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지태 씨 유족 '김지태 친일' 주장한 나경원 등 고소
이원욱 의원 "MBC의 정수장학회 기부금 지급 법률적 근거 없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이사장 재선임, 논란 일 듯
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완료 결과 정리 중
정수장학회가 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운영하던 부산지역 기업가 고 김지태씨가 지난 1962년 부정축재자로 재판을 받을 당시 박정희 정권에 헌납한 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부산일보 주식과 장학회 기본재산 등을 토대로 설립된 ‘5·16 장학회’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에서 한 자씩을 따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7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부일장학회를 강탈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후 유족이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강압에 의한 재산 헌납은 인정하면서도 김 씨의 의사결정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는 아니었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빅뉴스>의 취재와 경향신문, 부산일보 등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 30일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과 관련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한 '군사정권 침해재산의 사회환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가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유족이 고 김지태 선생을 친일파라고 지목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곽상도, 민경욱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며 "정수장학회를 강탈한 유신정권에 뿌리를 둔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부일장학회 친일' 발언을 한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이기에 너무도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부일장학회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가 유신정권의 강압에 의한 헌납 사실을 확정해 법무부에 국가의 시정조치를 권고까지 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12년 넘게 국가의 시정조치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장학회는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고 최필립 전 대사가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모 방적회사 임원 출신이자 상청회(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 회장 출신인 김삼천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때문에 정수장학회는 늘 정치적 논란거리로 대두돼 왔다.
정수장학회는 최근 김삼천 씨의 이사장 연임 결정을 내렸으며, 조만간 서울시교육청에 승인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어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국회가 정수장학회를 사회환원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돕는 취지의 관련 법안 처리를 미뤄왔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군사정권 침해재산의 사회환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20대 국회가 시작된 2016년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심사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법안심사가 막 시작된 지금이라도 해당 상임위원회는 이 법안 처리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가해자 관련 세력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적반하장격 망언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 법안 처리는 시급하고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지태 씨의 유족들이 지난 30일 김 씨를 ‘친일 인사’라고 주장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곽상도 의원·민경욱 전 대변인 등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유족들은 소장에서 “(고인은)지금까지 국가기구 혹은 민간단체에서 조사하여 만든 친일파 명단에 한번도 이름이 거론된 적 없다”며 “오히려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의 간부를 역임하기도 하였고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고인을 경주 최부자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명예를 지킨 사람”이라고도 주장했다.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선생의 뜻을 따라서 가난하고 어려운 학생에게 돈을 지급하도록 국가가 관리감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수장학회가 가진 언론사에 대한 주식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87년 김지태 씨 관련 상속세 취소 소송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사실을 두고 “김지태는 1927∼1932년까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근무한 공로로 전답을 2만 평이나 불하받아 재산을 축적한 친일파”라며 “허위서류를 작성해 재판부를 속이기까지 한 소송에 (문 대통령이)참여해 친일파 재산을 지켜줬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방송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파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산 환수 소송의 변호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변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 대통령이)골수 친일파 감지태의 후손이 제기한 세금취소 소송의 변호인을 맡아 거액을 받았다”고 적었다.
한편 정수장학회는 현재 부산일보 주식 100% 문화방송(MBC)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1인주주이고 MBC는 방송문화진흥회에 이어 2대주주이다.
이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두 언론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유로 대선 때마다 안팎으로 정치적 논란이 돼 왔다.
이와 관련, 대규모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MBC가 최근 수년간 정수장학회에 1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제출받은 '방송문화진흥회 주요현안 현황'을 분석한 결과, MBC가 정수장학회에 최근 5년 동안 지급한 기부금이 137억 5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매년 27억 5000만 원∼30억 원을 기부한 셈이다. MBC는 경영 위기가 본격화한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20억 원을 지급했다.
이원욱 의원은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 지급은 어떠한 곳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다"면서 "법률적 근거 마련과 현재의 기부금 지급 대안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관할 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월부터 진행해 온 정수장학회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실태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