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상 황금연휴, 올해 8차례...“근데, 이날 왜 놀지?”
상태바
3일 이상 황금연휴, 올해 8차례...“근데, 이날 왜 놀지?”
  • 취재기자 박주근
  • 승인 2016.01.08 2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념없는 젊은이들, 국경일과 공휴일 차이 모르고, 애국가 가사조차 모르고...

2016년에는 노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있을까? 연초 달력을 보는 직장인들의 관심은 그 해의 공휴일, 국경일, 연휴에 집중된다. 올해는 주말과 일요일을 포함해서 66일을 쉴 수 있다고 한다. 작년과 정확하게 노는 날 수가 같다. 그런데 설날과 추석은 무려 5일 간 연휴를 갖게 되어 직장인들의 희망을 부풀리게 한다. 직장인들에게 더 큰 뉴스는 올해 3일 이상 연휴가 무려 8차례나 있다는 것.

그런데 노는 것에 정신이 팔리면, 우리는 자주 왜 우리가 이날 노는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3.1절, 광복절, 개천절, 제헌절, 한글날은 공휴일이라 쉬는 것인가, 아니면 국경일이라 쉬는 것인가? 노는 날에는 노는 이유가 있다. 그 답을 찾아보자.

“국경일은 국가에서 정한 공휴일 아닌가요?” 대학생인 신모 씨는 국경일의 뜻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국경일과 공휴일은 얼핏 보면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의미는 다르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놓은 날로 위에서 얘기한 날 모두 우리나라의 국경일에 해당한다. 3.1절은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독립운동을, 7월 17일인 제헌절은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의 제정과 공포(公布)를, 8월 15일 광복절은 대한민국의 국권회복을, 10월 3일 개천절은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10월 9일 한글날은 1446년 10월 9일 훈민정음 반포와 한글의 우수성을 기념하는 날이다.

공휴일은 국경일과 다르다.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서 공무원이 공적으로 쉬는 날로 정한 날이다. 엄밀히 말하면, 공휴일은 일반 근로자의 휴일이 아니다.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제외하면, 근로자가 쉬는 날은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많은 기업들이 노는 날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흔히 빨간 날을 쉬는 날이라 여기게 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원인 박모(52) 씨는 “공휴일에 쉬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했고 이 부분에 대해 그동안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5대 국경일 중 제헌절을 제외하고 모두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제헌절 역시 공휴일이었지만, 주 5일 및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휴일이 너무 많아졌다는 이유로 2007년 7월 17일을 마지막으로 폐지됐고, 반대의 경우인 한글날은 1991년에 폐지되었다가 2013년부터 그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다시 공휴일로 부활했다.

그렇다면 현충일은 공휴일일까? 그렇다. 현충일은 국경일이 아니고 공휴일이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한 날이므로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 될 수 없다. 현충일은 태극기를 다는 법도 다르다. 아래 사진을 보면, 국경일 및 기념일은 깃봉과 깃면을 떼지 않고 다는 반면, 조의를 표해야 하는 날엔 깃면의 세로 길이만큼 깃발을 내려 달아야 한다. 박영민(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초등학교 때 숙제로 태극기 달았던 기억이 있어 태극기를 게양하는 건 알지만 게양하는 법이 따로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국경일 및 기념일과 현충일 같은 조의를 표하는 날에 태극기를 다는 법의 차이(사진: 네이버 캡처).

태극기 게양을 모든 공휴일에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기게양일은 5대 국경일과 국군의 날(10월 1일), 현충일(6월 6일) 및 국가장(國家葬) 기간으로 정해져있고, 그밖에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날을 정부가 따로 지정하는 날은 대통령령 제 17770호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태극기 역시 가까이 있지만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태극기를 그릴 줄 아냐고 묻는다면,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AK몰의 마케팅 서포터스 ‘MVP’가 제작한 UCC ‘우리는 태극기를 그릴 수 있나요?’ 중 일부(사진: <우리는 태극기를 그릴 수 있나요?> UCC 캡쳐).

종합쇼핑몰 AK몰의 마케팅 서포터즈 ‘MVP‘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한 <우리는 태극기를 그릴 수 있나요?>라는 UCC 영상을 보면, 100명 중 40명은 태극기를 정확히 그리지 못했다. 대한민국 전체를 대변하기엔 100명이라는 영상 속의 숫자는 적을 수 있으나, 100명 중 40명이란 숫자에서 다가오는 의미는 작지 않다. 대학생인 박대근(26, 부산시 사하구) 씨는 “평소 일상에서 태극기나 애국가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점점 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 국기(國旗)로 태극기의 흰색바탕은 밝고 순수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가운데 태극 문양은 음(파랑)과 양(빨강)의 조화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네 모서리의 4괘는 건곤감리(乾坤坎離)로 건괘는 하늘을, 곤괘는 땅을, 감괘는 물을, 이괘는 불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가까운 예로 현재 군인 신분인 3인조 남성 그룹 ’JYJ’의 멤버 김재중은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도중 마지막 소절인 “길이 보전하세”를 “우리나라 만세”로 불러서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매우 긴장될 수 있는 자리였음을 감안하더라도 군인인 그가 <애국가> 가사를 잘못 부른 것은 단순한 가사 실수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성모(23) 씨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기 좋지 않았다. 그리고 씁쓸했다”고 말했다.

태극기 그리는 법과 애국가 가사를 잊어버리듯 국경일과 공휴일은 조용하게 변화해왔다. 한글날은 처음엔 ‘가갸날’로 불렸는데, 한글을 반포한 날인 1446년 9월 10일을 기념하고자 조선어연구회에서 1926년 9월 10일을 가갸날로 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조선어연구회에서 가갸날로 정한 192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바꾸면, 바로 지금의 한글날인 10월 9일이 된다. 또 1월 2일과 1월 3일은 1월 1일 양력설(지금의 신정)의 연휴로 공휴일이었다가, 1990년엔 1월 3일이, 1999년에는 1월 2일이 차례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매년 4월 5일 식목일 역시 2006년까진 공휴일이었으나, 휴일이 너무 많아졌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이효진(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초등학교 때, 식목일 날 화분 들고 부모님과 산에 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아마 식목일의 존재를 모를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라면? 이를 위해 공휴일과 다른 날을 대신하는 ‘대체 공휴일제도’가 존재한다. 대체 공휴일은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는데, 설날 연휴와 추석 연휴가 일요일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엔 연휴 다음 오는 첫 평일을 대체 공휴일로 하고, 어린이날이 토요일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엔 어린이날 다음 오는 첫 평일을 대체 공휴일로 한다. 당장 올해 2016년의 설 연휴 다음 첫 평일인 2월 10일은 대체 공휴일제도가 적용될 날이다.

이밖에도 원래는 공휴일이 아니지만 특정한 날을 정부에서 임시로 공휴일로 정하는 임시공휴일도 있다. 특정한 날은 대표적으로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작년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다가오는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16년 4월 13일도 임시공휴일이다.

현행 공휴일은 총 11개이고, 국경일과 공휴일을 모두 합하면 12개(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중복)이다. 1년 365일 중 20일도 채 되지 않는다. 김명숙(48) 씨는 “솔직히 공휴일하면 직장의 피로를 풀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그 의미를 새기는 마음은 간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