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망 촘촘...'얌체 운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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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망 촘촘...'얌체 운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 취재기자 김지원
  • 승인 2016.01.1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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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마다 블랙박스, 시민들 스마트폰...교통위반 적발 때 즉각 공익신고

직장인 김모(47,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퇴근 후 우편함에서 ‘교통법규 위반 사실확인요청서’란 경찰이 보내온 서류를 받았다. 김 씨는 본인에게 전달된 요청서를 보고 몹시 당황했다. 교통위반 사실 통지서도 아니고, 교통위반 사실 학인요청서라니. 더욱이 요청서에는 ‘제차 신호 조작 불이행’이라는 위반사항만 명시돼있고 사실 확인이 가능한 위반 사진이 첨가돼있지 않았다. 김 씨는 “이런 종류의 통지서를 처음 받았고, 위반 사진이 없어서 신종 피싱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당황함은 좀 긴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 운전자들에게 파파라치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나’의 교통 위반 사실을 찍어서 경찰에 고발하고 보상금을 챙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파파라치보다 더 '센 놈'이 나타났다. 바로 스마트폰과 블랙박스다. 운전자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가 신고 정신이 투철한 민주시민들에 의해 끼어들기 등 교통위반을 일삼는 얌체 운전자들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공익신고’라 한다. 김 씨는 바로 블랙박스를 가진 민주시민의 공익신고에 걸린 것이다. 최근 공익신고가 교통경찰의 단속 업무를 줄여주고 있을 정도로 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제공한 2015년 하반기 자료에 따르면, 경남지방경찰청에 접수된 국민의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는 총 1,815건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운전 중 조작이 어려운 스마트폰보다는 자동차를 운행하기만 하면 거리가 자동 녹화되는 블랙박스를 이용해 위반 사실을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당국에 전송해서 신고한다. 국민신문고에 공익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경찰서는 위반자에게 ‘교통법규 위반 사실 통지서’가 아니라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요청서’를 발송한다.

위반자에게 교통단속 카메라에 찍힌 사진과 함께 위반 사실이 통지되는 교통법규 위반 사실 통지서와는 다르게,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요청서에는 위반사실 확인이 가능한 사진이 첨부돼있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대신 요청서에는 위반 일시, 장소, 위반 내용, 영상 확인 출석일만이 명시돼있다. 위반사실을 인정한 위반자는 지구대나 경찰서를 방문해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받아 벌금을 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실확인요청서에는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경찰서에 출두해서 영상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실확인서에는 출두 날짜가 명시되어 있으나, 위반자가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기 어렵다면 담당자에게 출석일시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연장도 하지 않고 출석도 하지 않을 경우,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서를 받은 사람은 일종의 뺑소니범 취급을 받게 된다. 경찰은 위반자의 집을 방문하거나 소재를 찾아 수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원).

 

   
▲ 위반사실통지서다. 두 양식은 차이가 있다(사진: 서울 시청 홈페이지).

그럼 왜 교통위반 사실 확인요청서에는 간단한 사진 한 장을 첨부하지 않고 이렇게 복잡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할까? 그 이유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란 공익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법이다. 위반자가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상의 주변 정보로부터 자신 차량의 후방 카메라를 역추적해서 신고차량을 알아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사진을 공개적으로 사실확인서에 참부하지 않으며, 영상 확인도 신고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영상 조작에 숙달된 경찰서 민원실 공익신고 담당자가 위반자에게 시켜주게 된다.

최근 교통법규 위반 사실 확인요청서를 받은 직장인 최모(36, 부산 동래구 명륜동) 씨는 사실 확인을 위해 경찰서 민원실을 방문하려했으나, 민원실 업무시간인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외에 확인이 불가해 사실 확인 없이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받아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직장인은 영상을 확인하러 직접 가야하는 시간과 과정이 불편하다. 가까운 지구대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교통계소속 이찬동 경위는 국민들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익신고자 보호의 의무가 있어 위반 영상을 위반자에게 조심스럽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국민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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