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무법자 전동킥보드, 번호판도, 보험도, 규제도 모두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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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무법자 전동킥보드, 번호판도, 보험도, 규제도 모두 ‘오리무중’
  • 부산시 금정구 김지현
  • 승인 2019.10.02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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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도로를 씽씽 내달리는 전동킥보드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2016년에 2만 대에서 2만 5000대, 2017년에는 3만 대에서 3만 5000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됐고, 전동킥보드를 비롯해 전기를 동력으로 기타 개인용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의 총수는 2022년에 2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수가 늘어나는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나는 얼마 전에도 등굣길에 골목길을 내달리는 전동킥보드 한 대와 마주쳤다. 좁은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동킥보드가 순식간에 내 옆을 휙 지나가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던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헬멧도 하지 않은 채 유유히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소형 모터사이클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있다. 그래서 차도에서만 탈 수 있고, 면허를 소지해야 하며, 속도도 25㎞/h로 제한돼있다.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시속 25㎞ 이하인 개인형 이동 장치에 대한 자전거 도로 주행 하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아직도 개인용 이동장치는 법적으로 허용된 곳 외에는 인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차도에서만 타야 한다.

전동킥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대여해주는 업체 수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핸드폰으로 앱을 설치하고 면허증을 등록하면, 전동킥보드에 부착돼있는 QR코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 누구나 전동킥보드를 쉽게 대여할 수 있다. 이렇게 간편한 절차로 전동킥보드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안전 교육이나 철저한 본인인증 없이 대여해주면 위험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다.

또한, 앱에서 헬멧 착용을 권고하는 문구가 나오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다. 대여업체에서 헬멧을 함께 대여해주지 않을 뿐더러 이용자들은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착용을 꺼린다.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가 부족하고 이용자의 안전의식도 미비한 상황에서 전동킥보드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이 좋은 일인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전동킥보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로 달리면 걷는 사람이 위험하고, 차도로 달리면 전동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위험하기 때문에, 전동킥보드가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급선무다. 법으로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함으로써 인도에서 달리는 불법 이용자들을 근절시키고, 차도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전동킥보드에 대한 보험도 많이 개발될 수 있다. 현재는 보험회사가 전동킥보드 업체와 제휴해 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법이 구체화돼야 전동킥보드에 대한 개별적 보험가입도 가능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때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법안을 개정할 필요성도 있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번호판 설치도 의무화돼야 한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동킥보드 뺑소니를 당해도 신고할 방법이 없다. 독일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탈 때 차량 등록이 필수적이다. 번호판을 설치한다면 운전자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탈 것이고, 신고를 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도 지금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킥보드를 안전하게 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필수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고 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를 대여하는 경우에는 안전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퀴즈를 통과해야 빌릴 수 있게 하거나, 주기적인 안전 캠페인을 통해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동킥보드가 늘어날수록 사고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에 비해 제도나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먼저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용자들 또한 안전장비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인도로는 다니지 않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전동킥보드 업체도 안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지 않고, 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면 나중에는 부메랑이 돼 강력한 규제로 돌아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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