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자녀 입시 의혹은 이념 아닌 공정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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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자녀 입시 의혹은 이념 아닌 공정성 문제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9.10.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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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있었던 자택 압수수색 담당 검사 팀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인정하면서 주광덕 한국당 의원과 설전이 벌어졌다(사진: 더 팩트 제공).
지난 9월 2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있었던 자택 압수수색 담당 검사 팀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인정하면서 주광덕 한국당 의원과 설전이 벌어졌다(사진: 더 팩트 제공).

공정성은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이 사회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희망이다. 내 오랜 친구들은 기회의 공평함은 포기한 지 오래다. 우리는 대학 입학하기 오래전부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의 질적, 양적 차이가 얼마나 큰지 체감하며 자랐다. 다만, 청년 세대는 사회가 기회의 공평함은 보장 못 하더라도 최소한 공정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은 사회가 공정하다는 전제조건 하에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한 논란이 일어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얘기다. 여당 의원에 따르면, 조 장관에 관한 기사가 23일 동안 150만 건 가까이 쏟아졌단다. 사회가 둘로 나뉘어 치열하게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동안 가장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 논란은 단연 조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다.

조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가장 뜨거운 이유는 왜일까. 단순히 ‘한국이 교육열이 높은 나라라서’라는 이유는 충분치 못하다.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우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이야기가 있는 정보, 즉 극적으로 들리는 정보다”라고 했다. 과거 조 장관는‘사회적 특수계급이 지연, 혼인, 학연 등으로 얽혀 있고 재산과 인맥을 자식에게 대물림한다’며 기득권자의 자녀가 불공정 특혜를 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처럼 평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비치던 진보 지식인의 딸이 입시 특혜 논란에 연루된 이 극적인 상황에 사람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청년층에게 조 장관 딸 입시 특혜 의혹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몇 진보 인사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소 격하게 표현하자면, 일부 조 장관 지지자는 조 장관을 비판하는 청년들에게 언론과 야당이 주도한 가짜뉴스에 선동당한 우매한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 같다. 한 친정부 인사는 ‘조국 자녀 입시 의혹 규명’을 위해 촛불을 든 청년들을 보고 뭐가 떳떳하지 못해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섰냐는 식으로 폄훼했고, ‘집회가 정말 대학생들에 의해 주최된 것인지, 배경에 야당의 손길이 있을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3년 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대학생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노력하는 지성인이고 현재 촛불을 든 대학생은 언론과 야당이 제기한 의혹에 넘어간 것이라고 보는 건 옳지 못하다. 예나 지금이나 촛불을 든 주체는 같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대학생, 그뿐이다.

과학저널 ‘스켑틱’의 발행인 마이클 셔먼은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는 오류 중 하나로 ‘박해를 받는 쪽이 올바르다는 믿음’을 꼽았다. 이번 사안에서 흥미로운 점은 조 장관을 비판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이 조 장관이 흠결이 없는 사람이라는 묵시적 증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진보성향의 네티즌들은 보수언론의 대표격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조 장관 비판 기사를 과도하게 쏟아내고 있다며 이는 다분히 조 장관을 어떻게든 깎아내리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댓글을 볼 때마다 난 확증편향의 무서움을 절감한다. 이들은 기사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발행지가 보수언론이라면 기사 자체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의 믿음을 배반하는 말은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자질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 속 문 대통령은 9일 조 장관을 택했다. 조 장관 임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이 높은 만큼 이례적으로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국민에게 이해를 구했다. 임명에 따른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 조 장관은 앞으로 기회와 과정의 공정함을 위해 부단히 실천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국민에게 증명해야 한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신청하지 않은 장학금은 받은 적 없는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금수저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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