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미용업소들 ‘미용 가격 사전 고지제’ 무시 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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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미용업소들 ‘미용 가격 사전 고지제’ 무시 예사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9.11.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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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인 ‘호갱님’이라는 단어가 있다. 호갱님은 판매자가 고객 앞에서는 친절하게 굴지만, 실제로는 고객을 우습게 보는 현실을 비꼰 표현이다. 보통 휴대폰을 구입할 때 많이 쓰이는 단어지만, 요즘은 미용실에서도 자주 쓰인다. 사전에 고지된 미용 가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용 업소가 최종 결제할 때 이미 받은 추가 미용 서비스를 운운하며 달라진 가격으로 결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미용 가격 사전 고지제인데 그게 유명무실해서 문제다.

미용 가격 사전 고지제는 미용하기 전, 최종 결제 가격을 손님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는 법이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손님이 돈을 지불할 때 자꾸 이런 저런 서비스를 했기 때문에 최종 결재 금액이 얼마라고 하는 등 일종의 바가지를 씌우는 일들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법이다.

2017년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미용실 옥외에 제시된 가격과는 다른 가격을 청구하는 데가 있다. 미리 미용실에 전화해서 가격을 듣고, 예약하고 방문해도, 결제할 때 금액이 다른 경우가 있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미용실 전단지를 흔하게 받는데, 예전엔 전단지에 ‘커트는 1만 5000원, 파마는 3만 원’ 등 가격이 고정돼서 명시돼 있었다. 요즘 전단지는 ‘커트 1만 5000원부터’, ‘파마 3만 원부터’ 등 최소 가격만을 명시해놓는다. 어찌 보면 부르는 게 값일 수도 있다.

미용 가격 사전 고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용사가 세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만 이용자에게 미리 고지한다는 점이다. 보통 미용실에서 세 가지 이상의 미용 서비스를 받으러 가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미용실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서비스 받는 염색과 파마는 동시에 할 수 없다. 머리가 굉장히 상한다는 이유를 들어 대부분의 미용실에서 안 된다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염색과 파마는 같이 할 수 없다고 해서 염색과 커트를 조금 했는데, 가격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 세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받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용 가격 사전 고지제가 적용이 되지 않아서 이 법의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친구는 서비스인 줄 알았던 머리감는 비용을 따로 받겠다는 미용사의 말에 당황했던 적이 있다. 커트가 아닌 이상 염색이나 파마 등은 머리를 필수로 감아야 한다. 친구는 파마하고 머리를 감은 뒤, 사전 고지 없이 5000원의 추가비용을 내야 했다. 5000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이미 미용을 한 상태에서 돈을 내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염색하면서 미용사가 머리가 상했다며 영양제를 발라준 적이 있다. 가격이 추가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계산할 때 결재 비용에 1만 원이 추가돼 있었다. 원래 옥외에 붙어있는 미용 가격표와 실제 가격이 달랐던 적이 많았기에 여타 얘기 없이 계산하고 나왔다. 이후 어떤 이유로 금액이 추가됐는지 궁금하여 연락하니 영양제값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왜 미용실에서도 호갱님이란 단어가 쓰이는 건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미용실에서 좋은 것을 쓰면 비쌀 수밖에 없고, 미용이 정말 힘들다”는 어느 미용실이 작성한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미용 서비스가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도 맞고, 그에 합당한 금액을 고객이 내야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미용사가 힘든 것과는 별개로 미리 고지한 가격과 최종 미용 가격을 달리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다. 값이 비싸면 비싼 그대로 가격을 명시하는 것이 맞다. 또, 머리 기장이나 상한 정도에 따라 가격을 얼마만큼 더 받는다는 조건을 꼭 명시해야 한다. 머리를 감겨주는 미용 서비스에도 가격이 붙는다면, 이 또한 표시해야 한다. 현 미용가격 사전 고지제에 서비스 수를 두 가지 이하로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미용 서비스 가격표를 좀 더 상세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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