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지식인들, ‘내로남불 진보’를 염려하다...성찰과 자성 목소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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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지식인들, ‘내로남불 진보’를 염려하다...성찰과 자성 목소리 잇따라
  • 취재기자 송정빈
  • 승인 2019.10.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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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절 법무부 장관 천정배 의원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집권당과 집권세력에게 있다” 일갈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참여연대의 입네하는 위선자들 구역질 난다” 비판
진중권 교수 “믿었던 사람, 정당 다 믿을 수 없다...윤리적으로 패닉 상태” 토로
경향신문 “시민사회는 일사불란 조직 아니다” 등 다양한 시각 보도

‘조국 사태’가 ‘진보진영’의 성찰과 자성을 불러 왔다. ‘진보진영’ 안에서는 ‘내부 총질’이란 비난과 ‘바람직한 태도’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천정배 국회의원(사진: 더 팩트 제공).
천정배 국회의원(사진: 더 팩트 제공).

천정배 국회의원(전 법무부 장관)=‘대안신당(가칭)’ 소속 6선 중진 천정배 국회의원은 1일 한국일보와 만나 정권의 수사 개입 행태 등을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염두에 두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친노 인사’다.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시국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를 견제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검찰 압박과 관련,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느낀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핵심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 적절치 않다”면서 “검찰개혁의 중요 목표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인데, 지금 오히려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자 인사권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한편으로는 수사를 받는다면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해관계 충돌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무부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최종 결정하는 상황인데, 본인의 이해충돌 여부를 스스로 판단한다는 건 이해충돌 그 자체가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고 매끄러운 사법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이건 수사를 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왜 인사청문회 날 후보의 배우자를 기소하느냐고 하는데, 수사기관은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알고도 공소시효 만료일을 넘기면 직무유기다. 저는 검찰개혁에 대해 강력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하지 말았어야 할 수사였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피의사실 공표 의혹 등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공분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에 대한 비판과 수사 자체에 대한 비판은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다른 수사”라면서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수사 단서 즉, 객관적으로 제기된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아니었고, 정치 보복이라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수사였지만, 과연 이번 수사도 그러한가”라고 반문했다.

천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싸움판을 만든 1차적 책임은 집권당과 집권세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사진: 더 팩트 제공).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사진: 더 팩트 제공).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참여연대는 시민단체로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고, 존립 근거가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장관과 그를 지지· 혹은 둔하는 친문 지식인 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민단체의 본연의 임무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참여연대는 참여연대 출신들에 대해 입을 막고 어떤 감시행위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육두문자를 동원한 강한 어조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는 “맨정신에 의도적으로 올렸다”면서 “모든 언론이 조 장관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썼지만, 참여연대는 단 한 줄도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나가지 않았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소장으로서 수일에 걸쳐 몇 명이 밤샘하며 법인 등기부등본, 전자공시시스템, 신용정보 자료 등을 봤다. 어느 언론사보다도 더 깊고 넓게 공부했다”며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고 더 크게 발전될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공인회계사로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맡아왔다. 그는 삼성그룹 승계 문제를 공론화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한 사건 보고서 발표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김 위원장은 논란이 된 페이스북에서 “(조 장관은)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적폐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면서 “윤석열은 내가 기억하는 것만 MB 구속, 사법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 등을 처리했거나 처리하고 있다. 전자가 불편하냐, 후자가 불편하냐”고 물었다.

진보진영을 향한 독설도 등장했다. 그는 “시민사회에서 입네하는 교수, 변호사 및 기타 전문가 XX들아. 권력 예비군, 어공(어쩌다 공무원) 예비군 XX들아, 더럽다 지저분한 X들아” “이 위선자 놈들아, 구역질난다” “니들 이른바 촛불혁명 정부에서 권력 주변 X나게 맴돈 거 말고 뭐 한 거 있어”라고 적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부터 ‘조국 사태’와 관련해 논평을 7번 냈는데, 인사청문회 개최, 특권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성실한 소명,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 행위 즉각 중단,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촉구 등 여권과 조 장관을 엄호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한편, 조 장관은 지난 2004~2005년에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는 등 참여연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등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거나 맡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사진: 더 팩트 제공).
진중권 동양대 교수(사진: 더 팩트 제공).

진중권 교수=‘진보 논객’이라 불리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정의당 탈당계 제출 및 철회 파동을 일으킨 데 이어 계속해서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도 아니고,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게 아닌가”라면서 “제가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윤리적으로 완전히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 너무 유감이고, 그냥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면서 “진보가 거의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젊은 세대들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지난달 28일 대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특강에서는 “조 장관 임명 전 반대 의견을 정의당에 전달했지만 당은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면서 “(조)국이와 나는 친구지만 그렇다고 정의를 외면할 수도 없다. 오히려 여러분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진보적 성향의 경향신문은 2일 ‘조국 사태, 진보를 가르다’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노동운동가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에 같은 인식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상위 10% 안에서 불평등 동맹을 맺고 있구나’ 하는, 속도 차는 있을지언정 함께 간다고 생각했는데,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조 장관 일가의 수사 이후, 기소 이후, 재판 이후에 한국의 대다수 (범진보) 단체들은 침묵할 것 같은데 피해갈 노릇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진보진영 인사는 “시민사회는 일사불란한 공무원 조직이 아니다. 치고받는 게 건강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다투면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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