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 불법 주차, 단속 못하나, 안하나?
상태바
대로변 불법 주차, 단속 못하나, 안하나?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1.15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택시, 상인 서민 불편 초래한다는 여론 역풍 우려...당국이 방치하는 듯

얼마 전,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부산 범어사에서 운전 연습을 하던 대학생 김은주(21,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는 운전 중 불편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차들이 많이 통행하는 3차선 넒은 도로에서 우회전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던 도중, 3차선 보도변에 주차된 자동차들 때문에 차선변경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3차선 도로인데 차선 하나를 막은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자동차 통행이 불가능한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요즘 골목길이나 차가 다니는 큰 도로 끝 보도 쪽 차선에 빈번하게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사실은 이런 불법 주정차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골목길은 큰 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다. 하지만 좁은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니, 길은 더 비좁아지면서 운전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운전에 익숙한 베테랑들은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좁아진 골목길에 무감각해지지만,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초보 운전자 김모(54,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씨는 “좁은 도로를 지나가다가 길이 좁아지면 초보들은 차가 긁힐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도로에서 정차할 때에는 차도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정차해야 한다. 현재 도로의 차들은 대부분 우측 가장자리에 주차되어 있어서 사실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도로에서 주차할 때에는 지방경찰청장이 정하는 주차의 장소와 시간 및 방법에 따라야만 한다. 대부분의 주차 및 정차시간은 5분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지키고 있지 않다. 운전자들은 차를 대놓고 하루 이상 넘기기도 한다.

▲ 왼쪽 사진은 경성대 앞 우측 도로에 주·정차된 차량들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 구역이 주·정차 단속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법 주차된 차들이 있음을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부산 지방 경찰청 교통과의 한 관계자는 불법주차를 단속할 도로와 차가 너무나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불법주차 단속을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단속해야할 차량과 도로가 많아서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청의 관계자는 CCTV를 통한 불법 주차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정구청 관계자는 불법 주차 단속을 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단속을 위해 인력 보충이 필요하지만, 주어진 예산이 얼마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철저한 단속이 힘들다”고 말했다.

▲ 전봇대에 부착된 CCTV 주·정차 단속구역 표지판(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실제로 교통 단속을 경찰들이 다 맡기에는 단속할 차량이 많은데 비해 인력이 부족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통 관련 업무는 의경들 위주로 돌아간다. 울산기동3중대 의경 제대우(22) 씨는 실질적으로 의경이 딱지를 떼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주인에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경고만 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일반 차량 운전자 최모(48,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 씨는 상가가 있는 도로 우측에 2시간 정도 주차를 해놓았다가 불법 주차 딱지를 받았다. 최 씨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도로 우측에 주차했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주차 공간을 늘려줬으면 불법주차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차 공간도 없으면서 불법주차를 단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운전자 이모(31) 씨는 음식점 앞의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주차를 했다. 이 씨는 음식점에 주차할 곳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불법 주차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로에 차를 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일반 차량만큼이나 택시가 도로 우측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올해 초에 의경에서 제대한 대학생 원주연(23) 씨는 의경 시절에 택시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건널목에 오래 정차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그는 택시 기사들에게 이동하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차량을 잠시 옮겼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다. 원 씨는 “경고해도 택시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반복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통행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경찰은 택시 기사들과 암묵적으로 불법 주정차를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56) 씨는 의경의 경고를 받고 돌아온 적이 있다. 박 씨는 승객이 너무 없고, 정해진 정차 허용구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끝 차선 도로 우측에 정차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렇게 불법인줄 알면서도 불법주정차를 해야 돈벌이가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 부산 센텀시티 역 근처 아파트 단지 앞의 도로 우측에 정차되어 있는 택시들. 정차 시간인 5분을 넘긴 택시가 대부분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변호사 박봉철 씨는 단속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불법 주차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불법 주차 단속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사람들의 상행위에 제약을 주고, 서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불법주차는 끊임없이 단속이 필요하지만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