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겐 뽀로로가 있다면 ‘어른이’에겐 펭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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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겐 뽀로로가 있다면 ‘어른이’에겐 펭수가 있다!
  • 취재기자 박지현
  • 승인 2019.10.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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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 2030세대에 큰 인기몰이

최근 교육방송 EBS에서 야심차게 내 놓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속 펭귄 캐릭터 ‘펭수’가 2030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EBS 프로그램에서 만든 캐릭터임에도, MBC와 SBS 라디오 출연과 함께 심지어는 부산에서도 팬 사인회를 하는 이 캐릭터. ‘펭수’는 어떻게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의 마음을 훔친 걸까?

펭수는 EBS에서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와 EBS1 TV 채널에서 내놓은 펭귄 캐릭터다. 키가 210cm나 되는 위협적인 키와 어딜 보고 있는지 모를 초점 없는 눈, 걸걸한 성인 남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펭수. 과거엔 탈을 쓴 캐릭터가 녹화 후 그 캐릭터의 성우가 후시녹음을 했다면, 21세기 캐릭터 펭수는 커다란 탈을 쓴 캐릭터가 직접 말하고 노래하며 모든 콘텐츠를 소화해낸다.

이런 펭수는 '남극에서 스타 크리에이터란 꿈을 가지고 헤엄쳐 온 210㎝ 자이언트 펭귄‘ 이자,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은 모두 가보고, 해보고 싶은 것도 모두 해본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EBS에서 연습생 신분이다. 스타가 되기 전 연습생 시절을 보내는 것처럼 펭수도 마찬가지로 스타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기 위한 '연습생'인 것.

EBS프로그램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채널(사진: 유튜브 캡쳐).
EBS프로그램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채널(사진: 유튜브 캡쳐).

<자이언트 펭TV>는 2주 만에 15만에 이르는 구독자를 확보, 현재 구독자 30만을 돌파했다. 펭수가 2030세대에서 큰 주목을 얻게 되며, 높은 조회 수를 보이는 영상은 ‘EBS 육상 대회’편이다.

이 영상에선 과거 2030세대가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봤던 프로그램 캐릭터가 나온다. 뚝딱이, 번개맨, 뿡뿡이, 뽀로로, 짜잔형 등 추억의 캐릭터들이 모여 체육 대회를 하는 이 영상은 어른들의 동심과 추억을 꺼내기 충분했고, 현재 조회 수 1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이언트 펭TV> 구독자 황정경(24, 부산 사상구)씨는 “펭수를 보려고 유뷰트뿐만 아니라, EBS를 본방사수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EBS는 두 번 다시 안 볼 줄 알았는데 EBS가 내 추억을 건드린다”며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자이언트 펭TV> 동영상 댓글들을 보면, 황 씨와 비슷한 2030세대의 반응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동영상의 댓글들(사진: 유튜브 캡쳐).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동영상의 댓글들(사진: 유튜브 캡쳐).

펭수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교육방송 EBS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EBS는 ‘교육적인 올바른 내용만 보여줄 것이다’란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펭수는 이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스스로 자신을 EBS 연습생이라고 자칭하지만, EBS 김명중 사장 이름을 서슴없이 내뱉는다든가,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 “못해먹겠다”고 자신의 주장을 솔직하게 말하는 당당함을 보인다.

구독자 이희수(33, 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펭수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해준다”며, “부당한 게 있으면 사장 이름을 거침없이 말하며 표현하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교육방송이 보여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점이 참 매력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점이 기존 시청 연령층인 어린이에게 유해하진 않은지 걱정인 의견도 있다.

‘EBS 육상대회’ 편에서는 뚝딱이(EBS 캐릭터)가 승부가 제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상대방을 밀치며 화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일명 ‘꼰대’ 스러운 모습도 서슴없이 보이곤 한다. 펭수는 가끔 실수하거나 자신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에는 항상 매니저를 부르며, 매니저에게 의존하고 자신의 실수를 탓한다. 이러한 점에서 아이들은 자극적인 행위에 쉽게 노출되거나 모방할 수 있다.

EBS 육상대회편 중 한 장면(사진: 유튜브 캡쳐).
EBS 육상대회편 중 한 장면(사진: 유튜브 캡쳐).

8살 아들을 키우는 주부 김혜윤(36, 창원시 진해구)씨는 “아들과 함께 <자이언트펭 TV>를 자주 보곤 하는데, EBS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나올 때가 가끔 있다”며, “구독 연령층에 아이들도 많기에 자극적인 대화나 행동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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