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사건 진범 특정, 그동안 경찰 인권유린 실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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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사건 진범 특정, 그동안 경찰 인권유린 실태 드러난다
  • 부산시 동구 김현준
  • 승인 2019.11.01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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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용의자는 이춘재로 현재 부산의 한 교도소에서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형을 살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조사하는 도중 이춘재에게 믿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0건의 연쇄살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모방 범죄라고 불렸고 이미 한 범인이 20년 형을 살고 석방된 8차사건 또한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이춘재가 밝혔던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한 번 더 큰 충격을 받았다.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당한 윤모 씨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윤 씨는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를 절고 있다. 최근 TV에 비친 윤 씨는 여전히 다리를 절고 있었다. 8차사건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윤 씨는 다리를 절었다. 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범죄를 일으킬 수 없다는 윤 씨의 항변을 경찰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진범으로 확정된 윤 씨의 억울한 20년 옥살이가 시작됐다. 윤 씨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냈으며, 모범수로 분류돼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 상태였다.

나는 이런 수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용의자를 특정할 때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윤 씨는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 만큼 다리를 심하게 절면서 걷는다. 그런 사람이 담을 넘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강압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윤 씨뿐만 아니다. 9차 사건의 용의자 또 다른 윤모 군도 억울하게 1991년부터 1993년까지 2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윤 군은 일본에서 진행된 유전자 감정 결과 범인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아 최종적으로 1심 판결서 무죄를 받고 2년 옥살이를 간신히 끝낼 수 있었다.

또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려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었다. 앞서 윤 군과 같은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받던 차모 씨가 화성 병점역 부근 열차 건널목에서 기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의 강압수사와 부실수사가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 윤 씨, 윤 군, 차 씨까지 모든 사람이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압적인 수사를 해서 진범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왜 당시 경찰들은 범인으로 특정 지어 진범으로 모는 것일까.

화성연쇄살인사건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3대 미제 사건으로 남았을 정도로 큰 범죄 사건이었다. 당시에도 10차 사건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경찰도 범인을 잡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당시 경찰은 단일 사건 가운데 최다인 연인원 205만 명을 동원해 용의자 2만 1280여 명을 조사했다. 이 수치만 봐도 경찰이 얼마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대규모로 수사하고 매우 신경을 쓴 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경찰이 무능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마 그런 여론을 의식하고 어떻게든 용의자를 진범으로 특정하기 위해서 강압수사를 해서 용의자들로부터 억지 자백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씨는“화성연쇄살인사건이 해결이 안 되니까 9차사건 이후 경찰관 5명이 교도소에 찾아와 아는 거 있으면 얘기해 달라는데 아는 게 있어야 대답을 하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관들은 윤 씨를 강압수사로 억울하게 집어넣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진범을 잡고자 교도소에 있는 윤 씨에게 와서 물어본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

또한 윤 씨는 20년을 교도소에서 자신이 지은 죄도 아닌 벌을 받고 나왔다. 과연 잘못되고 억울한 옥살이를 살고 나온 윤 씨의 20년은 어떻게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나는 절대 그 어떤 누구도, 어떤 방식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20년을 절대 교도소 안에서 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씨는 보상에 대해서 명예가 중요하지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사람은 잃어버린 인생 다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권력을 절대 남용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이런 강압수사로 인한 피해자가 나와서도 안 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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