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캠' 충격파..."내 사생활도 노출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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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캠' 충격파..."내 사생활도 노출된 게 아닐까?"
  • 취재기자 최영민
  • 승인 2016.01.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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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웹캠 해킹 사이트 등장....어린이집 등 방송 보도후 CCTV 설치된 곳마다 전전긍긍

국내에 설치된 CCTV 수백 대가 노출되어 해외에 있는 한 웹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노출된 국내 CCTV는 빌딩 로비, 수영장, 개인 사무실, 백화점 매장 등 불특정한 장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웹 사이트는 바로 ‘인세캠(Insecam: www.insecam.org)'이다. 러시아에서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개설된 홈페이지인 인세캠은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지 않거나 기본값으로 설정된 웹캠들을 해킹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웹캠은 인터넷에 연결된 CCTV, 노트북 카메라, 블랙박스 등을 가리킨다.

인세캠에는 120여 개 국가에 있는 웹캠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돼 있고, 대한민국은 현재 400여 개의 웹캠 영상이 공개돼 있다. 이 사이트의 이용자는 별다른 절차 없이 해킹된 웹캠들을 시청할 수 있다. 심지어 웹캠 세부 조정기능을 통해 카메라 시점 이동, 확대 등 웹캠 조작까지도 가능하다. 인세캠에서는 국가별, 장소별, 카메라 종류별로 영상이 분류되어 있어, 사이트 이용자는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클릭 몇 번으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국가 목록에서 ‘Korea, Republic of' 버튼만 클릭해도 순식간에 대한민국에 있는 수백 개의 웹캠 영상이 뜬다.

▲ 인세캠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국의 어떤 웹캠 화면들의 모습이다. 여기에는 어느 지역의 옷가게, 수영장 등 다양하다(사진: www.insecam.org 캡쳐).

4일 자 KBS 보도를 통해서도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국내 많은 사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인세캠에는 탈의실 등 심각한 인권침해우려가 있는 장소가 공개된 흔적은 없다. 그러나 공개된 웹캠 화면 중에는 특히 어린이집 CCTV가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집 CCTV는 운용부터가 아이들의 인권침해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라 이번 어린이집 CCTV 유출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 인세캠에서 공개된 한국의 어느 어린이집으로 추정되는 CCTV 화면(사진: www.insecam.org 캡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CCTV 열람을 원하는 자는 부모 등은 열람요청서, 또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여 녹화 영상자료 열람을 어린이집에 요청하고, 어린이집 원장은 요청자와 어린이집에서 보호되고 있는 영유아와의 관계를 확인한 후 이에 응하여야 한다. 다만, 원장의 요청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서 피해 정도, 사생활침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 열람의 범위를 조정 권고하거나 열람 거부를 판단할 수 있다. 부산에서 일하는 현직 보육교사 한모(27) 씨는 “우리 어린이집 CCTV는 원장실에서만 모니터할 수 있고 부모가 열람을 원할 경우에만 신청서를 받아 공개한다. CCTV 때문에 아이들의 옷도 화장실에서 갈아입힌다. 어린이집 CCTV로 인해 워낙 문제 삼을 수 있는 게 많아서 모든 행동이 민감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집 CCTV는 부모에게도 쉽게 보여주지 않는 민감한 사항이지만, 인세캠에서 몇몇 어린이집의 CCTV가 무방비하게 공개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의 강동 공동육아 협동조합(공동육아 협동조합은 전국에 60여 개가 있으며, 부모와 육아 교사가 조합을 만들어 육아하는 새로운 형태의 육아 모임임) 관계자는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아이들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저장된다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세캠은 우리가 우려했던 바가 당장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 공동육아 협동조합은 정부의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며 서명 운동까지 벌였던 단체다.

아이를 믿고 맡겨야 하는 부모들에게도 인세캠의 존재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 아들을 맡기고 있는 주부 김모(32,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씨는 인세캠에 대한 보도를 보고 바로 어린이집에 문의해서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돼있다는 확인을 받았다. "김 씨는 "인세캠에 공개된 CCTV 말고도 혹여 해킹된 다른 CCTV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겁이 난다. 영상에 나오는 아이들이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인세캠의 개발자는 사이트에서 “우리는 사생활 침해를 원하지 않는다. 삭제를 원할 경우 메일을 보내면 삭제해주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인세캠에 보이고 있는 영상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줘야 사이트가 삭제해줄 수 있는데, 막상 그 사이트에는 영상마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기 않고 있다. 그래서 삭제 요청이 쉽지 않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직접 알고도 마땅한 대처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 웹캠의 위치는 구글맵으로 나오지만 정확하지 않은 위도, 경도가 적혀 있고, 서울시 등 큰 도시명만 표시되어 있어 구체적인 위치를 알기 어렵다(사진: www.insecam.org 캡쳐).

아무 동의 없이 다른 이용자의 웹캠을 공개하는 것은 ‘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 비밀침해죄는 사생활침해죄와 같은 말로 ‘봉함, 기타 비밀장치를 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범죄용어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전자기록 등 특수 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낸 경우도 비밀침해죄에 해당되므로 인세캠은 분명한 불법의 요소가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를 국내법으로 제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세캠 같은 해외 사이트는 심의가 결정될 경우 국내에서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은 있지만 완전한 사이트 폐지는 힘들다”고 말했다.

법적인 제재가 불가하니 결국 웹캠 이용자의 보안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인세캠 개발자마저도 “당신의 카메라가 공유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비밀번호를 재설정해라.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사이트에 명시했다. 네트워크 보안 업체에서 일하는 박모 씨는 “비밀번호를 지정해두지 않은 웹캠에 접근하는 건 해킹이라고 하기 무안할 정도로 쉽다”며 “주기적으로 CCTV의 비밀번호를 변경해주는 것이 좋으며 잘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 웹캠 같은 경우는 덮개를 씌어두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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