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보도통제’ 훈령에 언론계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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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도통제’ 훈령에 언론계 거센 비판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11.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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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매체, ‘취재봉쇄 훈령’, ‘언론보복 정권’... 한국기협·언론노조, 강한 반발
‘조국 소환 전’ 취재규제 훈령, “명분, 근거도 없다” 지적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훈령에 연일 언론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훈령은, *피의자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폐지, *수사 진행 중 사안에 대한 검사·수사관의 기자 접촉 금지, *오보 기자의 검찰출입 제한 등을 담고 있다.

다수 언론은 이 훈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국 보도’를 막기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묵살하며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독재·전제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비판에는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 등도 가세,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는 이 논란에 직면, 지난달 31일 ‘규정 제정 관련 추가 설명’을 발표했다. “출입제한 조치는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명백하게 실제로 존재해야 검토 가능하다. 의무 사항이 아니라 재량 사항”이라는 것이다.

오보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각급 검찰청과 검찰청 출입기자단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합리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논란은 ‘국민의 알 권리’,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둘러싼 근본적 가치를 뒤흔드는 부분인 만큼, 정부의 재검토가 없는 한 논란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상 언론의 자유는 법률 없이는 규제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훈령’이라는 조직내부 규칙으로,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려 드는 것도 상식 이하라는 반발이다.

이 논란과 관련, 미디어오늘은 10월 31일자 각 언론보도를 분석했다. 그 분석을 요약하면-.

*중앙일보; 국회의 자료제출 관련 법률에 따라 법무부에 특정인에 대한 공소장을 요구할 경우 법무부가 법률이 아닌 훈령으론 이를 거절할 수가 없는 만큼,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도록 만든 규정이다. 판단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보도다. 법조 출입기자단은 조만간 법무부에 규정에 대한 우려 의견을 전달하고 경찰 출입 기자단과 의견을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 지난 2년간 경향신문의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대법원장, 대기업 고위 임원 등에 관한 보도가 대부분라며, 법무부의 새 공보 규정이 권력감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17년 11월1일~2019년 10월31일자에 실린 경향신문 지면기사 중 서울중앙지검 수사 기사 532건을 분석한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등 사법농단 관련자들 기사가 102건(19.1%)으로 가장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기사가 68건(12.7%),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기사가 61건(11.4%) 순이다.

지난 2년간 언론의 취재 상은 대부분 전·현직 고위공직자 또는 대기업 임직원이었다는 강조점이다.

*한국일보; ‘법무부 새 공보 규정, 언론의 권력 감시 무력화 시도 아닌가’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에서 “수사 과정의 피의사실 공표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피의자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려 여론재판 분위기를 주도하는 행태를 막으려면 정보 공개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문제는 이런 규제를 통한 피의자 인권 보호가 언론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검찰에 대한 취재를 극도로 제한하면 권력형 비리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수사 과정에 인권 침해 행위는 없는지, 검찰이 내부 비리를 유야무야한건 아닌지 언론이 감시할 기회가 크게 제약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오보’를 한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규정은 검찰이 언론을 통제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오보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 알기 어렵고, 여차하면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검사나 수사 종사자의 명예훼손으로 간주해 취재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이 분석은 여러 신문의 보도방향도 분석했다.

*중앙일보; 법무부 훈령의 ‘졸속 제정’을 비판하며 다시금 조국 전 장관을 겨냥했다. 이 신문은 “(이번 훈령은)법에 ‘40일 이상’으로 규정된 입법예고 기간을 무시하고 두 차례에 걸쳐 단 9일간의 입법예고만 진행됐다”며 “당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법무부의 이번 조치를 “조국 보도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조국 파렴치 보도했다고 언론에 보복하는 정권 법무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훈령은 사실상 수사기관이 불러주는 대로 언론이 받아쓰라는 것이다.

훈령대로라면, “‘밀실 수사’를 벌이고 정권 비리는 그대로 덮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보도 지침이 횡행하던 독재 시대에도 없던 발상이자 언론 자유와 국민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법무부 취재 봉쇄 훈령, 언론자유 침해 넘어 통제 수준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훈령을 가리켜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대착오적이다. 검찰이 밀봉된 검찰청사 내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감아주거나 편파적인 수사를 해도 견제할 길이 사라진다. 검찰의 수사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오보 여부를 판정하고 이를 근거로 기자의 취재를 막을 수 있다는 규정도 명백한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각 언론의 보도대로, 이번 정부 훈령의 문제는 많다. 언론의 자유에 관한 한, 언론은 *진실한 사실을, *공익을 위해 보도할 경우, 나아가 *진실이 아니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만 있다면, 어떤 보도라도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게 현대 헌법의 언론자유 보호법리이다.

그럼에도, 한낱 정부가 그 중요한 언론의 자유를 훈령으로 규제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려 든다는 것, 어떤 명분이나 형식으로도 설득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자성과 시정조치가 절실하다는 게 언론계 전반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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