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해리단길, 새로운 해운대 명소로 단연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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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리단길, 새로운 해운대 명소로 단연 ‘두각’
  • 취재기자 정수아
  • 승인 2019.10.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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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 조용한 여유로움이 특징
개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 공방 등 문화공간이 격조 찾는 방문객에 ‘손짓’

최근 SNS에서 부산 해운대의 핫한 카페, 맛집을 검색하면, 단연 ‘해리단길’을 소개하는 글이 많이 나온다. 2013년에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구간 철길이 폐쇄되면서 알려진 해리단길은 구 해운대역사 뒤쪽 2만여㎡의 마을과 상권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옛 해운대 거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바로 앞 해운대 바닷가 근처의 번화한 도시 분위기와는 달리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여유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옛 해운대역사는 팔각정 형태의 특이한 지붕을 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팔각정 형태의역사는 과거 소요산역, 창원역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이 유일하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옛 해운대역사는 팔각정 형태의 특이한 지붕을 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팔각정 형태의역사는 과거 소요산역, 창원역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이 유일하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파랗게 표시한 지역이 해리단길 구역이다(사진: 네이버 지도).
파랗게 표시한 지역이 해리단길 구역이다(사진: 네이버 지도).

해리단길을 가려면 부산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해운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와야 한다. 4번 출구의 바로 뒤에 지금은 폐역이 된 구 해운대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역사 담장에 뚫어놓은 크지 않은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해운대의 도시적인 풍경과는 사뭇 다른 해리단길이 있다. 아직 철길 부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해리단길 입구는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마치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

차가 들어오기엔 좁은 해리단길의 입구는 옛 해운대 역사 담장에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차가 들어오기엔 좁은 해리단길의 입구는 옛 해운대 역사 담장에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아직 철길 부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해리단길 입구의 모습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선구남로와 달리 해리단길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주택가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아직 철길 부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해리단길 입구의 모습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선구남로와 달리 해리단길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주택가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해리단길에는 여러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다. 얼핏 보면 주택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주택을 개조해서 지은 색다른 가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마음이 가는 대로 골목길을 이쪽저쪽 다니다 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아담하고 개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을 찾을 수 있다. 주택의 한 면엔 작은 옷 가게들과 서점이 들어서 있고, 상가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도 눈길을 끈다. 일상에서 흔히 지나쳐갈 수 있는 작은 것들이 해리단길에서는 크고 선명하게 보인다.

주택가 1층에 생긴 ‘어바웃 라이프(about life)’라는 이름의 카페다. 파란색만으로 벽 전체를 칠했다. 해리단길은 단색으로 색을 입힌 건물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주택가 1층에 생긴 ‘어바웃 라이프(about life)’라는 이름의 카페다. 파란색만으로 벽 전체를 칠했다. 해리단길은 단색으로 색을 입힌 건물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하지만 아기자기한 가게들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따로 있다. 바로 벽화와 바닥그림이다. 해리단길 곳곳에 그려진 독특하고 재밌는 벽화들은 영산대학교 디자인학부 재학생들의 작품으로 해리단길만의 특별한 볼거리가 됐다. 부산대학교 조형학과 학생 최서윤(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다른 마을에 그려진 벽화들은 그냥 흰 벽에 새롭게 그린 그림이 많은데 해리단길은 깨진 벽 틈을 살리고 여러 지형지물들을 이용해서 벽화를 그린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영산대학교 디자인학부 재학생들의 해리단길 설치미술 작품이다. 차량 진입 방지용 볼라드를 이용해 해시계를 만든 신박한 바닥그림이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영산대학교 디자인학부 재학생들의 해리단길 설치미술 작품이다. 차량 진입 방지용 볼라드를 이용해 해시계를 만든 신박한 바닥그림이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아직 여러 방면으로 개발 중인 해리단길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입점하고 있다. 주택가의 모퉁이에 자리 잡은 ‘모퉁이주방’은 ‘한옥 파스타집’이라는 독특한 스타일로 가게를 운영 중이다. 한옥으로 디자인한 가게에서 서양 음식을 파는 곳이 부산에는 별로 없다는 점을 공략한 것. 모퉁이주방 사장 최재연(30) 씨는 “장사할 곳을 찾다가 해리단길을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시세가 서울이나 경기보다는 처음 장사를 도전하는데 부담 없고 괜찮아서 입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 모퉁이주방을 방문한 이가은(21)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해리단길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모퉁이주방의 사진을 보고 찾아왔는데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어서 다음에도 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모퉁이주방’의 외부 모습이다. 주택가 1층 모퉁이에 위치해 있다. 한옥을 모티브로 디자인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모퉁이주방’의 외부 모습이다. 주택가 1층 모퉁이에 위치해 있다. 한옥을 모티브로 디자인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모퉁이주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모퉁이주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주택 2층에 위치한 카페들도 많이 보인다. 손수 커피를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 ‘플럼피’는 가게 사장님이 직접 인테리어를 해서 원래 주택의 느낌을 살렸다. 카페 플럼피 사장 김창현(37) 씨는 “2층에 있지만 워낙 해리단길이 유명해서 사람들이 타지에서도 많이 찾아오는 편”이라고 밝혔다.

