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전 알바 관문 ‘알바 포털’, 이대로 둘 건가?
상태바
불건전 알바 관문 ‘알바 포털’, 이대로 둘 건가?
  • 취재기자 안나영
  • 승인 2019.11.01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입학한 19학번 새내기 여대생 김 씨(20)는 용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포털에 이력서를 올렸다. A 씨는 ㄱ보드게임카페, ㄴ모던 카페 등에서 면접을 제안하는 연락을 받았다. 시급 4만 원에 당일 지급, 자율적인 출퇴근 시간 등에 처음엔 솔깃했다. 하지만 높은 시급에 의심이 들어 구글링을 해보니 ㄱ보드카페는 다름 아닌 불건전 업소였다는 걸 알게 됐다. A 씨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와 다시는 접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에 이력서 등록 시 불건전 업소에서 오는 연락으로 인해 구직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건전 업소 이력서 열람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알바천국 앱 리뷰 페이지와 알바몬 사이트 내 게시글(사진: 알바천국, 알바몬 모바일 어플 캡쳐).
불건전 업소 이력서 열람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알바천국 앱 리뷰 페이지와 알바몬 사이트 내 게시글(사진: 알바천국, 알바몬 모바일 어플 캡쳐).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포털인 ‘○○천국’과 ‘알○몬’의 사이트 내 커뮤니티와 앱 후기에서도 불건전 업소에서 이력서를 열람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여러 차례 게재됐다.

특히 사회 초년생의 경우 불건전 업소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가는 경우가 발생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력서 등록하자 불건전 업소 연락 쏟아져

이에 기자는 실제로 불건전 업소에서 어떤 식의 내용으로 연락이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천국’과 ‘알○몬’에 이력서를 등록했다. 희망직종을 카페 주방·서빙으로 선택하고 성인인증도 하지 않았지만, 이력서를 등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불건전 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알바몬, 알바천국에서 이력서를 열람한 불건전 업소에서 받은 문자메시지(사진: 취재기자 안나영).
알바몬, 알바천국에서 이력서를 열람한 불건전 업소에서 받은 문자메시지(사진: 취재기자 안나영).

불건전 업소에서 보낸 구인 문자메시지에는 공통으로 ‘대화 카페, 시급 4만 원이상, 페이 당일 지급, 출퇴근 시간 자유’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이 발신하는 채용 제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르바이트생의 업무를 명확히 기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대화 카페’로 지칭하며 신체 접촉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듯한 업소도 존재하며, 대다수는 상호조차 밝히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았던 번호로 연락을 해 면접 약속을 잡고 해당 장소로 가봤다. 카페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간판도 없어 찾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온데간데없는 카페, 사실은 유사 성행위 업소

내부로 들어가 보니 카페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카운터와 사무실 같은 작은방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면접을 봤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묻자 상대는 “방이 있고, 그 안에서 손님과 정해진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면 되고 가벼운 스킨십이 있을 수 있다. 스킨십은 전적으로 그쪽(기자)이 원하는 대로만 하는 거다. 하지만 대화만 했을 경우 손님이 해당 직원을 잘 찾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방은 어디 있는 거냐고 묻자 상대는 안쪽에 위치한 문을 열며 안내해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복도가 펼쳐져 있고 여러 개의 방이 있다. 그리고 방마다 침대가 놓여 있었다. 고객과 단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한치 앞도 모르는 일이다.

왼쪽부터 복도와 여러 개의 방, 방 입구, 방 내부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안나영).
왼쪽부터 복도와 여러 개의 방, 방 입구, 방 내부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안나영).

카페라고 소개했던 아르바이트는 아니나 다를까 유사 성행위 업소였다. 처음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았던 문자메시지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기자는 이곳이 유사 성행위 업소인걸 알고 필요한 질문들만 하고선 서둘러 빠져나왔다.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오냐는 질문에 고용자는 “전혀 모르고 오는 사람이 많다. 그쪽(기자)처럼 보통 20대 초반 사람들이 자주 면접을 보러 온다. 그래도 면접을 보면 10명 중 4명은 최소한 일을 한 번은 해본다”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포털의 불건전 업소 공고, 강력한 검수 필요할 때

두 아르바이트 포털에서 사업주 회원은 반드시 기업 인증 과정을 거쳐야 이력서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속칭 ‘키스방’, 혹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암시하지 않는 표현인 ‘데이트 카페’ 등으로 불리는 불건전 업소에서는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구직자의 피해 신고 없이는 이력서 열람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당 업소들은 20대 여성 지원자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 공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다. 공개된 이력서에 기재된 지원자의 번호, 이메일 주소 등으로 연락이 올 시 지원자는 해당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 외에는 알 수 없다. 회사명 또는 상호조차 업체 측의 일방적 전달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불건전 업소가 당구장, 카페 등으로 허위 공고를 올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아르바이트 포털의 불건전 업소 공고 검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채용 제의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해당 제의를 수락할 아르바이트 지원자는 절대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지원자가 ‘데이트 카페’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현재 시스템으로는 ‘데이트 카페’가 가지는 피고용인의 범주 안에 미성년자가 포함된다.

아르바이트생 권익 보호에 앞장선다는 아르바이트 포털이 오히려 불건전 아르바이트의 첫 관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법령의 재정비와 엄정한 단속, 무엇보다도 아르바이트 포털의 이력서 공개 시스템 개선을 촉구해야 할 때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