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도 예술"....‘캘리그라피’ 미학, 세계에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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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도 예술"....‘캘리그라피’ 미학, 세계에 전파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1.1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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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손글씨 개척자 이세연 씨, "예쁜 글씨에 감성 더해야 진정한 예술"
▲ 문화센터 수업 전, 수업준비를 하는 이세연 씨.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글씨 또한 마찬가지다. 예쁜 글씨가 보기도 좋다. 요즘 ‘캘리그라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란 사전적으로 ‘아름답다’는 뜻인 calli와 ‘글씨’라는 뜻인 graphy가 합쳐진 말로 직역하면 아름다운 글씨라는 뜻이지만, 서예처럼 '손으로 쓴 아름다운 글씨'라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서양에서 사용돼 왔다. 캘리그라프는 붓, 펜, 젓가락, 크레파스 롤러, 잉크 등 다양한 재료로 글자를 이미지화하는 현대 조형 예술의 한 장르다.

우리나라 캘리그라프의 거장 이세연(54) 씨는 “캘리그라피는 예쁜 손글씨에 감성이 더해진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예술로서의 캘리그라피 역사는 10여 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캘리그라피는 예술적 개념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전통서예에서 약간 응용된 서체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현재 캘리그라피는 아름다운 서체라는 산업디자인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문자나 이미지를 이용한 북커버, 브랜드 네이밍, 드라마 타이틀, 영화 타이틀, 각종 상품(헨드폰 케이스, 접시, 텀블러, 양초, 의류, 침구류, 가전 제품)의 글씨 장식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쓰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적으로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캘리그라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원도 생겼고, 캘리그라피를 몇 주 과정으로 가르치는 문화센터도 생겼다.

이세연 씨는 현재 한국 캘리그라피 협회 이사, 자격 검정위원, 캘리그라피 연구소장, 캘리코리아 콘텐츠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 중인 국내 캘리그라피 전문가다. 그는 다양한 경력만큼 화려한 활동을 했다.

이세연 씨가 처음으로 캘리그라피를 적용한 것은 철학서적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책제목 서체였다. 그는 그 이후로 기업CI와 브랜드 네이밍, 방송 타이틀 등을 멋진 서체로 작업해 주는 일을 했다. 작년에는 ‘작지만 강한 강소농’이라는 축제의 캘리그라피 부스에서 캘리그라피를 선보였으며,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공모에 ‘캘리로 보는 부산365’에 당선되기도 했다.

▲ 사진은 이세연 씨가 참여한 미국 SF KOREA CI 작업을 사용한 명함과 CD 자켓에 사용된 이 씨의 캘리그라피다(사진: 이세연 씨 제공).

이세연 씨는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학원 강사 일을 하다 그림을 더 배우기 위해 돌연 1993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 이 씨는 우연히 접한 활자 서체인 타이포그라피를 공부하면서 서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유학에서 귀국한 후, 그는 한국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면서 조금씩 캘리그라피를 활용했다. 이 씨가 본격적으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초, 중, 고 교과서에 캘리그라피를 적용한 글씨를 넣는 작업부터다. 이제 그의 캘리그라피 경력도 무려 12년이 넘었다.

이세연 씨는 캘리그라피를 문화 콘텐츠로 세계에 전파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씨는 2009년 미국과 한국 합작회사에 CI작업을 해주었다. 당시 작업 내용은 한글과 알파벳이 동시에 들어간 것이었는데, 미국의 좋은 현지 반응을 얻었다. 이 씨는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3년 이태리 까라라와 2014년 이태리 밀라노(아래사진)에서 캘리그라피 전시 행사를 진행했다. 그의 작품은 한글의 미를 잘살려 밀라노 작품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관람오신 많은 분들이 우리가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보고 놀라하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 이세연 씨가 이태리에 나가 캘리그라피를 알리고 있다. 외국 방송에서 취재를 하는 모습이다. 이 씨의 작품이 <위클리 피플>에 실렸다(사진: 이세연 씨 제공).

 

▲ 이세연 씨가 이태리 까라라에 출품했던 작품(사진: 이세연 씨 제공).

현재 ‘연2 캘리그라피’ 대표인 작가 이세연 씨는 외국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씨는 현재 부산 연산동에 위치한 상상유니브 문화센터에서 캘리그라피 수업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수업 중, 밝은 목소리로 학생들을 대하는 이세연 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상한 아버지가 연상된다. 이 씨가 진행하는 문화센터 상상유니브의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는 학생인 박모(23, 부산시 해운대구 제송동) 씨는 이번에 신청한 캘리그라피 수업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박 씨는 남자라서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수업이 흥미롭다고 즐거워 한다. 박 씨는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수업을 해주셔서 쉽고 재밌게 수업에 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연 씨는 학생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면을 본다. 개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학생들의 작품을 높이 평가해주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존중해준다. 이 씨는 글의 내용과 글씨체의 느낌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캘리그라피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캘리그라피는 글을 쓴 사람의 개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씨체”라고 덧붙였다.

▲ 상상유니브 캘리그라피 클라스에서 학생들이 만든 작품. 왼쪽 사진은 이세연 씨의 칭찬을 받은 향초, 오른쪽 사진은 드라이플라워 엽서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이세연 씨는 캘리그라피가 여러 분야에서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 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외국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캘리그라피가 일조할 것이라며, 캘리그라피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에 공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다양한 캘리그라피 콘텐츠 개발로 우리나라 캘리그라피가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지고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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