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비율 늘린다고 수시 문제 해결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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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비율 늘린다고 수시 문제 해결되는 건 아니다
  • 부산시 금정구 김지현
  • 승인 2019.10.01 16: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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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무수한 논란이 일었다. 그중 하나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이다. 이것의 나비효과로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부에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미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과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수시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시 옹호론이 입방아에 올랐다. 특히 수시전형 중 입학사정관제, 즉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폐지 요구도 잇달았다.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국내 한 시험장의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국내 한 시험장의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요즈음 인터넷이나 TV에 나오는 입시 비리들을 보면 참 허탈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입학사정관제의 바뀐 이름으로 2015년도 입시부터 시행됐다. 학종이라는 입시제도 자체가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지나친 교과 중심의 기계적인 공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학종은 스펙을 쌓기 위해 누가 더 돈을 많이 쓰느냐에 달린 것 같다.

나 또한 수험생 시절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했다. 결론적으로는 학종으로 넣었던 학교에는 낙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원학과와 관련된 교내동아리에 들어가거나 교내대회에서 입상해 나만의 스펙을 쌓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공교육에만 의존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입시자료도 현저히 부족했고, 도움을 구할 사람은 학교 선생님이 유일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국어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분명 혼자서 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나와 같이 교육 인프라가 낮은 지방학교 학생들은 정시로 인서울을 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시, 특히 학종은 그나마 도전해볼만한 한 줄기 희망이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체 대학 모집 정원 중 수시의 비율은 77.3%로 22.7%인 정시에 비해 현저히 높은 편이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보더라도 정시 비율은 30%로 수시보다 낮다. 현 대학 입시가 너무 수시에만 편중돼있다 보니 정시 비율을 어느 정도 조절할 필요가 있음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정시 비율을 늘리는 것이 대학 입시의 불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해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정시의 비율을 높인다고 대학 입시의 공정성이 보장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턱대고 정시 비율을 높이는 것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정시, 수시 모두 금수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금수저들은 수시를 대비해 스펙 쌓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입시 정보와 컨설팅을 위해 입시코디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정시라고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니다. 수능 성적을 잘 받기위해 고액과외를 받고 교육수준이 높은 동네로 이사 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학원들과 고액과외 등 사교육을 없애지 않고, 정시 비율만 늘리라는 소리는 지금의 상황을 되풀이하자는 말로 들린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은 수시, 정시 비율의 문제가 아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공교육의 지역편차를 줄이고 사교육을 아예 없애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하루 만에 뚝딱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는 먼저 학종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종에만 계속 매달리면 교육부는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종을 비롯해 현재 있는 입시 제도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대학에서는 입시정보를 더 자세하게 공개해 입시에 대한 공정성을 입증해야한다. 단계적으로 더 나아가 교육부는 교육의 지역차,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도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결론을 내길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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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2019-10-02 08:19:54
수능때 공정성조사를 한적이 있었나 물타기 여론전