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공장에서 복합 문화공간으로...‘F1963’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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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 공장에서 복합 문화공간으로...‘F1963’의 변신은 무죄
  • 취재기자 박지혜
  • 승인 2019.11.0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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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중고서점, 체코 맥주집, 테라로사 커피점 입점
부산 대표 문화공간으로 사람 발길 ‘북적북적’
부산 지하철 2호선 망미역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수영강이 흐르고 있고, F1963 주변에는 코스트코가 위치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부산 지하철 2호선 망미역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수영강이 흐르고 있고, F1963 주변에는 코스트코가 위치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하고 있는 ‘F1963’의 ‘F’는 Factory(공장)를 의미하고, 1963은 고려제강이 이곳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현수교 다리용 거대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는 고려제강 수영 공장이었고, 2008년 생산을 종료하고, 2014년부터 부산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여 주목받았다. 그리고 2016년, 와이어공장은 국내에서 포항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마침내 옛 공장부지는 복합 문화 공간 F1963으로 재탄생했다.

숲 속 대나무를 지나가면 F1963 입구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숲 속 대나무를 지나가면 F1963 입구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F1963의 겉모습은 거대한 공장처럼 보이지만, 안의 내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옛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그 안에 들어 있다. ‘Yes24’ 중고서점, 체코 맥주를 판매하는 맥줏집 ‘Praha(프라하)993’, ‘테라로사’ 커피점이 F1963을 대표하는 입주 업소들이다.

F1963 입구 맞은편에는 F1963에서 구경할 수 있는 Yes24 중고서점, 테라로사 커피점 등의 안내도가 있다. 안내도 재료는 공장 철판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F1963 입구 맞은편에는 F1963에서 구경할 수 있는 Yes24 중고서점, 테라로사 커피점 등의 안내도가 있다. 안내도 재료는 공장 철판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F1963 안에는 테라로사 커피점이 복합문화공간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고, 맞은편에는 Yes24 중고서점, 그 옆에는 바로 Praha993이 위치하고 있다(사진: F1963 홈페이지 제공).
F1963 안에는 테라로사 커피점이 복합문화공간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고, 맞은편에는 Yes24 중고서점, 그 옆에는 바로 Praha993이 위치하고 있다(사진: F1963 홈페이지 제공).

국내 최대 규모 중고서점이자 대한민국 대표 서점의 첫 번째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인 ‘Yes24 중고서점’은 책을 중고로 구매하거나, 서가에서 책을 꺼내 읽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체험판매장’이라는 뜻으로, 한 기업에서 만들어낸 여러 상품을 한곳에 모아서 홍보하고 판매하는 곳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박용성 매니저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손님들이 접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Yes24 중고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일반 서점보다 책값이 저렴하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 헐랭이 닷컴 블로그 제공).
Yes24 중고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일반 서점보다 책값이 저렴하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 헐랭이 닷컴 블로그 제공).

Yes24에는 중고서적을 매입할 수 있는 ‘바이백서비스’와 전자책 단말기를 체험할 수 있는 ‘크레마 단말기 체험존’이 있다. ‘바이백서비스’는 본인이 다 읽거나 보관하기 힘든 책을 이곳에 와서 팔고 현금이나 포인트로 받아서 다시 다른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진열된 책들은 중고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질과 상태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책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하고 있다.

Yes24 중고서점은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옵셋 인쇄기가 전시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Yes24 중고서점은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옵셋 인쇄기가 전시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Yes24 중고서점은 책을 사지 않고 대여해서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조용함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인 박영현(28, 부산시 북구) 씨는 “다른 서점은 1층, 2층 왔다갔다 거리기가 불편한데, 여기는 공간이 한 층으로 쭉 이어져 있어서 무엇보다 이동하기 편리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온 여행객 임아순(28) 씨는 “다음에도 부산에 오면 다시 방문하고 싶고,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편한 곳”이라고 말했다.

Yes24 중고서점에서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도록 독서대 형태의 의자가 마련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Yes24 중고서점에서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도록 독서대 형태의 의자가 마련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서점 외에도 외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며 전통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부산 최초로 체코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Praha(프라하)993’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딴 이곳은 체코인 2명이서 체코 전통 맥주를 만들어 팔고, 맥주뿐만 아니라, 체코 전통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세일즈맨 팀장을 제외하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외국인 또는 다문화 사람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딴 Praha993은 부산 최초의 체코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딴 Praha993은 부산 최초의 체코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이곳은 최근 트렌드인 ‘수제맥주’가 경쟁력 있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다른 맛, 다른 스토리’라는 차별성을 내걸었다. 바로 그 차별성이 일반 맥주와는 다른, 체코만의 특유한 맛이 느껴지는 근본적인 맥주라는 점.

Praha993에서 수제맥주를 캔으로도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Praha993에서 수제맥주를 캔으로도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하지만, 낮부터 술을 마시는 대중문화가 발달한 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낮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 찾아오는 손님이 드물다고 직원이 말했다. 직원 이모(26) 씨는 Praha993의 체코 맥주가 “2-30대 사람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보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Praha993말고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또 다른 장소는 바로 ‘테라로사’다. 테라로사는 몇 명의 커피 명인들이 강릉에서 커피를 만들어 파는 카페로 출발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고, 이제 테라로사는 ‘강릉’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부산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테라로사 카페 지점이 들어선 것.

테라로사 입구에 들어서면, 기존의 옛 공장에서 사용했던 와이어가 아직 남아있음을 볼 수 있어 엔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테라로사 입구에 들어서면, 기존의 옛 공장에서 사용했던 와이어가 아직 남아있음을 볼 수 있어 엔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테라로사 커피숍 안에 있는 커피의 원두를 볶는 로스팅 기계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테라로사 커피숍 안에 있는 커피의 원두를 볶는 로스팅 기계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테라로사에서는 세계 커피 농장에서 직접 구해온 다양한 커피의 원두를 구매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테라로사에서는 세계 커피 농장에서 직접 구해온 다양한 커피의 원두를 구매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커피숍 내부는 기존 와이어공장이었던 곳을 인테리어만 조금 바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이 커피숍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는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테라로사 커피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테라로사 커피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 박소영 씨는 “우리는 단순히 카페만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에서 직접 원두를 직거래해서 커피를 만든다는 점이 우리 회사만의 컬러”라고 말했다.

테라로사 커피만의 엔틱한 분위기와 직접 산지에서 가져온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테라로사 커피만의 엔틱한 분위기와 직접 산지에서 가져온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혜).

F1963 내부에 있는 F1963 스퀘어에서도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만 해도 F1963에서 마당극, 환경과 관련된 체험 전시, 작가 초청 전시회 등의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진행했다. 부산 문화재단 프로그램 매니저는 “F1963은 기존의 재생공간에서 벗어나 앞으로도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1963 안에서 볼 수 있는 F1963 스퀘어로, 이곳에서는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F1963 홈페이지 제공).
F1963 안에서 볼 수 있는 F1963 스퀘어로, 이곳에서는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F1963 홈페이지 제공).

F1963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산 대표 관광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F1963을 많이 방문하는 이유는 공장지대를 복합문화시설로 건축을 재활용하면서 F1963만의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F1963 안에 있는 시설들은 각자 특색 있고, 차별된 전략으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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