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거품빼니 양이 3배..."우와! '짐승' 용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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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거품빼니 양이 3배..."우와! '짐승' 용량이네"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1.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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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소비②]초저가, 대용량의 노브랜드 상품 불티...여행도 저가항공으로
▲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사진: pixabay).

얼마전 부산의 대형마트에 '100g에 1,180원'의 가격표가 붙은 노 브랜드 밀크초콜릿이 등장했다. 보통 유명 브랜드 밀크 초콜릿은 100g 짜리가 3,000원 안팎. 이에 비하면 노 브랜드 초콜릿은 그 3분의 1 가격에 불과한 것이다. 이 초컬릿이 선보이자 인터넷에는 난리가 났다. "맛은 별반 차이가 없는데, 양은 어마어마하네. 완전 짐승용량"이라는 댓글도 쏟아졌다.

자취생 이진민(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동네 마트에 들릴 때면 ‘못난이 상품’을 자주 구매한다. 못난이 상품은 다른 제품보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맛에는 이상이 없지만 겉보기에 생채기가 난 과일은 못난이 과일로 이름 붙여 할인 판매된다. 이 씨는 “겉만 못났지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 한푼이라도 아껴야하는 자취생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불황형 소비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가 아닌 집 근처 작은 마트에 사람이 몰리고 매달 꼬박꼬박 챙기던 생명보험을 해약하기도 하고 슈퍼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PB상품(*Private Brand :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위탁 생산을 해 유통업체 이름으로 내놓는 상품) 대란이 벌어지기도 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동네 슈퍼로
큰 시내가 아닌 아파트 단지 가까기에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중소마트가 많이 입점하면서 소비자가 대형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을뿐더러 무조건적으로 대형마트가 싸다는 인식도 줄어들었다.

주부 김형숙(52,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최근 대형 마트에 발길을 끊었다. 김 씨는 “요즘 대형마트가 크게 싼지 모르겠다. 큰 마트 가면 산 것도 별로 없는데 돈만 많이 쓰는 것 같다. 식구들 모두 바깥에서 식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장도 하루 이틀분씩만 집 근처에서 본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식품을 대량 구매해 집안에 넣어 두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자주 장을 보는 경향도 생긴 것이다.

▲ 대평 마트에는 물티슈를 잔뜩 쌓아놓고 800원이라는 숫자를 크게 붙여놓았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PB상품의 반란
마트에서 저렴한 제품을 고르면 보통은 PB상품이 가장 저렴하다. PB상품은 대형마트가 독자적으로 주문해서 자기들 마트 상표를 붙인 상품이다. PB상품은 브랜드 상품보다 질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값이 싸다. 브랜드제품을 찾는 사람들에겐 그저 비지떡 같은 제품에 불과했던 PB상품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의 PB상품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브랜드 없음을 강조하는 이름을 가지고 출시됐다. 4L 용량의 세제가 2,400원, 물티슈 100매가 800원으로, 가격은 저렴함을 넘어선 초저가이고 양은 대용량을 넘어서 이른바 ‘짐승’ 같은 용량이다.

마트에서 파는 상품 대부분 품목에 ‘노브랜드’ 제품이 나와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노브랜드’ 대란이 일어났다. 인터넷 커뮤니티 여기저기서 이 PB제품이 좋다는 후기가 쏟아지며 반향을 일으켰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노브랜드 밀크초콜릿 먹어라. 두 번 먹어라. 손바닥만한 크기에 식물성 유지 말고 카카오버터 넣어서 1,000원이다. 세 번 먹어라”라고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뒤엎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브랜드 아닌 브랜드 이름을 가지면서 소비자의 브랜드 추구 심리까지 만족시키고 있다.

▲ 일반 기저귀 옆에 있는 PB상품인 '노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비교된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 100g에 1180원의 가격표가 붙은 초콜릿. 매장 마다 동이 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보험도 불황형보험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지자 보험해약률도 크게 높아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은 지난 9월 기준 13조 7,000억 원이 넘었다. 경기불황으로 생명보험 해약이 많아지자, 보험회사에서는 이른바 ‘불황형 보험’을 내놓기 시작했다. 동양생명과 신한생명은 해지환급금을 줄이고 다른 상품보다 가격이 15% 정도 저렴한 상품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홈쇼핑에서도 불황이 보인다
홈쇼핑에도 불황형 소비 바람이 불고 있다. 2014년 CJ오쇼핑의 히트상품 10위의 평균 가격은 10만 7,000원이었는데 2015년에는 8만 9,000원으로 평균가격이 2만 원 정도 낮아졌다. 히트상품 중 최고가 상품도 2014년에는 30만 원 선의 겨울코트였으나 2015년에는 14만 8,000원의 린넨 수트로 15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 같은 통계만 봐도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알 수 있다.

▲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것도 불황형 소비의 일종이다(사진: pixabay).

비행기도 싼 게 최고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것도 불황형 소비 중 하나다. 저가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49%로 저가항공은 이미 소비자의 가까이에 와있다.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서비스나 다른 혜택이 메이저 항공사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가격이 저렴해서 저가항공사를 이용한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박진희(29, 서울시 중구) 씨는 저가항공을 자주 애용한다. 박 씨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저가항공을 이용한다. 여행 가는 동안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다른 항공사보다 훨씬 저렴하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여행지에 가서 더 쓸 수 있다. 비행기 타는 동안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전한 내 것이 아니라도 괜찮아, 렌탈상품
렌탈 상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가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구매보다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대여를 찾게 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유행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제품 교체 시기도 빨라졌다. 이 같은 이유로 렌탈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여할 수 있는 제품도 매우 다양해졌는데, 비데, 정수기를 넘어서 공기청정기, 흙침대, 안마의자에 자동차까지 장기대여가 유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렌탈시장은 2014년 10조 원 규모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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