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속의 병신년...분열, 통일, 그리고 문명의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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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속의 병신년...분열, 통일, 그리고 문명의 유입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6.01.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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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통일, 팔만대장경 제작, <독립신문> 탄생, 첫 TV 방송 전파 송출 등으로 역사 장식
▲ 2016년은 10간의 ‘병’과 12지의 ‘신’이 만나 병신년으로 불린다. 다음 해인 2017년은 10간의 ‘정’과 12지의 ‘유’가 만나 정유년이 된다(그림: 취재기자 류효훈).

흔히 사람들은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고 말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건 없는지 살펴보며, 현재를 반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시빅뉴스>는 2016년을 맞이하며 과거 일을 통해 배울 점은 없는지 한국역사 속의 병신년을 파헤쳐봤다.

2016년이 병신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과거에 만들어진 ‘육십간지’ 때문이다. 육십간지는 10간과 12지를 조합한 것이다. 10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이루어져있고, 12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구성된다. 특히, 12지는 십이지수(十二支獸)라고 불리며 동물과 결합되어 있다. 이들을 조합하면, 갑자, 을축, 병인 등의 단어들이 만들어진다. ‘병신’은 육십간지의 33번째 단어로 10간의 ‘병(丙)’과 12지의 ‘신(申)’이 만나서 합쳐진 것이다. 병신년은 ‘병’이 빨강을 뜻하고 ‘신’은 원숭이를 뜻하기 때문에 빨간 원숭이의 해라고도 불린다.

육십간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병신,’ ‘갑자,’ ‘을미’ 등과 같은 각각의 간지는 60년을 주기로 돌아온다. 60년마다 찾아오는 병신년, 과거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기 1년부터 현재까지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제1천년기(36~996년) 병신년: 전쟁, 통일

제1천년기 병신년의 첫 번째 키워드는 한반도 내의 ‘전쟁’이다. 서기 최초의 병신년은 36년이다. 이때는 한반도라는 좁은 영토 내에 위치한 나라들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자주 일으켰다. 서기 첫 번째 병신년인 36년에는 낙랑이 신라의 북쪽에 위치한 타산성을 함락시키며 신라와의 전투가 벌어졌다. 낙랑은 지금의 평안남도와 황해도에 위치했으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두 번째 병신년인 96년에는 가야가 신라를 습격하며 전쟁을 일으키지만, 되려 신라의 파사 이사금에게 격퇴당하며 대패했다. 216년에는 백제와 말갈족 간의 전쟁이 일어났고, 396년에는 고구려와 백제가 싸웠다. 이 시기의 전쟁은 고대국가 형성기에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므로 굳이 병신년이 전쟁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두 번째 키워드는 한반도 ‘통일’이다. 제1천년기 936년 병신년에 고려는 일리천(一利川, 지금의 구미시 선상)전투에서 후백제를 대파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 내의 삼국 간 전쟁이 끝이 나고 삼국으로 나뉘었던 한반도를 고려가 통일하며 한 국가 시대를 열었다. 이전 600년대에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지만, 외세(당나라)의 도움을 받아 이룬 것이었다. 그에 비해 고려의 후삼국 통일은 자체적인 힘을 통해 이룬 것이기 때문에 통일의 의의가 크다. 병신년 새해에 각종 미디어에서 통일을 자주 다루는 것과 836년 병신년에 후삼국이 통일됐다는 것은 하나의 희망적인 공통점으로 보인다.

제2천년기(1056~2016년) 병신년: 반란, 악인의 탄생, 화합, 문명의 유입

제2천년기 병신년의 첫 번째 키워드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반란’이다. 1176년 병신년에 신분으로 인해 억압받던 천민 망이와 망소이가 들고 일어났다. 이때의 고려는 무신들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서로의 권력다툼으로 바빠 백성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사회질서가 문란해지고 지방에는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졌다. 이 때문에 억압받던 천민 망이와 망소이 형제는 사람들을 모아 스스로에게 ‘산행병마사(山行兵馬使)’라는 벼슬을 내리고 봉기했다. 뿐만 아니라 문신을 학살하는 정부의 무신정권에 반하여 서경유수 조위총이 1174년부터 1176년까지 평양을 중심으로 난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부는 이들을 대대적인 토벌을 통해서 난을 진압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한반도의 질서를 어지럽힌 ‘악인의 탄생’이다. 1476년 병신년에 조선의 폭군이라고 불리는 연산군이 태어났다. 연산군은 신진 사류를 죽이는 무오사화를 일으키고 생모 윤씨의 폐비에 찬성했던 윤필상 등 수십 명을 살해했다. 이를 통해 강력해진 왕권을 통해 사냥과 사치를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보냈다. 이로 인한 과도한 재정지출로 국고가 비자 공납을 늘려 백성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결국 왕권의 과도한 일탈로 연산군은 조선 최초의 반정(폭군을 폐위하고 새 임금을 옹립해 나라를 바로잡음)으로 폐위됐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임진왜란의 주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36년 병신년에 태어났다.

세 번째 키워드는 사람들의 ‘화합’이다. 1236년 병신년에 몽골이 쳐들어오자, 고려는 부처의 힘으로 이들을 물리치고자 하는 모두의 염원을 담은 ‘팔만대장경’이 제작에 들어갔다. 팔만대장경은 모든 대장경 가운데 내용이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대장경이라고 평가받으며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1776년 병신년에는 갖가지 개혁 정책과 탕평책으로 화합을 이뤘던 정조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당시 정조가 즉위할 때는 관료들이 서로 파벌을 이루어 정권을 다투던 시기였다. 정조는 탕평책(당쟁을 해소하기 위해 당파간의 정치세력에 균형을 꾀한 불편부당의 정책)을 통해 관료들의 정치적 통합을 이뤄냈다.

마지막 키워드는 ‘최초’다. 근대에 들어선 1896년 병신년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태양력인 ‘그레고리력’이 최초로 적용됐다. 또, 같은 해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 일간지인 <독립신문>이 창간되고 최초의 근대식 은행인 ‘조선은행’이 설립됐다. <독립신문>은 최초의 민간신문이며 구한말 외세의 침략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던 나라를 위해 애국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서재필이 창간한 기념비적인 신문이다. 1956년 병신년에는 첫 텔레비전 방송국인 'HLKL‘이 개국했다.

제2천년기는 1956년을 끝으로 끝이 난다. 앞으로 다가오는 2016년은 제3천년기의 출발점에 위치해있다. 세번째 밀레니엄 첫 병신년인 올해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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