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돼지농가, ‘돼지열병’에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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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돼지농가, ‘돼지열병’에 두 번 운다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10.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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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이 ‘싼겹살’로... “그래도 안먹어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값이 계속 추락하고 있고, 삼겹살 수요가 줄어들면서 '삼겹살'이 '싼겹살'로 불리고 있다.(사진:pixabay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값이 계속 추락하고 있고, 삼겹살 수요가 줄어들면서 '삼겹살'이 '싼겹살'로 불리고 있다.(사진:pixabay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후 한 달, 국내 돼지농가들이 울고 있다. 폭등하리라던 돼지고기 값은 계속 추락하고 있고, 삼겹살 수요도 눈에 띠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탕박 기준)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1㎏당 3155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ASF의 첫 확진 이후 한때 6201원(지난달 18일)까지 올랐던 가격이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 1~8월 평균가격(4232원)보다도 25% 이상 낮다. 10월 평균 경락값이 3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2013년 10월 평균 경락값이 3270원이었다.

소비자 가격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4일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소비자가격은 1㎏당 1만7720원으로 지난달 18일(2만442원)에 비해 13.3% 하락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 1~18일 삼겹살 등 돼지고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줄었다.

양돈업계는 돼지고기 가격 추락을 공급과잉 문제로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의 이동금지 같은 명령을 우려하는 양돈 농가들이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경매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돼지고기를 찾는 수요는 오히려 줄고 있다. 혹시라도 감염된 돼지가 섞여 있을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삼겹살을 찾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더 삼겹살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삼겹살이 내리니 더 찝찝한 느낌이 들어 안사먹는 악순환이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수입 쇠고기와 닭고기 매출은 각각 75%와 38% 급등했다.

정부와 양돈업계는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대대적인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펼쳐 소비를 부채질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염병이라는 막연한 공포심이 돼지고기 소비 자체를 아예 없애고 있다"며 "할인 행사 등으로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막고는 있지만 돼지열병 사태로 침체된 소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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