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에서 나를 구한 건 가족의 사랑과 격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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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에서 나를 구한 건 가족의 사랑과 격려였다
  • 부산시 남구 김가현
  • 승인 2019.10.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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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 생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사회를 떠나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살아가는, 흔히 말해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가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어느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스스로 사회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특성 때문에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의견이 제시됐다.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많은지 통계조차 알 수 없으니, 도움이 필요한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주기도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복함이 보이는 가족의 모습(사진: pexels 무료 이미지).
행복함이 보이는 가족의 모습(사진: pexels 무료 이미지).

은둔형 외톨이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의 은둔생활 시작은 작년 수능 시험이 끝난 후부터였다.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보다 시험을 치룬 후가 나에게는 더욱 가혹한 지옥이었다. 흔히 사회에서 지적하는 은둔생활의 원인은 실업, 학교생활 문제, 목표상실 등으로 인한 자신감 하락과 사회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다. 목표한 대학에 미치지 못한 내 수능 성적이 발표된 순간 내 고등학교 3년은 쓸모없는 시간이 돼 버렸다. 스스로의 목표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나는 일체 내 방 밖을 나가지 않았다. 그게 1개월이 지속됐다. 사회와 단절하고 나서 생활한 1개월은 고통이었다. 가족들과도 대화하지 않았다. 그렇게 소통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괴로움 그 자체였다. 사회로 다시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괴로웠다. 이 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았고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시 방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어머니가 나에게 ‘일’을 제안한 덕분이었다. 일은 곧 아르바이트였다. 알바를 하게 된 것은 나에게 좋은 자극제였다. 가족들의 응원, ‘다시 살고 싶다’는 나의 의지가 생겨났다. 알바가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남과 소통을 위해 하게 된 알바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줬다. 다시 웃을 수 있었고, 다시 말할 수 있었고, 다시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대학에 들어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은둔생활을 하게 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나의 상황과는 반대로 ‘일’을 구하지 못해서, 혹은 실직해서, 사회의 무게와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 인간관계에 지쳐서 등 많은 이유들이 있다. 이렇게 숨어버린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자신감을 받혀줄 정부의 복지제도, 교육제도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지만, 직접 은둔생활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 진심어린 충고, 그리고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됐다. 가족의 힘, 친구의 힘이 그들의 고립된 세계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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