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방임 학대(self-neglect)’ 고독사는 곧 ‘타인은 지옥이다’가 묘사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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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방임 학대(self-neglect)’ 고독사는 곧 ‘타인은 지옥이다’가 묘사한 사회
  • 부산시 해운대구 박수연
  • 승인 2019.10.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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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있으면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함으로 인해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원한다. 최근 다수 언론에서 1인 가구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1인 가구는 우리 사회에서 흔하다. 내 주변에도 배우자 없이, 혹은 독립적으로 혼자 거주하는 지인들이 여럿 있다. 그들은 서로 먼저 안부를 묻기 전까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기 힘들뿐더러 멀리 거주하고 있는 사람과는 얼굴을 마주하고 안부를 묻는 일도 어렵다.

고독사라 하면 부양가족이 없는 노년층이 많이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한 무연고 사망자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무연고 사망자는 3549명이며, 이 중 50 - 59세 남성은 513명으로 70세 이상 남성 502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가 발표한 ‘고독사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고독사한 일본 사람 가운데 40%가 5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의 70%는 셀프니글렉트(self neglect), 이른바 자기방임 학대가 고독사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비자발적 1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고독사는 일반적인 고독사보다 대처하기 어렵다. 현실에 치여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 생활을 못하거나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방임은 누구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경제생활이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하려는 의욕이 없는 상태가 지속적으로 방치될 경우, 심신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며칠 전에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드라마를 시청하다 주인공이 고시원에 집을 알아보는 장면이 나왔다. 한 고시원에서 “여기서 할아버지가 고독사했다. 진짜 여기서 살거냐”며 집주인이 주인공에게 물었고, 주인공은 “혹시 그것 때문에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냐. 그래도 가격이 떨어지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답했다. 나는 이 대사에서 고독사에 대한 주인공의 무심함에 소름이 끼쳤다.

이렇듯 현대사회의 고독사가 1인 가구와 우리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 돼버린 것 같다.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회 복지제도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주기적으로 사람들과 소통, 교류하고 혹시나 모를 위험한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을 사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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