집의 여러 자재들을 살려서 셀프인테리어를 한 ‘플럼피’의 내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집의 여러 자재들을 살려서 셀프인테리어를 한 ‘플럼피’의 내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주택을 개조한 루프탑은 따스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주택을 개조한 루프탑은 따스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해리단길은 개성 넘치고 예쁜 카페나 음식점도 많지만,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여러 문화공간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주택가에 자리를 잡은 자그마한 책방은 직접 기획한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워크숍 등의 행사를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해리단길에서 ‘책방 취미는 독서’라는 가게 이름으로 책방을 운영하시는 김민채(31) 씨는 “아직은 해리단길에 대부분이 카페나 식당, 소품가게라서 문화공간이 더 많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다. 미술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나 공예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공방들이 생겨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해리단길 내 새마을금고 주차장에서 열리는 프리마켓 또한 지역 상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 여는 ‘해리단프리마켓’은 1인 업체, 소상공인 등 약 7명 정도가 전시·공예품과 액세서리 등을 판매했다. 해리단 프리마켓에서 자신의 브랜드인 ‘르우라’의 액세서리를 파는 오현애(29) 씨는 “(해리단 프리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매출에 큰 영향을 없지만 쇼핑몰과 인스타그램의 홍보와 팔로우 증가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쇼핑몰 재고들도 저렴하게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며 프리마켓의 이점을 설명했다.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열리는 해리단 프리마켓(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열리는 해리단 프리마켓(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지난해 11월, 해리단길은 ‘해리단길발전협의회’라는 상인회를 결성했다. 해리단길 상인들은 해리단길이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다른 ‘○리단길’처럼 임대료가 높아져 원주민과 임차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했다. 둥지 내몰림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해리단길발전협의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하는 상생의 자리를 마련했다. 해리단길 상권의 주요 위치에 입점한 ‘라곰’카페 사장 유아미(36) 씨는 “상인회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임대인과 협약을 맺은 걸로 알고 있다.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에 대한 큰 걱정은 없다”고 전했다.

새로운 가게들이 입점하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그 모습이 변화하는 해리단길을 보며 해리단길 주민들도 긍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리단길 주민 강태선(80) 할머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와서 돌아다니는 거 보면 마을에 생기도 돌고 좋지. 절대 귀찮다고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해리단길 근처에 위치한 해운대여자중학교 재학생인 김아현(15) 양은 “내가 사는 동네에 예쁜 카페들이 생기고 골목골목이 예쁘게 꾸며지는 게 정말 좋다. 근처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갈 곳이 생겨서 기쁘다”고 전했다.

반면, 해리단길이 유명해지면서 불편을 겪는 주민도 있다. 해리단길에 거주하시는 신진선(56) 씨는 “옛날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해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생기고 나서 동네 월세가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박기현(47) 씨는 “워낙 조용한 동네라 주택가에 유명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면 시끄럽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해리단길 주민들의 피해를 염려하는 빈티지숍의 따뜻한 배려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해리단길 주민들의 피해를 염려하는 빈티지숍의 따뜻한 배려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해리단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고충에는 주차 관련 문제가 있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최근에 해리단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주변에 주차장이 없는 상태라 불법주차로 인해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용하지 않는 철도 부지 공간을 활용하여 임시주차장을 지을 예정이다. 해운대구청 기획부서 관계자는 “임시주차장 설치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주차장 설치를 위해 철도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차장이 없어 담장 옆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주차장이 없어 담장 옆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철도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바꿀 것이라는 안내문이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철도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바꿀 것이라는 안내문이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해리단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가게들이 문을 여는 날이 적다는 점과 클로징을 너무 일찍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한다. 해리단길의 카페나 옷 가게들은 거의 대부분 매주 월요일, 화요일에 정기휴일을 가진다. 주말이나 공휴일만 가게를 오픈하는 곳들이 많아 미리 찾아보지 못하고 해리단길을 들른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게들이 대부분 오후 6시나 7시쯤 클로징을 해 저녁에는 즐길 거리가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해리단길에서 드로잉 카페를 운영하는 ‘파스텔뮤지엄’ 사장 고은지 씨는 “해리단길의 메인 카페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들은 동네 주민을 제외한 늦은 시간의 방문자 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서 마감을 일찍 한다”고 설명했다. 멀리서 해리단길을 구경 온 이윤서(21, 서울시 종로구) 씨는 “일부러 사람들 없는 주말을 피해서 왔는데 가게들이 다 닫혀있어서 아쉽다”고 전했다.

월요일에는 정기휴일을 가지는 카페와 옷가게의 모습. 줄지어선 옷 가게들은 문이 전부 굳게 닫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월요일에는 정기휴일을 가지는 카페와 옷가게의 모습. 줄지어선 옷 가게들은 문이 전부 굳게 닫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그저 좋은 점만 있을 것 같던 해리단길도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타협해 나가야 할 점이 많다. 해리단길은 주민과 관광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다. 해리단길발전협의회 회장 윤제영(41) 씨는 “도심에 해리단길처럼 여유로운 공간은 아주 드물다”며 “해리단길의 주민, 상인들이 함께 노력하고 잘 가꾼다면 스페인의 ‘가우디거리’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이색적인 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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