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 여자 아이돌 성희롱...팬덤문화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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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 여자 아이돌 성희롱...팬덤문화가 무섭다
  • 울산시 동구 김현진
  • 승인 2019.10.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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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응답하라 1997>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90년대 팬덤 (fandom)문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팬덤은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를 뜻한다. 90년대는 미디어가 지금보다는 덜 발전된 시대였다.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를 보려면 직접 따라다니는 방법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가수의 집 앞에서 직접 밤을 새우고, 혈서를 써서 선물로 보낸다. 이렇게 극단적인 형태를 보임으로써 팬덤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팬덤문화는 90년대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다고 한다. 온라인상에서는 팬덤문화의 순기능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기부문화’로 좋아하는 스타와 함께 팬들이 기부하거나 다른 선행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팬덤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는 다르다. SNS 중 트위터는 팬덤들이 다수 모인 공간이다. 주도적으로 아이돌을 홍보하고 팬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한다.

좋아하는 연예인 생일만 되면 어김없이 ‘트위터’에는 생일선물 모금을 시작한다. 값비싼 명품들로만 이루어진 선물들은 팬들의 모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밖에도 생일광고, 음식 서포트 등 팬들의 아이돌에 대한 ‘조공’은 당연시됐다.

팬 사인회도 마찬가지다.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서는 랜덤 추첨에 당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앨범을 수없이 사야한다. 팬 사인회를 하는 고작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최소 100만 원의 돈을 지불한다. 여기서 팬들은 “내가 돈을 지불하고 행사에 왔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하겠다”는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팬이 남성 아이돌 그룹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성 아이돌 그룹의 팬 사인회에서 남성 팬이 선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팬 사인회에서는 어느 팬이 몰래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는 안경을 쓰고 참석해 논란이 됐다.

최대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팬들의 조공문화가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다양한 팬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고, 아이돌 판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아이돌들은 여러 성희롱과 악플에 시달린다. 사실상 이런 면에서는 SNS가 없었던 90년대의 팬덤문화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엔터사들은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연예인들에 대한 우상과 집착을 합리화시킨다. 그래야 팬덤의 크기도 커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덤들은 과도한 조공을 금지하고, 젠더적인 측면에서도 성숙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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