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난리 속, “우리 식탁에 삼겹살 사라지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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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난리 속, “우리 식탁에 삼겹살 사라지면 어쩌나?”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9.10.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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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없는 식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 상상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an Fever)이 9월 17일 국내 파주시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경기도 연천, 김포까지 ASF가 발병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SF는 전염이 빠르고 치사율이 높은 돼지 전염병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전파될 경우 양돈 사업에 큰 피해를 준다.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해도 바이러스가 최대 30년간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조만간 식탁에서 한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 고객들이 돼지고기를 사려는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국내 한 대형마트에 고객들이 돼지고기를 사려는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9월 29일 오전, 충남 홍성의 한 돼지 사육 농가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충남은 전국에서 가장 돼지를 많이 키우는 곳이며, 홍성은 그중에서도 양돈 농장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이날 오후 홍성의 ASF 의심 신고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ASF의 전국적 창궐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현재 ASF에 대한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뽑는다.

첫째로 ASF가 어디에서 어떻게 국내로 퍼졌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5월 북한에서도 ASF가 처음 발생했다. 국내로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정부가 신경을 썼다지만, 북한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론 ASF의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재 ASF가 나타난 돼지 사육 농가에선 돼지에게 음식 잔반을 먹여 키우지 않았다고 한다. 발병 원인을 알아야 예방이 가능하지만, 발병 이후부터 지금까지 원인으로 정확하게 나온 것은 없다.

둘째로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문제다. 실제로 최근 어머니와 내가 마트에서 장을 보러 갔을 때 돼지고기보다 소고기 가격이 더 저렴해진 것 같다며 어머니가 놀라셨다. 어머니는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게 된다면, 돼지고기를 수입해서 먹으면 괜찮지 않으냐”고 말씀하셨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ASF 발생은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변국 8개국에서 6372건의 ASF가 발생했다. ASF가 가장 빨리 발병된 중국에서도 작년 8월 3일 이후부터 159건이 발생했다. 중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ASF 방역에 실패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 ASF 방역에 실패한 중국 또한 1년 사이에 돼지고기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라서 미국에서 수입해 먹는 상황이다. 거기에 우리나라도 미국 돼지고기 수입률을 높인다면, 국내 못지않게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것이다.

셋째는 ASF 감염 돼지 살처분 과정에 관한 문제가 있다. 정부는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 가축 살처분을 시행한다. 지난 구제역과 조류독감 때, 살처분 현장 노동자의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해서 논란이 컸다. 살아 있는 동물을 잔인하게 생매장하는 과정에서 현장 근무자들이 심리적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후 살처분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안전 대책 및 심리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후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살처분 관련 전체 노동자의 사전교육을 통해 인도적 방식의 살처분이 이루어지도록 조치했다. 생매장으로 가축을 죽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살처분 땐 돼지를 한곳에 몰아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하고 안락사시켰다. 하지만 제대로 기절하지 않은 상태로 돼지가 구덩이에 매몰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또, 9월 26일 인천 강화군에서 살처분을 진행할 때 포크레인 운전자가 방역복과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ASF 긴급행동지침에 위배된다.

ASF로 양돈 산업과 소비자에게 큰 피해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째로 하루빨리 ASF의 발병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ASF에 걸린 북한 돼지 사체 배설물이 강을 타고 내려와 전염시키지 않았는지 크게 의심해봐야 한다. ASF가 발생한 농가들의 근처에 남북을 잇는 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나라도 콩고기 이외의 고기 대체품을 찾아야 한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대신 인조 고기(식물성고기)를 대체품으로 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조 고기와 같은 대체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방역 강화에 힘쓰되, 살처분 규정에 대한 관리와 감독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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