 ‘음성·영상통화(70.7%)’보다 높았다. 옛날에는 친구와 헤어질 때 ‘전화 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카톡 해’나 ‘문자 해’와 같은 말을 더 많이 한다. 사람들은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껴 전화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상담 치료센터 조이어블(Joyavle)의 CEO 질 아이센슈타트는 한 인터뷰에서 “콜 포비아는 상호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며 “메시지는 생각하면서 답장을 보낼 수 있는데 전화는 생각할 틈 없이 곧바로 반응해야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락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오면서 타인과 대면하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 음식 배달을 전화가 아닌 어플리케이션으로 하며, 온라인 쇼핑을 더 선호한다.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와 같이 언택트 마케팅, 즉 고객과 마주하지 않고 서비스와 상품 등을 판매하는 비대면 마케팅 방식이 늘면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에 현대인들은 답을 바로 해야 하는 전화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허시언(20, 경남 양산시) 씨는 “답을 바로 해줄 수 없는 질문이나 부탁을 전화로 하면 답을 해주기 불편해서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콜 포비아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콜 포비아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병원에 방문해 전문가와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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