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포원 전 CEO의 탄식 “왜 일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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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포원 전 CEO의 탄식 “왜 일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가?”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10.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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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비관적 장래’ 예측, 3개 회생방안 추진 열정
‘주민 반대’ 등 걸려 시도 중단... ‘현장경기 중단’까지
지방공단 스포원 시그니처(스포원 홈페이지 캡쳐).
지방공단 스포원 시그니처(스포원 홈페이지 캡쳐).

 

“부산 경륜, 매출 추락에 올해 잔여 현장경기 중단”. 최근 뉴스보도 제목이다. 부산지방공단 스포원이 재정난을 이유로 올 연말까지 계획했던 현장 경륜 시합을 모두 폐지한다는 것이다.

올해 계획됐던 경륜 경기는 850여 경기였지만 이 때문에 250여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 스포원은 올해 말까지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가 경기 광명시에서 여는 시합만 화상 중계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스포원이 잔여 경기를 취소한 것은 매출감소 때문. 스포원은 2017년 3875억원, 지난해 367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올 매출은 286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10억원 줄어들 전망.

매출감소 원인은 로또 등 타 사행산업과 불법 온라인 도박의 성장이다. 부산지역의 경기침체, 정부의 사행산업 규제강화 등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부산 스포원은 경륜과 체육시설 운영을 통해 시민여가 선용 및 체육진흥, 나아가 부산시 재정확충을 목표로 한 공기업이다.

스포원은 상반기부터 매출감소에 직면, 직원 수당을 삭감하며 버텼지만, 운영비만 80억원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더는 경륜 경기를 유지할 수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실상 스포원은 존폐의 기로에 직면한 것이다.

스포원의 위가상황은 하루아침에 닥쳐온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미 6년 전, 오늘의 사태를 예견한 CEO가 있다. 스포원 제5대 이사장 김효영씨다. 그는 2013년 초 스포원에 부임, 공단의 ‘비관적 장래’을 예견했다. 서둘러 3개 회생대책을 추진하다 주민반대 및 공직사회의 열정부족에 직면, 결국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그는, 오늘 스포원의 운명을 어떻게 볼까?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그 때의 회한을 담은 글을 올렸다. 제목은 “아, 스포원이여, 스포원이여!”, 그는 이 글이 미칠 영향을 걱정해서인지 금새 글을 내려버린 상태다.

 

‘스포원 경륜중단... 매출 줄어 인건비도 빠듯, 존립기반도 흔들’, ‘경륜경기 스크린 중계만... 스포원 강행에 선수들 “생존권 사수” 집회’... 그가 접한 뉴스보도 제목이다. “우려하던 사태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의 글 몇 부분을 요약한다. 참,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옛 CEO의 회한이다.

-스포원의 본업 즉, 존재 이유는 경륜경기 개최와 운영이다. 그것을 중단했다하니 존재이유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청천벽력이 없다.

-2013년 3월. 스포원 이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챙겨본 것은 스포원의 장래였다. 그해 경륜경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관공서에서 흔히 쓰는 방법은 큰돈 들여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담당 직원들과 앉아 우리보다 먼저 경륜 한파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한국에 대입하는 방법으로 스포원의 장래를 예측했다.

결과는 비관적. 11년 후면 스포원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그때가 되면 계산상으로는 매출 제로(0)가 되는 것으로 나왔던 것. 기가 막혔다.

단순 계산 같지만 더 무서운 건 예감이다. 예감은 계산을 앞선다. 매출 제로가 될 때까지 버티는 조직은 있을 수 없다. 매출이 반 토막만 되더라도 생사기로에 서게 된다. 매출 반 토막되는 시기는? 2020년 전후로 보았다. 실제로 2019년 현재 매출이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측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내 임기 3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곧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경륜에만 명운을 걸고 있는 스포원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했다. 스포원 살리기 대책으로 세 가지를 구상했다.

1. 경정장이 딸린 해양레포츠타운 조성

2. 경륜, 경정 해외 송출

3. 장기적으로 부산지방에너지공단으로 변신 모색

곧 경정장 조성을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지역언론과 시민단체를 만나 의견 조율부터 시작했다. 경정장 조성으로 얻는 수익은 100%! 사회적 약자는 물론 특히 치매 중풍으로부터 고통 받는 시민이 없도록 하는데 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정이 사행산업이라며 고개를 흔들던 분들이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경정장 조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없었던 것은 수익을 ‘써야 할 곳에 쓰겠다’는 설득이 주효했던 탓이다.

미사리 경정장을 부산으로 가져오는 것을 전제로,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협의는 귀찮을 만큼 많이 했고 묵시적 동의도 받아냈다. 국무총리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서슬퍼런 눈으로 감시감독을 하고 있었지만 기존 경정장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것까지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문제는 부산 쪽. 장소가 문제였다. 기장군 연화리 앞 바다. 예상대로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당초 사업추진을 독촉하던 기장 군수는 주민들이 반대하자 입을 싹 닫아 버렸다.

주민들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필요한 준비를 다 해 놓고 있었다. (이 내용을 알았다면 주민들은 아마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기장군수와 주민대표, 부산시, 스포원 간에 담판을 벌였다.

군수 대신 참석한 부군수가 군수의 입장을 전했다. 주민들의 입장과 함께 한다는. 기장군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드디어, 내 임기도 끝나가고 있었다. 퇴임 후를 대비해 사업 추진주체를 부산시로 이관할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부산시로부터 이관 요청이 왔다.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가.

부산시에서는 다른 장소 물색에 들어갔다. (...)와중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그 후 경정장 이야기는 쑥 들어가 버렸다.

-경륜 해외 송출도 미국의 관련 업체와 MOU를 맺는 등 의미있는 진전을 시켜놓고 나왔다.

지방에너지공단으로의 변신을 위한 연구 조사도 게울리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해 볼만한 변신 시도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나의 퇴직 후 이 모든 시도는 흐지부지....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경구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나의 판단이 틀리고 나의 시도가 잘못이었기를 바랬다.

그러나 오늘 아침 접한 뉴스는 그게 아니었다. 기가 막혔다. 안타깝고 아프다. 왜 사람들은 꼭 일이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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