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역사의 부산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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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역사의 부산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으로 재탄생
  • 취재기자 신나리
  • 승인 2019.10.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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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만 남아 아이파크 홈경기로 구덕의 함성 이어가
야구장, 체육관 헐린 자리에는 대규모 주민 체육공원 개관

부산의 오래된 공설운동장인 구덕운동장은 1920년 작은 동물원 옆 이름 없는 공터였다. 그 공터는 주민들의 마을 체육대회 장소로 사용되다가 1928년 정식으로 부산 공설운동장으로 건립됐다. 이후 야구장, 실내 체육관, 주경기장이 건립되고, 1982년 구덕운동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80년대 부산 대우 로얄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됐고, 그후 대우 로얄즈는 아이파크로 팀 이름을 바꾸고 현재는 사직동에 있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구덕운동장은 88올림픽 때 보조 경기장으로 사용됐고, 2002년 아시안 게임 때는 축구 경기가 열렸을 만큼 유명했지만, 부산의 주된 스포츠인 롯데 야구가 아시아드 경기장에 있는 사직구장에서 열리면서 구덕운동장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관심도 점차 멀어져 갔다. 그 후로는 작년까지 그저 동네 주민들이 저녁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한적한 장소였다.

그러던 구덕운동장이 다시 태어났다. 2017년 운동장 시설 노후화를 막고 과거의 인기를 되돌리기 위해 시는 야구장과 체육관을 철거하고, 축구전용구장으로 용도를 바꿨다. 야구 경기로 사랑받는 부산 아시아드의 야구장과는 달리, 아이파크가 뛰는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축구 경기장은 넓은 공간에 비해 관중석에 사람들이 채워지지 않아, 할 수 없이 부산 아이파크는 새롭게 바뀐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다시 옮겼다. 현재 부산 아이파크 경기가 열리는 홈구장인 구덕운동장은 최대 3만 명이 수용 가능한 크기이며 그럭저럭 관중 동원을 이어가고 있다.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의 지도와 구덕운동장의 역사를 전달하는 종합안내문(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의 지도와 구덕운동장의 역사를 전달하는 종합안내문(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부산 아이파크 경기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부산 아이파크 경기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부산 아이파크의 치열한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 그라운드(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부산 아이파크의 치열한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 그라운드(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부산아이파크와 광주FC경기를 보러 온 대학생 이윤지(21, 부산시 사하구) 씨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아서 재밌었고 경기도 좋았지만 관중석 분위기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 식지 않은 뜨거움으로 가득 찬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의 단체사진(사진: 부산 아이파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busaniparkfc).
경기 직후 식지 않은 뜨거움으로 가득 찬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의 단체사진(사진: 부산 아이파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busaniparkfc).

축구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이동현(23, 부산시 서구) 씨는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아이파크 경기 홍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PL 등 해외축구보다 인지도가 낮은 한국축구는 홍보가 더 필요하다. 부산 아이파크도 홍보를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덕운동장은 축구장 이외에 철거된 야구장과 체육관 대신 그 곳에는 체육공원을 만들어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테니스장, 풋살장, 게이트볼장, 다목적구장, 농구장이 들어섰다. 체육공원 주변에는 산책로와 벤치가 있어서 시민들이 편하게 쉬면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배치된 운동기구와 넓은 다목적구장의 모습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배치된 운동기구와 넓은 다목적구장의 모습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전업주부 이경미(50, 부산시 서구) 씨는 재공사가 된 구덕공설운동장을 자주 애용한다. 이 씨는 “저녁에 소화시킬까 해서 구덕운동장을 찾으면 계단과 산책로가 있으니 가볍게 걷고 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경사진 길이라도 중간에 벤치가 있어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바뀐 산책로(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경사진 길이라도 중간에 벤치가 있어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바뀐 산책로(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벤치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깨끗하게 마련되어있는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벤치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깨끗하게 마련되어있는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사진: 취재기자 신나리).

건축 관련 일을 하는 신상욱(54, 부산시 서구) 씨는 동네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지금은 야구장이 철거되고 밝고 트인 공간에서 편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신 씨는 “운동장이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그런 부분을 다 개선하고 정말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서 좋다. 잘 찾지 않았던 운동장인데, 지금은 강아지와 매일 저녁 이 곳으로 오게 된다”고 전했다.

구덕공설운동장의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지만, 주변 상가의 매출은 과거의 영광을 되 찾지 못하고 있다. 구덕공설운동장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 점주는 체육공원이 들어 섰어도 손님이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은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 매출은 전과 같다”고 전했다.

부산 유일의 운동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을 당시만큼 구덕운동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대학생 이빈아(21, 부산시 서구) 씨는 “주민들을 위해 만든 체육공원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여유를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산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구덕운동장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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