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막기 위한 ‘인터넷 실명제’가 만병통치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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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막기 위한 ‘인터넷 실명제’가 만병통치약일까?
  • 부산시 해운대구 도민섭
  • 승인 2019.10.25 15: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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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처벌과 ‘인터넷 실명제’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이나 자료를 올릴 때 반드시 본인의 실명과 주소를 사용토록 하는 제도로, 인터넷의 부작용인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경우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7월부터 하루 방문자 수가 20만~30만 명이 넘는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만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는 이른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실시됐으나,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의 우려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설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15일부터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해 악플러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다수 게재됐다.

나는 악플러에 대한 처벌 강화는 찬성한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반대다. 인터넷 실명제는 악플을 막는 강력한 통제가 가능하겠지만, 자유도 사라지는 ‘양날의 검’이다. 즉, 자유 민주주의를 침해한다.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잡으면 국민의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는 감시 수단이 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나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내부 고발이 이뤄질 수 없다. 북한 등 독재국가를 보면 기득권 층은 잘 살고 대부분의 국민은 굶어 죽는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없기에 기득권 층을 비판할 수 없고, 부패한 조국을 바꿀 수 없다.

실명과 주민번호, 주소를 요구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오히려 사이버 폭력을 늘린다. 과다한 개인정보 노출로 사이버 폭력 중 하나인 ‘신상정보유출’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 따르면,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된 지난 2007년 이후 개인정보침해신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생활만 침해만 늘어났다.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사이버 폭력을 더 야기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처음엔 악플을 뿌리 뽑겠다는 좋은 의도로 쓰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듣기 싫은 말은 다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간다. 우린 비판의 자유도 있다. 득보다 실이 많다. 오히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지 않아도 악플은 명예훼손이나 기타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하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고 손해를 본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악플 피해자를 위해 악플에 대한 민사소송을 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국가가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양날의 검인 인터넷 실명제보다는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책임이 뒤따르도록 악플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가하면 악플을 쉽게 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설리 사망 사건은 언론사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조회수에 미쳐서 개인의 SNS를 무분별하게 자극적으로 기사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악플러들이 날뛰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악플을 유도하거나 타인의 명예훼손과 트라우마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무책임하게 날리는 기사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전에 실명제가 시행됐을 때도 악플은 존재했다. 지나친 규제보다는 악플에 대한 처벌과 교육 등을 통해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네티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면 악플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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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21:44:25
학교 수행평가 사용을 위해 프린터 하여 자료로 사용후 폐기해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