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팬들의 BTS공연 보러 가는 특별한 방법, ‘차 대절’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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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팬들의 BTS공연 보러 가는 특별한 방법, ‘차 대절’ 등장
  • 취재기자 노한솔
  • 승인 2019.10.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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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과 전세 버스 업체 협업, 회원 모집하면 순식간에 동나
밤늦게 귀가해도 안전해서 청소년 팬 부모들도 안심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기 위해 직접 차를 대절하는 팬들이 많다(사진: 픽사베이).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기 위해 직접 차를 대절하는 팬들이 많다(사진: 픽사베이).

방탄소년단이 10월 26일, 27일, 29일 3일 동안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콘서트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한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수만 명의 팬들이 모일 예정이다. 그중 일부 팬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상경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에 사는 팬들이 콘서트가 진행되는 서울로 가기 위한 방법은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 이용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싼 교통비를 지출해야 한다. KTX는 할인이 되지 않으면 왕복 12만 원의 돈이 들고, 비행기는 그 이상이다. 그나마 고속버스는 왕복 5만 원 정도지만, 저녁 10시가 넘어 끝나는 콘서트 특성상 늦은 시간 고속도로로 귀가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걱정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피해 등장한 신종 방법이 ‘차 대절’이다. 차 대절이란 말 그대로 팬 중 대표자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가기 위해 버스를 대절하고 같이 갈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30여 석 정도인 우등버스의 경우 1인당 3~5만 원 선이며, 50명 정원인 일반 버스들은 1인당 1~2만 원 정도로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단순히 부산에서 출발을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다른 경남 지역을 경유할 경우 시간이 더 들기 때문에 부산 출발 팬들은 1만 원 정도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대학생 송효정(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번 콘서트에 가기 위해 차 대절을 이용할 예정이다. 송 씨는 3일 동안 진행되는 콘서트 중 26일, 27일 2일 동안 참석할 예정으로 11만 원에 달하는 티켓을 두 장이나 사 이미 큰 지출을 했다. 때문에 교통편으로 저렴한 차 대절 이용을 고려하게 됐다. 송 씨는 “보통 기차를 타고 다녔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어요. 이번엔 2일 동안 콘서트를 참석하기 때문에 숙박비도 필요해 돈을 아껴야 했어요. 그럴 때 차 대절만한 서비스가 없죠”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차 대절은 늦은 시간 콘서트가 끝나더라도 바로 콘서트장 근처에서 대기하는 대절 버스에 곧바로 탑승해서 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다.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가야 하는 고속버스들과는 편리함에서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일반 고속버스와 달리 콘서트가 늦게 끝나도 버스를 놓칠 염려도 없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학생 팬들은 부모님의 차 대절 이용으로 많은 걱정을 덜 수 있다.

중학생 최재은(15, 부산시 남구) 양 또한 어머니와 상의 끝에 차 대절을 이용하기로 했다. 혼자 서울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를 최 양은 차 대절을 이용하겠다고 설득한 것이다. 어머니 역시 차 대절을 이용하면 버스를 놓칠 염려도 없고, 비슷한 또래 학생들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덜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해 부산 도착지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최 양과 약속했다. 최 양은 “차 대절 때문에 드디어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갈 수 있게 됐어요”라고 기뻐했다.

또 다른 이유에서 차 대절을 이용하기도 한다. 콘서트를 가기 전부터 콘서트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 대절을 이용해 부산-서울 간 이동 시간은 5시간 남짓이다. 차 대절을 이용하는 팬들은 이 시간 동안 단순히 이동만 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은 버스 내에서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콘서트에서 사용할 응원법을 미리 연습하기도 하고, 옆자리 팬과 함께 방탄소년단 관련 영상을 보면서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고등학생 허주원(17, 부산시 남구 용호동) 양도 콘서트를 더 길게 즐기고 싶어서 차 대절을 선택했다. 허 양은 지난 콘서트에서도 차 대절을 이용했는데, 그때 마음이 맞는 또래 친구를 한 명 사귀기도 했다. 허 양은 차 대절의 좋은 점에 대해 “설렘을 두 배로 느낄 수 있어서 이용해요”라고 덧붙였다.

팬 대표자가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차 대절을 이용할 승객들을 모으고 있다(사진:‘부산 차대절’ 네이버 폼 화면 캡처).
팬 대표자가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차 대절을 이용할 승객들을 모으고 있다(사진: ‘부산 차대절’ 네이버 폼 화면 캡처).

차 대절은 담당 소속사가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개인 혹은 차가 필요한 단체가 주도적으로 부산, 경남, 광주, 호남 등 각 지역의 팬들을 모아 진행된다. 차 대절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SNS에서 비슷한 시간에 콘서트에 갈 사람들의 수요와 세부 내용을 확인한 뒤 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총대(대표를 이렇게 부른다)’가 대절 전문 버스 업체에게 문의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콘서트 차 대절을 위한 버스회사들의 전문적인 홈페이지도 보기 쉽게 마련돼 있다. 전국 버스 대절 전문 업체인 올버스나 뉴버스 등의 경우 출발 시간, 장소, 인원, 목적을 남기면 버스 운전사들이 금액과 부대비용을 제시하고 그 중에 마음의 드는 가격을 총대가 선택하기만 하면 차 대절 과정이 손쉽게 완료된다.

이렇게 차를 대절하고 나면 총대는 비슷한 지역의 팬들을 SNS에서 모집한다. 예상 비용과 시간, 장소 등이 적힌 신청서를 네이버 폼 등으로 직접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면, 필요한 지방 팬들은 그것을 신청하고 선착순으로 모집이 완료된다. 확인 후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왕복 혹은 편도로 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차 대절은 방탄소년단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진행되는 엑소, 세븐틴, 엑스원 등 여러 가수의 지방 팬들도 마찬가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콘서트 한 달 전이면 이미 대부분의 차 대절은 좌석이 동나고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탓에 차 대절 좌석을 비싸게 되파는 경우도 생겨났다.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좌석을 구매한 후 원가 2만 원 가량의 차표를 3만 원에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인 회사원 신모(31, 전남 나주시) 씨는 광주에서 서울로 가는 차편을 구하지 못해 다른 사람이 1만 원 가량 비싸게 되파는 표를 사야했다. 신 씨는 “(콘서트를 보려면 서울로 가는 교통편이) 필요한데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로 이용하는 거죠”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콘서트 티켓 뿐만 아니라 콘서트로 가는 교통편에도 추가금이 붙는 기이한 풍속도가 만들어진 것은 대부분의 콘서트가 서울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9년 6월 부산에서 단독 팬미팅을 2회 진행한 것 이외에는 지방 콘서트를 갖지 않았다. 다른 그룹의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그나마도 부산 이외에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공연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많은 지방 팬들은 큰돈을 들여가는 콘서트에 또 큰돈을 추가로 들여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불해야 한다.

또 학생 팬들의 경우 학업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일요일에 진행되는 콘서트에 참석한 학생 팬들은 돌아오는 버스나 기차 안에서 쪽잠을 자고 월요일 학교에 출석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졸거나 피곤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 이정하(17, 부산시 수영구) 양은 주변 친구들이 콘서트에 다녀온 뒤 바로 학교에 오는 모습을 몇 차례 본 적 있다. 이 양은 “좋아하는 가수들의 무대를 집 근처에서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부산이나 지방에서도 자주 콘서트를 해주면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지방 콘서트 활성화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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