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비보와 한 기자의 실수, 그리고 ‘언론보도 윤리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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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비보와 한 기자의 실수, 그리고 ‘언론보도 윤리강령’
  • 취재기자 김강산
  • 승인 2019.10.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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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사진: 홈페이지 캡처).

지난 14일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다.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했던 설리의 극단적 선택, 다양한 방송활동은 물론 SNS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대중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잃은 고인의 유족이, 슬픔과 애도의 시간마저 방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고인의 사망 소식 이후 한 매체는 ‘故 설리, OO병원에 빈소 마련된다. 모든 장례절차 비공개’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빈소가 마련된 병원의 이름이 여과 없이 공개 돼 있었다.

해당 보도 이후 누리꾼들은 “고인의 마지막 휴식마저 방해한다”며 분노했다. 이후 이 기사는 기사에 언급된 병원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변경하는 미봉책을 했으나, 그럼에도 비난이 끊이지 않자 결국 기사를 삭제했다.

물론 이 기사는 유족의 “모든 장례절차를 비공개로 할 것”이라는 입장이 알려지기 전 보도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윤리강령'에도 관련된 부분을 찾아 볼 수 있다.

윤리강령 7항에는 “언론은 자살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또한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선 안된다”는 문구도 있다.

이처럼 ‘규칙’의 차원에서도, ‘윤리적’ 차원에서도 해당 보도는 잘못됐다.

다만 하나 걱정 되는 것은 고인 역시 지속적으로 겪었던 악플, 그 ‘증오의 굴레’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을 쓰는 15일 오후 3시,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실명이 올라있다.

네티즌들은 이를 따라다니며 해당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고, 신상을 털며 입에 담기도 두려운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정당한 비판이 아닌 악의적 비난은 사회를 좀먹게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고인의 유족에게 필요한 것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의 ‘진심어린 사과’인지 ‘또 다른 희생자’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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