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도서정가제에 발목 잡힌 전자책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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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도서정가제에 발목 잡힌 전자책 가격
  • 부산시 금정구 김지현
  • 승인 2019.10.17 15: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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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스마트 폰과 전자기기와 함께하고 있다. 특히 종이책으로만 독서하던 예전과 달리, 전자책 시장도 성장하면서 현대인들이 종이책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동네서점을 살리고, 책 저작자에게 제대로 된 저작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책의 거품을 낮추자는 취지의 도서정가제가 전자책에도 적용돼왔는데, 근래 단속이 심해져 전자책에 대한 할인율이 줄어들면서 전자책만의 이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르면, 전자출판물의 경우 전자책 정가대로 판매하되,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단, 가격할인은 10% 이내)할 수 있다. 또한, 발행일부터 18개월이 지난 전자출판물은 정가를 변경(재정가)할 수 있다.

작년 초, 나는 전자책에 빠져 이북리더기도 사고, 다양한 전자책들을 사거나 대여했었다. 그때도 도서정가제로 전자책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50년 대여가 있었기 때문에 원래 전자책 가격의 반값에 책들을 구매했다. 그 뒤로 바빠서 한동안 책을 잊고 있었다가 얼마 전 책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다시 전자책을 읽고 싶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제는 장기대여가 사라지고 최대 90일밖에 대여가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반값이어도 90일 뒤에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비싸게 여겨졌다. 그래서 종이책보다는 싸지만, 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전자책을 구매했다.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경우 종이책은 정가 2만 2000원에 10% 할인된 판매가는 1만 9800원, 전자책의 경우, 전자책정가는 1만 4400원에 10% 할인된 판매가는 1만 2960원이다. 가격만 놓고 비교했을 때,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싸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인쇄하는 비용 및 종이 값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재고정리 비용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전자책에도 종이책과 똑같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전자책은 실물이 아니다. 전자책은 PC 뷰어나 플랫폼에서 개발한 뷰어 앱에 로그인한 뒤 그 안에서만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탈퇴를 하면 구매한 전자책들도 사라진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양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종이책의 경우는 책을 구매해 읽고, 팔고 싶으면 중고서점이나 중고사이트에 되팔 수 있지만, 전자책은 중고거래가 안 된다.

또한 전자책은 파일 자체를 다운받아 소비자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한 플랫폼에 저장된다. 그래서 플랫폼 서비스가 중단되면 내가 결제했던 전자책들도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2014년 11번가에서 전자책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되면서 혼란을 빚었다. 11번가는 “기존 구매한 전자책은 다운로드받은 단말기에서 향후 5년간 이용 가능하지만, ‘11번가 e북’ 앱을 삭제하거나 전자책 서비스 종료 후 단말기 변경으로 인한 재 다운로드는 불가하다”고 공지를 올렸다. 이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전자책에 대한 제도나 구체적인 보장 없이 전자책을 종이책과 같은 취급을 하고 도서정가제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전자책 서점은 도서정가제 신고 강화로 인해 전자책에 관련된 할인 쿠폰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알라딘의 경우, 전자책에 적용되던 적립금 쿠폰 이벤트를 이번 달부터 폐지시켰다. 현재 유튜브, SNS 등의 발달과,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책 가격이 올라 책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들고 독서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독서인구는 2011년 전 인구의 61.8%, 2013년 62.4%, 2015년 56.2%, 2017년 54.9%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자책에 적용된 도서정가제로 전자책 수요가 줄어들면 독서 인구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가격이 싼 전자책으로 다양한 책을 접했는데, 책이 종이책 가격과 다를 바 없으면 사람들의 수요가 인기 있는 책 1~2권, 즉 베스트셀러로 몰리는 형태가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전자책 플랫폼들은 도서정가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독서비스를 개발했다. 구독서비스는 판매와 달리 대여의 개념이라서 도서정가제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신작이 없을 뿐더러 많은 종류의 책이 구비되지 않아 원하는 책을 찾기 힘들다. 이 서비스도 언제 도서정가제의 굴레에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에 구독서비스에만 의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전자책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전자책에 대한 도서정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도서정가제 폐지가 어렵다면, 전자책 가격을 재정비하거나 할인율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출판사와 협의하면 언제든지 전자책의 정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개정해 전자책만의 도서정가제를 확립해야 한다. 지금의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한다면, 독서 인구는 더 줄어들 것이고 장기적으로 독서 시장도 더 축소화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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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 2019-11-27 10:01:44
이북 쓰려고 했는데 이거 보니까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추가로 e북 기계 사서 쓰던 사람들 말로는 고장도 되게 잘 난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북리더기 2019-10-20 16:38:38
맞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