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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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9.10.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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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경찰 반대에도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홍콩 시위대가 경찰 반대에도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마시며 자란다(월간 ‘사상계’). 국민의 희생과 노력이 있어야만 민주주의가 유지된다는 의미다. 9월 4일 수요일 밤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다. 송환법은 중국인이 관련된 범죄의 용의자가 홍콩에 있다면 중국 정부가 쉽게 인도할 수 있는 법이다. 이 송환법은 지난 6월부터 홍콩인들의 반발을 크게 샀다. 중국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을 이 법에 의해 중국에 데려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홍콩인들은 중국이 법을 악용하여 정치적 자유를 제한할 것을 우려했다. 홍콩 입법회에서 송환법을 표결하려 하자, 6월 9일에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첫 시위를 벌였다. 이후 시위는 홍콩 전역에서 일어났고, 공항까지 번지면서 이어왔다. 이에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 표결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결국 철회했고, 홍콩 시민은 철회 전까지 시위했다.

시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격해졌다. 시위대는 입법회 건물을 부수고, 경찰을 폭행했다. 벽돌과 화염병을 경찰서에 던지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닌 쟁취하는 것이다. 홍콩의 시위는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는 경찰을 향한 민주주의의 몸부림이다. 탄압에 대한 저항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시위가 격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과격 시위가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공항을 점거해서 한 시위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홍콩을 방문한 사람들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위협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가 한창이었던 7월 18일부터 25일까지 나는 약 일주일간 홍콩에 있었다. 홍콩은 생각보다 조용하면서도 격렬했다. 뉴스에서 보던 과격한 시위를 걱정했지만, 나는 매일 홍콩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광경은 보지 못했다. 21일, 홍콩 완차이 역 근처에서 대규모 시위를 목격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조용히 한데 모여 걷고 있었다. 조용했지만, 분위기는 격렬했다. 그 중엔 시위대에게 물을 나눠주는 사람도 있었고,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쓰레기통 근처는 음료병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위대의 모습이었다.

8월 11일, 홍콩에 사는 친구가 뉴스에는 나지 않는다며 말해준 얘기가 있다. 친구가 사는 동네는 중국 푸지엔 지방에서 토착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이 날 저녁, 이 중국인들이 빨간 티를 입고, 식당에 모여 있다고 말해줬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자가 동네에 들어올 때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국 언론에서는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간주하고 기사를 써낸다. 뉴스를 접하는 중국인들은 홍콩시위에 관해서 좋지 않은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을 상징하는 빨간 티를 입은 중국인들이 검은 티를 입은 시위자에게 위협을 가한 것이다. 또 언제는 시위가 폭력 시위처럼 보이기 위해 중국에서 시위대 사이에 프락치를 심어뒀다가 걸린 적도 있다고 말해줬다.

중국 송환법을 철회했으니 이제 시위가 끝날까? 아직도 홍콩 시민들은 시위하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는 송환법 철회에도 계속 충돌한다는 식으로 기사를 써낸다. 9월 7일 자 한국일보 기사는 ‘홍콩 송환법 철회에도 공항 마비 시위가 열린다’라고 적혀있다. 8일 자 매일경제는 ‘홍콩 또 주말 시위’라고 기사를 썼다. 또 KBS는 7일에 ‘홍콩 송환법 철회에도 불구하고 격렬 시위’라는 기사를 썼다. 반면 YTN은 8일에 ‘홍콩이 시위를 멈출 수 없는 이유’라는 기사를 썼다. 시위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은 당연하다. 송환법 철회는 시위대의 5대 요구안 중 첫 번째만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97년 영국에서 홍콩이 반환된 이후, 중국과 홍콩은 일국양제로 체제를 이어왔다. 친중 성향인 홍콩 정부의 송환법 발인은 일국양제를 훼손했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시위대의 요구안은 아직 ‘경찰 과잉 진압 조사’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연행자 무조건 석방 및 불기소’, 마지막으로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 남아있다. 홍콩 정부의 송환법 철회는 홍콩의 시위를 지지하는 미국과 그 외의 나라들의 눈치를 봐서 이뤄진 것이라 본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미·중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민을 위해서 한 철회가 아니다.

중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홍콩의 중국화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홍콩에 간섭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시위대의 남은 요구안이 이뤄져야 한다. 그중 행정장관 직선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홍콩의 행정장관은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다. 홍콩의 중국화를 막기 위해선 행정장관을 홍콩 시민들이 직접 뽑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홍콩의 뜻이 통하여 지금과 같은 시민과 경찰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에 사는 친구는 계속되는 홍콩 시위에 관해서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가 길어지는 만큼 경제가 힘들어져서 시위대와 정부의 빠른 합의를 원했다. 친구는 직선제 수용은 어려울 것 같으나 나머지 대안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홍콩의 민주주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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