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앞 어린이집, 어린 생명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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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앞 어린이집, 어린 생명들이 위험하다
  • 취재기자 이승주
  • 승인 2019.10.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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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앞 도로에 자동차 오토바이 등 쌩쌩 달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절실하나 100명 이상 우선권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미연(35, 부산 남구) 씨는 매일 아이들을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준다. 김 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 앞을 가다보면 양쪽으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는 물론 인도조차 구분되어 있지 않아 갓길을 통해 달리는 오토바이에 깜짝 놀라곤 한다. 김 씨는 “이렇게 보호자가 있어도 위험한데 아이들 혼자 통학은 꿈도 못 꾼다”며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의무교육이 아님에도 어린이집 붐이 일어나 공립과 사립·민간 어린이집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부산의 경우만 해도 1800여 개가 넘는 어린이집이 있으며 그중 해운대구에만 200개가 넘는 어린이집이 있다. 부산의 300여 개의 초등학교에 비해 6배가 넘는 수의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집 근처 어디에나 어린이집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도로변의 한 어린이집 앞으로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고 오토바이가 지나 다닌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도로변의 한 어린이집 앞으로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고 오토바이가 지나 다닌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문제는 어린이집 근처의 안전과 위치다. 대개 아이들은 만 6세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며 통학버스와 부모님의 차량 혹은 걸어서 통학을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근처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차량들이 반드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곳은 물론 인도가 없는 도로변에 위치한 어린이집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는 어린이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 지방자치단체가 주변 시설과 도로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보호구역 도로표지, 과속방지시설, 방호울타리 등의 도로부속물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등학교 앞의 도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것에 비해 어린이집 앞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적다.

어린이 보호구역 앞의 어린이 집에는 과속방지턱과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있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어린이 보호구역 앞의 어린이 집에는 과속방지턱과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있다(사진 : 취재기자 이승주).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 있어 100명 이상의 원아가 있는 경우에 우선적으로 지정 여부를 논의할 수 있기에 어린이집의 원아가 적은 경우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근처의 주민 이길용(24, 부산 남구) 씨는 “어린이집 앞이 도로라니 너무 위험하다”며 “만약 내 아이였으면 어린이집을 못 보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린이집 앞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지자체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모든 어린이집 앞의 도로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나친 어린이보호구역이 교통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 비해 어린이집은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 많은 수의 사설, 민간 어린이집을 관리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집에서는 통학버스를 운행하며 집이 가까워도 버스를 이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은 오전과 오후 등·하교 시간에 맞춰 ‘통학안전지킴이’를 자처한다. 유치원 교사 박신영(28, 부산 진구) 씨는 “아무래도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마음에 학부모님들이 신경 쓰시는 것 같다”며 “그저 두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 교사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9년 8월 29일 공개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63만 명에 이르며 초등학생까지 포함하면 330만 명 이상의 어린 학생들이 있다. 한창 자라나며 꿈을 키워갈 어린아이들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될 필요가 있다. 김미연 씨는 “마음 놓고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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