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내년 ‘울산국제영화제, 위프(UIFF)’ 개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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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내년 ‘울산국제영화제, 위프(UIFF)’ 개최 확정
  • 취재기자 이성혁
  • 승인 2019.10.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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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컨셉트가 없다는 비판 비등
울산세계산악영화제와 중복된다는 의견도
울산시는 장기적으로 복합문화축제로 육성한다는 계획 밝혀

산업도시 울산광역시가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내년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위프(UIFF-Ul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라는 별칭으로,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 개최를 확정했다. 위프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지역 관광지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영화제의 정체성을 담아낼 콘셉트조차 제대로 결정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울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울산 중구에 위치한 태화강 국가정원의 전경(사진: 산림청).
내년 울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울산 중구에 위치한 태화강 국가정원의 전경(사진: 산림청).

위프는 처음에 ‘환경’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울산국제환경영화제’를 목표로 삼았으나, 울산시 울주군에서 열리는 ‘울주산악영화제’와 환경이 주제라는 측면에서 유사해 ‘환경’이라는 이름을 빼고 울산국제영화제로 이름을 확정했다. 그래서 최종 위프의 슬로건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발전하는 르네상스’로 설정됐으며, 자연과 사람을 중심 콘셉트로 잡고 환경오염을 극복하고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도시라는 상징성을 내걸고 40개국에서 제작된 150편(장편 90편, 단편 60분)의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 수립됐다.

위프 조직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120억 원을 밑도는 3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서 중소형 영화제로 시작하지만, 내실을 다져 5년 이내에 부산국제영화제 규모인 300편 이상이 상영되는 대규모 영화제로 격상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음악과 영화를 동시에 즐기자’를 슬로건으로 시작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상업영화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독립영화만을 위한 전주국제영화제(JIFF)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FF)처럼 확실한 색깔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위프는 예산만 낭비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제천, 전주, 부천국제영화제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왼쪽부터 제천, 전주, 부천국제영화제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대학생 김현서(24, 울산시 중구) 씨는 “울산만의 축제가 하나 생긴다는 게 좋긴 하다 그러나 슬로건을 보면 뭘 보여주려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에 대한 감도 잘 오지 않아서 영화제 성격 자체가 아직 애매모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울산 시민 정용문(24) 씨는 “울산에 영화제가 생기는 줄 처음 알았다. 울산에 영화제가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울산에서 한 시간 거리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는데, 울산에서 영화제를 또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울산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가 전주, 제천 등 이미 많이 있고, 기존의 영화제와 다른 무언가를 내세울만한 영화제의 정체성, 즉 콘셉트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계속 진행한다면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처음에는 ‘부산에서 무슨 영화제냐?’라는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컨셉트를 잘 잡고 잘 준비한다면 불가능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위프의 문제는 하나가 더 있다. 울산시 울주군에서 201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있다는 게 바로 그것.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캐나다 앨버타 주의 ‘밴프’라는 마을에서 열리는 밴프산악영화제를 벤치마킹한 국내 유일의 국제산악영화제다. 울주군은 산악영화제 개최를 위해 468억 원을 들여 산악문화관과 영상체험관 등을 갖춘 복합웰컴센터를 지었다. 그런데 ‘울산국제영화제’ 개최 장소로 제시된 곳은 모두 울산 도심이지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울산 도심으로부터 불과 20km 떨어진 산골이다. 영화제가 비슷한 시기에 열릴 경우 관객 분산으로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영화제를 합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달리 울산국제영화제는 내년이 첫 개최여서 두 영화제가 처음부터 통합하기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직장인 조익찬(27, 울산시 울주군) 씨는 “이미 우리 군에 존재하는 영화제가 있어서 이를 더 강화해 울산을 발전시킬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새 영화제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다른 축제를 만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도 두 영화제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울주산악영화제는 3회를 거쳐 순조롭게 진행돼 국내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위프의 컨텐츠와 달라 두 영화제의 통합 개최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의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울산의 도시 규모, 문화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2개의 영화제가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각 영화제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후발주자로서 참신함을 드러내는 명칭이나 영화제의 성격에 대해서도 더욱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국제영화제 용역을 담당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의 이호걸 소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으로 국내에서 잇달아 많은 영화제가 생겼다. 울산시가 현 시점에서 국제영화제를 시작한다면 매우 새로운 모델이 아니고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은 영화제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 영화 외에도 게임이나 유튜브 등 각종 미디어 기술을 결합한 종합문화예술축제로 승화시켜나가는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의 축제를 아우르는 복합문화축제로 창설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영화 및 영상,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오고 있다. 울산만의 차별화된, 창의적이고 특성화된 시민 참여형 국제영화제로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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